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공자의 제자인 민손은 자를 자건이라고 하는데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일찍 죽었다. 그후에 아버지가 후처를 얻어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민손은 여전히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계모는 민손을 대단히 싫어해서 자기가 난 자식에게는 솜을 넣은 옷을 입히고, 민손에게는 솜 대신에 갈대 이삭을 넣은 옷을 입혔다. 그러니 겨울을 지내기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어느 추운 겨울날에 아버지가 민손에게 마차를 끌게 하고 외출했다. 하지만 몸이 얼어 붙어서 자신도 모르게 말 가죽끈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민손의 아버지는 그것을 책망하고 야단쳤다. 민손은 스스로 그 이유를 변명하지 않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결국 후처를 쫓아내려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의 뜻을 알게 된 민손은 울면서 이렇게 만류했다.
“어머니가 이 집에 계시면, 저 한 사람이 추워질 뿐이지만, 만약 어머니가 이 집을 떠나 계시지 않는다면, 세 아이가 홑옷을 입고 추위에 떨어야만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자 아버지는 민손의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계모를 쫓아 내는 것을 거두었다. 계모도 지금까지 해 온 자신의 잘못한 점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마음을 고쳐먹고 세 아이를 똑같이 사랑하여 마침내 자애로운 어머니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면, 자신 혼자만 추우면 되지만, 어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으면, 세 아이가 홑옷을 입고 추위에 떨어야 한다는 순수하고 진솔한 마음 가짐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마음 가짐은 한 가정에서는 효심이 지극한 효자요, 우리 모두의 효자라고 감히 표현할 수 있으리라. 이런 효자야 말로 가정을 구하고 더 나아가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충과 효를 겸비한 군자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자라면서 콩쥐, 팥쥐, 신데렐라 등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수많은 계모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과연 모든 계모가 나쁜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과거 중심 사상이 되었던 유학은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계모와 본처 자식 사이에는 진실한 사랑도 존경도 싹트지 않는다고 보았던 것 같다. 이런 사고방식은 자신이 낳은 자식과의 차등을 두는 바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는 부모 사이에 직접 피를 이어 받아야만 진짜 자식이라는 편협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위에서 제시된 이야기는 유학식 사고방식인 조강지처 제일주의와 혈연 중시 주의를 반영한 이야기일 수 있다. 이런 풍조는 남의 자식의 입양을 꺼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들의 살고 있는 세상을 냉정하게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입양을 가서 외국부모 밑에서 훌륭하게 자라 성공한 이 들이 얼마나 많으며, 남의 아이를 입양해서 훌륭하게 키운 우리 나라 부모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낳은 정 보다는 기른 정이 끈끈할 수 있고 부모의 정성을 얼마나 들였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는 이런 편협된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