오늘은 이천 사기막 마을을 가기로 한 날이다. 지난 번 모임에서 라시드 얘기를 하면서 쿠사마 야요이에 대한 이야기와 호박에 관한 이야기와 일본서 소품을 샀다는 얘기를 하고 도자기를 사서 그려보면 어떨까하면서 이천을 가기로 했다. 막상 당일이 되어 10시에 모여서는 우리가 성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자기 구경도 좋고 사는 것도 좋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성급하다는 결론이었다. 또 컨디션도 별로여서 성희네 집에 주저 앉아 예쁜 잔에 커피와 구운 빵을 먹으며 계획을 수정하였다. 그리곤 실물
작품을 영접했다.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성희가 며칠전 불현듯 가서 국립중앙박물관서 사온 민화책을 여러권 훑터 보고 섬세하게 색칠한 그림도 살펴보며 역시나 다르다는 걸 확인하며 열심히 강의를 들었다.
작은 아들이 언제 나가실꺼나고 문자를 보내와 후다닥 나가면서 인천에서 유명한 인천게장을 꼭 사주고 싶었다며 인천게장 집으로 향했다. 게장은 언제나 밥도둑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정갈한 반찬에 심심한 게장에 정신없이 먹었다. 게닥지에 따뜻한 흰 밥을 비벼먹는 그 맛,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고 또 오고 싶은 집이다.
밥을 먹으면서 인스타에서 본 양평의 세컨하우스가 멋지다고 보러가기로 합의 했다. 셋이 자연을 좋아하고 집에 관심이 있어 증미산 자락으로 차를 몰아 4시 반에 도착했다. 실망실망 대 실망이다. 속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주 멀고 외지고 작고 형편없었다. 그냥 셋이서 증미산 자락으로 드라이브 한 것이다. 다시 양평 읍내로 가기 위해 반대길로 내려가다 옛날에 종종 갔던 메밀막국수 집이 생각나서 다시 뒤로 돌아가 그 집에 들어가서 녹두부침과 메밀막국수를 시켰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지만 여전히 맛있었다
실컷 먹고 지금 가기엔 차가 너무 밀리니 카페에서 좀 놀다 가기로 했다. 바로 옆 증미산카페에 들려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앙리 마티스에 대해 알아보고 아이패드에서 작품을 찾아 감상하였다. 말년에 시력이 안좋아 종이를 오려 표현하는 작품들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 매력적이고 자그놀리 못지않은 강렬한 색감을 유감없이 표현했다.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무명이라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겠지만 종이를 오려 붙이거나 찢어 붙이는 아이디어를 배웠다.
조금씩 생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열심히 색감도 익히고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실버랩에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았다. 1년을 목표로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먼저 연말까지 작은 작품들을 만들어 친구나 지인에게 선물하면서 우리들이 하고 있는 것들은 홍보해보면서 반응이나 선호도를 살펴보기로 했다. 가장 간단한 액자나 캔버스에다 무엇을 붙이고 칠하고 오리고 붙이고 응용을 할 것인지 과제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