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대 위기는 ‘가속 노화’다”
[Books가 만난 사람]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윤상진 기자
입력 2023.01.14 03:00
정희원 교수. /박상훈 기자
정희원 교수. /박상훈 기자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정희원 지음|더퀘스트|288쪽|1만7800원
“신체 노화는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50대는 물론, ‘치매가 생긴 것 같다’는 30~40대 환자들도 많이 찾아와요. ‘가속 노화’가 진행돼 숫자 나이에 비해 생물학적 나이는 훨씬 높은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희원(39)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관찰하는 현상이다. 이전보다 노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만성질환을 빨리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만성질환의 씨앗이 되는 비만은 전체적인 사회의 가속 노화를 보여주는 수치예요. 20년 전 30% 초반에 머물렀던 3040 남성의 비만 비율은 현재 50% 가까이 올랐어요. 여성은 ‘마른 비만’인 분들이 많고요. 가속 노화로 인한 문제요? 부모님 세대가 50~60대에 경험했던 성인병을 10~20년 빨리 겪고,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나머지 노년을 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작 ‘지속가능한 나이듦’(두리반)을 통해 가속 노화 현상이 초래하는 사회적 돌봄 부담을 지적한 정 교수가 신간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를 냈다. 그는 주로 7080 노년 환자를 상대하는 노년내과 교수. “30대 의사가 노인의 몸을 이해할 수 있냐”며 종종 환자들이 의구심을 갖지만, 그는 2012년 전공의 시절 노인의학에 뛰어들어 분자생물학 연구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다. 13일 정 교수를 만나 한국 사회의 ‘가속 노화’ 현상과 건강한 노년을 위한 생활 습관을 물었다.
−책을 쓴 이유는.
“노년을 건강하게 맞이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데도 불구하고, 노인 환자에 대한 맞춤 치료 방식인 노인의학 분과에 대한 관심이 적다. 영국은 1940년대부터, 미국과 캐나다는 1970년대부터 노화 문제 및 노인의 신체적 특성에 근거한 의료 행위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가속 노화란 무엇인가.
“신체 기능의 노쇠화를 속도로 나타낸 생물학적 개념이다. 노화가 진행되는 정도는 한 사람의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정도와 같은데, 숫자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는 다를 수 있다. 90대가 되어도 중년 정도의 신체∙인지 기능을 갖는 사람이 있는 반면, 60대에 요양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얼굴 반쪽에 노년을 예측한 사진을 겹쳐 보이고 있는 여성. 정희원 교수는“‘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욕심을 줄이면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여유가 생긴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와 노화 속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얼굴 반쪽에 노년을 예측한 사진을 겹쳐 보이고 있는 여성. 정희원 교수는“‘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욕심을 줄이면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여유가 생긴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와 노화 속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속 노화가 한국 사회의 ‘최대 위기’라고 책에 썼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가 현재 100만명 수준이다. 요양보호사는 50만명 정도다. 그런데 지금의 고령화 속도와 가속 노화 정도를 계산했을 때는, 20~30년 뒤엔 요양보호사만 150만명이 필요하게 된다. 신체 기능이 떨어진 현재의 중년들이 조기에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나중엔 온 나라가 이 일을 하는 데만 모든 역량을 써야 할지 모른다. 저출생·고령화는 절대 아이만 낳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미래의 노인들이 스스로 신체 기능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돌봄이 덜 필요한 사회가 될 때 장수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는 것이다.”
-가속 노화는 왜 생기나.
“부족한 신체 활동, 불균형한 식사, 술과 담배, 비만…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것이 어떤 즐거움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쾌락 중독’이다.”
-쾌락 중독?
“더 많은 자극을 좇을수록 뇌에선 주관적으로 느끼는 즐거움이 축소되는 작용이 일어난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치명적이다. 남보다 내가 잘나가야 하는 소셜미디어 구조가 과시적인 소비와 욕심을 부추기고, 스트레스와 더 큰 쾌락에 대한 욕심을 부른다. 술과 담배 등 중독에도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희원 교수. /박상훈 기자
정희원 교수. /박상훈 기자
-’느리게 나이 드는 법’은 무엇인가.
“핵심은 네 가지 축이다. 신체적 활동(운동), 마음건강, 질병으로부터의 건강, 그리고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다. 단순히 운동 열심히 하고, 잘 자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감각적 즐거움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욕심을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자극이 줄어들더라도 즐거움의 크기는 늘어난다. 장수하는 사람을 연구한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다. 그들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노쇠화가 진행된 노년은 어떻게 하나.
“노쇠화가 진행된 경우도 네 가지 축의 건강관리 방법을 꾸준히 따르면 큰 폭으로 좋아질 수 있다. 다만 연령대에 맞는 신체 관리가 필요하다. 잡곡밥 먹으면서 하루에 2만보를 걷는데,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찾아온 70대 환자가 있었다. 30~40대 때 해야 할 일을 지금 하고 있어 생긴 문제다. 생애주기별로 신체 건강을 위한 행동은 달라진다. 시간이나 유전은 어쩔 수 없지만, 내게 ‘무엇이 중요한가’를 되묻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노화 지연에 큰 효과가 있다. 실제로 마음건강이 좋아지면서 불안이나 불면에 쓰는 약도 줄이고, 아픈 부분도 줄었다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노화는 요행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이 잘 늙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가장 이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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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cwleelee
2023.01.15 07:03:26
노년기에는 적당한 일과 운동 과음과식 욕심피하고 편안한마음으로 살라는 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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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3.01.14 05:20:28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을 '교수(敎授)'라 이른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라 하든지, 대학이 아닌 의료기관을 나타낼 때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과장'따위로 직위를 맞추면 좋겠다.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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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性醫學 설현욱
2023.01.15 08:29:49
.... 정희원.. 서울대 병원장 했던 나보다 3-4살 위인 신경외과 정희원 교수가 아니라.. 젊은 친구.. 서울의대 그리고는 2019년 카이스트 理學박사.. 아산병원 임상조교수.. 그냥 일반내과 보는데 노인을 위주로 보는 친구.. 加速老化.. accelerated aging..라는 단어를 의학계에서 쓰던가..? 생물학에서나 쓰지.. 그리고 좀 읽어봐도 뭔 애기인지 잘 모르겠군.. 오히려 평균수명이 2년에 1년식 올라가면서 가속 청년화라고 해댜 할 것 같고.. 마치 카이스트 박사를 받고 의대에 들어와야 하는데 거꾸로 커리어를 쌓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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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gildon****
2023.01.15 02:46:17
노인에 들어가지 일보 직전인데 도움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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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국지사
2023.01.15 07:20:59
한국은 사실상 망한 나라다. 물론 한국 자체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미래의 한국은 과거의 한국과는 많이 다른 국가일 것이다. 저출산 해결하려는 의지들 자체가 없다. 그리고 저출산은 오로지 남자들의 의지만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정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남자만이 가질 수 있는 목표다. 여자가 사회에 진출해봤자 버는 돈 전부 사치에 쓰고 30넘어서 처녀도 아닌데 모두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혼 시에 재산분할때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동산까지 분할하라는 말도 안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들더러 결혼을 하라고? 남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디시 주식갤러리 같은 서브컬처 사이트에서 사실상 대한민국 남성들의 모든 철학과 사상이 공유되고 있다. 노인들이나 조선일보 같이 스스로 고상하다고 여기는 집단에선 저출산 문제가 어떻게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다뤄지는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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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자
2023.01.15 02:46:12
외부 자극에 반응만 하면 동물이다.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나이 먹어 욕심은 쥐약이다. 태극기도 너무 흔들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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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1
SPC
2023.01.15 09:07:07
노년내과?? 노년이면 전 부문을 다 볼 수 있는 만능 전문? 치매.각종 암, 심장, 등등 다 전문이다?? 가정의학과 있는데 또? 참..정식으로 경쟁 안 되니 꼼수만 느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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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2023.01.15 08:55:25
초고령국가에 들어선 한국이 자나깨나 노인건강이나 노인복지국가 타령이다.천년을 산노인은 만년을 더 살고픈 게 인생이다.미래문제는 후손들의 몫이지만 우선 노인들의 복지건강을 챙겨주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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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북
2023.01.15 08:43:20
'이유식'은 있는데 왜 '노인식'은 없는가? '유아복'은 있는데 왜 '노인복'은 없는가? '소아 청소년과'는 있는데 왜 '노인과'는 없는가? '탄생과 성장'은 관심사인데 '노화와 죽음'은 왜 외면하는가? 각자도생인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가랑잎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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