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
자연유산 가치 알리며 생생한 환경생태교육
하남에 위치한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송골매,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소쩍새... 천연기념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새의 성지다. 조난당한 새들을 구조하고 재활훈련을 시키며 야생에 방사하기 전까지 보살펴 준다. 이곳은 체험 중심의 생생한 생태환경교육이 이뤄지는 배움터이기도 하다.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자연유산도 문화유산, 무형유산처럼 우리의 귀중한 국가유산이다.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를 설립한 황대인 센터장은 천연기념물 야생 조류 연구와 생태환경교육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새 아빠’다. 조류생태학을 공부한 무형유산 제8호 매사냥 기능 이수자며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야생동물 특성에 맞춰 제작된 센터의 새 우리에는 다양한 맹금류가 산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700여평 규모의 센터를 돌며 천연기념물 조류의 특징을 생생하게 익힐 수 있다.
Q. 조류생태학 연구진, 야생동물 구호센터 관계자, 생태환경 강사,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 조류 구조와 재활훈련, 맹금류 연구, 인공 번식, 생태환경교육을 진행해요. 자연유산 지킴이 활동의 일환으로 아가새돌봄단을 운영합니다. 조류 연구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맹금류 둥지마다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세밀하게 관찰하지요. 실시간으로 전송된 영상은 새의 습성을 연구하는 기초 자료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야생에 사는 천연기념물 조류 연구도 병행합니다. 숲속에 IoT 기술을 접목한 새집을 달아요. 이 안에는 특수 카메라가 설치돼 있죠. 새들의 생생한 일상을 담은 영상이 센터 서버로 원격으로 전송되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야생동물의 생태를 연구합니다. 새집 달기는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린이, 일반인,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Q. 어릴 때부터 새를 좋아했다고 들었습니다.
새가 좋아 조류도감을 끼고 살았고 서울의 숲 곳곳으로 나 홀로 새를 보러 다녔어요. 조류학자를 꿈꿨죠. 당시 창경원(현 창경궁) 동물원은 부엉이, 매 같은 맹금류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기에 최적의 놀이터라 틈날 때마다 찾아갔어요. 그러던 어느날 교복 입은 형이 휘파람 불며 새를 유인하는 걸 봤어요. 故 김수일 박사였죠. 빼어난 조류학자로 훗날 황새 복원에 성공한 주인공입니다. 새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우리 둘은 서로의 덕후 기질을 알아보고 친해졌어요. 새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남산도서관 다니며 조류학 관련 책을 독파하고 당시 맹금류가 많이 살고 있었던 광릉숲으로 함께 새를 보러 다녔어요.
Q. 조류학자를 꿈꿨던 소년은 어른이 돼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음원 관련 비즈니스를 오래 했습니다.
어느 날 집 근처에서 들려오는 낯선 청년의 기타 연주에 홀렸죠. 청년을 찾아가 기타를 배우고 피아노를 치며 음악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청년은 훗날 매형이 됐어요(웃음).
청소년기 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 건 음악과 새였습니다. 진로를 선택할 때 두 개의 길을 놓고 갈등을 하다 음악을 택했고 작곡과에 진학했어요. 클럽에서 연주를 하거나 멤버들 여섯을 모아 협연하는 등 대학생 때부터 음악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컴퓨터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이 즈음입니다. 제가 하나에 꽂히면 만족할 때까지 파고드는 성향이에요. 일본으로 가서 컴퓨터 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웠습니다. 노래방 기기가 본격 도입되기 전이었으니까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었죠. PC통신 음악동호회 회장까지 맡고 있던 터라 온라인상에서의 영향력도 있었죠. 본격적으로 디지털 음원 비즈니스에 뛰어들었습니다.
Q. 조류생태학 분야로 인생 진로를 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업은 계속 커졌어요. 공중파 음악 예능에 음원을 제공하고 가수를 키우는 등 업계에서 꽤 잘나갔죠. 음악의 길로 접어든 저와 달리 김수일 형은 조류를 계속 공부하고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죠. 형과 계속 연락하며 지냈고 취미 삼아 새도 보러 다녔어요.
그러다 번아웃이 찾아왔어요. 사업을 접고 방황을 했죠. 한때 노가다 현장을 다니며 ‘황씨’로 살기도 했어요.
차츰 마음에 안정을 찾았고 건대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조류생태학을 공부했습니다. 이때 인연이 되어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정부보조금 받아 운영되는 구조센터를 시스템을 갖춘 사회적기업 형태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고민했죠. 국립중앙도서관을 드나들며 책, 논문 찾아 읽으며 인문학, 조류학, 생태학을 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저만의 지식으로 소화했죠. 매사냥에 흥미를 느껴 대전의 국가무형유산 박용순 응사를 찾아가 제자가 됐어요. 그 인연으로 무형유산 제8호 매사냥 기능 이수자가 됐고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 사무총장을 맡아 지금까지 활동중입니다.
Q. 매사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입니다. 어떤 가치에 주목했나요?
매 사냥은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수렵활동입니다. 일제강점기에도 매를 이용해 농한기인 겨울에 꿩이나 토끼 같은 동물을 잡았다는 기록이 나오죠. 매의 악력은 대단해요. 한번 발톱으로 토끼나 닭 같은 먹이감을 잡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죠. 용맹의 상징인 ‘해동청’은 동쪽의 푸른 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매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유산입니다.
남산한옥마을에서 전통문화 체험으로 매 사냥을 시연했는데 호응이 컸어요. 매의 발에 매인 가죽끈을 고리에 걸고 먹이를 손에 올린 다음 매를 가까이 오게끔 해 친밀해지는 줄밥부르기 체험을 진행했는데 어른, 아이 모두가 흥미로워했지요. 약 6년 동안 진행한 남산한옥마을 인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며 매를 가지고 인문, 역사, 생태를 아우르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Q. ‘아가새돌봄단’ 운영 등 어린이, 청소년, 성인 대상 환경생태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활동의 의미를 짚어주세요.
시민활동가들 덕분에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큰부리까마귀, 물까치, 직박구리, 되새 등 많은 새들이 새로운 삶을 찾았습니다. 조류학자, 생태환경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강의를 듣고 재활훈련, 방사까지 함께 참여합니다. 일련의 활동을 통해 자연유산 보호와 생물주권, 생물다양성 증진 등의 가치를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낍니다.
Q. ‘가치로움만으로 안된다. 산업에는 재화가 흘러야 지속성을 갖는다’는 지론이 인상적입니다. 현재 준비중인 프로젝트가 궁금합니다.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원봉사에만 기대면 활동이 연속성을 가지고 확산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재화가 흐르는 비즈니스로 발전시켜야 하지요. 저는 해외 반려조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중동이나 대만, 중국에서는 반려조 문화가 발달해 새를 키우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특히 오일머니가 많은 중동사람들은 매를 좋아해요. 한 마리에 수억 원을 주고 거래할 만큼 큰 시장입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맹금류 생태계, 번식을 오랫동안 연구했고 인공 번식에 성공했습니다. 영양 공급, 일조량 등 변수가 많은 굉장히 까다롭고 어려운 과정이었죠. 지금까지 95마리를 부화에 성공시키면서 자체적으로 고급 기술을 축적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맹금류 인공 번식 기술을 반려조 비즈니스에 접목시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매, 부엉이처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의 포획와 거래를 금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인공 번식을 통해 태어난 새들은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주고 수출 등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인공 번식 기술은 축산 농가에도 보탬이 됩니다.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산업은 발전합니다.
Q. 국가유산지킴이 활동 단체와 경인권거점센터와 함께 하고 싶은 일, 건의 사항은 무엇인가요?
각 단체가 지닌 강점을 하나로 모아 국가유산, 생태환경, 역사를 하나로 융합한 킬러 콘텐츠를 공동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싶습니다. 21세기형 품앗이인 셈이죠. 기후변화 위기 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특화된 자연생태교육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양질의 수익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정부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 단체가 자립할 수 있습니다.
매 사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입니다.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우선 천연기념물인 매의 개체수가 많아져야 하죠. 맹금류 인공번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을 위해 경인권거점센터에서도 동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혼자는 약하지만 여럿이 힘을 보태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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