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덕후다.
본격적으로 스무 두세 살 즈음부터 마시기 시작했는데
차를 물처럼 마신다.
(그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
녹차를 너무 진하게 꿀떡꿀떡 워낙 많이 마셔서
맛있는 우전 녹차는 넘 비싸 못 마시고
오설록 세작이나 다농원 세작에 만족하고 있다.
아니 만족은 절대 못하지만 백수 수준에 감사하고 있다.
녹차 만큼은 안저렴한 사람이고 싶지만
나는 모든 게 저렴한 사람.
사람 자체도 저렴해서 만원에도 내가 팔릴 것 같지 않다는
엇다 쓸 데도 없는, 아주 폭망했다.
집 근처 맛있는 이화원 콩국수도 8000원인데...
쓰고 한심해서 ㅎㅎ ㅎㅎ 웃는다.
예전에는 물을 부어 놓고 우려내는 시간이 너무 과해
몇 십 년을 약처럼 쓰게 마셨는데
요즘은 냉장고에 타이머를 딱 붙여 놓고
2분 정도만 우린다. (띠띠띠띠)
아주 조그만 유리 투명 찻잔
녹차의 색과 온도와 작은 앙증맞음을 음미
가끔 이긴 하지만 갑자기 뿜뿜 너무 행복해져서
녹차를 좀 더 마시기 위해
쪼매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첫 번째 우린 녹차가 제일 진하고 맛있다.
평생을 너무 진하게 쓰게 마셔대서인지
여전히 속이 쓰리고 아프다.
위산과다증(기침) 플러스 만성 위염(쓰림).
빨리 밥 먹고 좀 있다 녹차 마시고 꽃 보자!
2022.07. 캔버스에 아크릴. 16*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