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오랫동안 잊고 있던 우리의 사촌
현존하는 영장류 가운데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 중 하나인 보노보 라는 동물을 언급하고 있는데, 동물들이 스스로 가축화되는 과정에서 사람이라는 변수를 제거했을 때, 즉 자연선택을 통해서도 자기가축화 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보노보에게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 합니다. 공격성, 폭력성을 보이는 침팬지에 비해 보노보는 이웃 무리에게 공격성을 보이기는커녕 함께 여행하고 먹이를 나눠 먹으며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번식에 있어서는 암컷이 공격성이 가장 낮은 수컷과 짝짓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이유는 보노보가 자원이 풍부하여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지역에 서식하고 있어서 같은 종족 간에 먹이를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암컷과 친하게 지내는 수컷 보노보가 성공적으로 번식하여 많은 후손을 얻는다는 사실은 다정한 보노보 사회로의 진화를 야기하는 선택압이 되었고 이는 자기가축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실험을 통해 보노보에게 다른 가축화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자기가축화의 징후를 찾게 됩니다.
처음 보는 동족과도 음식을 나눠먹고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는 보노보는 침팬지에 비해 같은 무리의 구성원에게 큰 관용을 보였고, 위협을 접할 때는 편도체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농도가 챔팬지의 2배나 되었습니다. 이 신경호르몬의 변화는 보노보에게 공격성을 방지하고 친화력을 증진시키는 생리적 기제가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또한 보노보는 사람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먹이를 두고 협력할 줄 알았는데 이를 통해 침팬지보다 유연한 협력적 의사소통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보노보가 자기가축화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며 자기가축화에서 나타나는 많은 변화 중에서 최초로 나타난 변화인 친화력의 상승은 모든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나타날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특질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4장 가축화된 마음
우리와 가장 가까운 보노보가 자기가축화한 동물이라면 사람도 자기가축화 과정을 거쳐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에 대해서 입증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2장 벨랴예프의 실험에서 여우의 의사소통 능력은 사람을 친근하게 대하거나 겁내거나 하는 감정반응을 기준으로 선택해 번식시킨 결과물이었는데 사람이 가진 의사소통 능력도 감정반응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본 저자는 사람의 감정반응과 어린이의 마음이론 발달에 대한 연구를 언급합니다. 사람의 감정반응은 동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뇌의 편도체의 영향을 받으며 아기 때 보여준 감정반응에 상응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고, 감정반응이 격한 어린이보다 반응이 낮은 어린이들이 마음이론에서 발생한 능력인 틀린 믿음 능력이 빠르게 발달해 언어 발달, 협력과 의사소통 능력에 이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놀람반응 테스트에서는 감정반응이 낮았던 여성들이 위협을 느꼈을 때 높은 참을성을 보여 마음이론과 연결된(공감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감정반응과 마음이론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낮은 감정반응을 보임으로써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더불어 포용력도 향상시키는 쪽으로 자연선택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이렇게 사람에게도 자기가축화가 일어났다면 인간은 어떻게 가축화된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압도적인 인지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저자는 인류의 뇌의 크기가 크면서도 다른 어떤 동물보다 대뇌 신경세포의 밀도가 높은 까닭에 강력한 자제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멸종된 호모 속 다른 사람 종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자기가축화 과정을 겪으면서 감정반응을 더욱 억제하며 관용을 베풀게 되었고, 그에 따라 돌아오는 보상을 통해서 더욱 친화력이 진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친화력의 진화는 협력적 의사소통의 발전을 동반하여 이는 더 큰 규모의 무리, 더 밀도 높은 인구, 이웃한 무리 사이에서의 우호적인 관계가 가능하게 되었고 사회연결망이 확장되면서 기술과 문화의 혁신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종이 기술과 문화발전으로 번성한 것은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자기가축화 가설은 가축화된 동물의 특징 중 하나인 외형 변화가 사람에게도 나타났다는 점에서 근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화석기록을 통해 눈썹활의 높이가 낮아지고 얼굴 길이가 짧아졌다는 점, 그리고 ‘여성적인’ 검지 대 약지 비율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대체로 낮았을 것이며 공격적 성향보다는 보살피고 돌보는 친화적 성향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가축화된 동물의 또 다른 특징은 작은 뇌인데 두개골 화석 크기 비교를 통해 인류의 뇌의 크기가 작아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 호르몬이 뇌크기 수축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우리 종의 발달 단계에서 세로토닌 유용도가 증가하면서 두개골의 크기가 작아지고 모양도 공처럼 동그랗게 변화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과 가축화된 동물의 동공만 연령, 성별과 무관하게 일생에 걸쳐 다양한 색 변화가 나타나는데 사람은 공막이 하얀 유일한 영장류입니다. 이는 상대방 시선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하여 협력적 의사소통을 촉진하게 하고, 눈맞춤을 통해 마음이론 신경망이 반응함으로써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게끔 합니다.
자기가축화 가설은 하얀 공막을 친화력 선택의 결과로 보며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하얀 공막의 눈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사실 이 가축화라는 말도 다소 어패가 있어 보입니다. 단어 자체에, 사람에게 그 동물이 스스로 종속(야생성을 포기하고)되어 적응했다는 걸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사람이 개를 길들인 게 아니라 개가 사람을 길들였다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암튼 생각이 많아지는 대목입니다.
이 책에서는 가축화라는 용어가 자기가축화 로 대부분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말씀하신 의미보다 생존에 유리한 쪽인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가축화라는 단어자체의 의미만 보자면 딱 맞아떨어지지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