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격자 : 한도O
# 취업분야 : IT
# 근무지 : 일본 카나가와
안녕하세요. 저는 경력 6년차 웹개발자입니다. 이번에 제니엘을 통해 일본취업에 성공하였습니다.
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저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국위선양이나 제 미래의 경쟁력을 설계하고자 일본에 가서 일을 하려고 하는건 아닙니다. 어린 시절 집안 사정으로 이루지 못했던 꿈을, 제가 쌓아올린 힘으로 이루러 가고자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이지요. 이 글을 읽고 뭔가를 깨달았다거나 참고로 해야겠다는 부분이 매우 적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혹시 저와 같은 분이 계실지 모르니 제 나름의 취업후기를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중학생때부터 일본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쪽에서 일을 하고 싶어했던, 흔한 서브컬쳐 팬보이였습니다. 일본음악 좋아하고, 일본애니메이션 좋아하고, 일본드라마를 좋아했죠. 원래는 대학도 일본쪽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고2때 JLPT 2급에 응시하여 취득을 했습니다. 1급은 떨어졌습니다. (당시엔 N1,N2가 아니었음) 공부는 순조롭게 하였으나 집안 사정이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에 아이고 4년제 대학은 무리다. 라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취업을 목표로 전문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케이스죠. 다행히 저는 원래 컴퓨터를 잘 다루는 소년이었고, 모르는게 있으면 알 때까지 하는 고집있는 성격이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던 것 같습니다.
일본어와는 전혀 관계없는 개발자 일을 하면서도 일본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성적으로 일본쪽 지식에 관심을 가졌고, 군대에서 공부를 하면서 JLPT N1을 취득하고, 일하다가 JPT도 따로 응시하였습니다. 구체적인 계획도 비젼도 없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일본에서 일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틈틈이 서울시내에서 하는 일본어 공부 스터디나 전화일본어회화 등으로 일어실력을 갈고 닦았습니다.
어느날 제가 같은 회사에서 5년동안 SI를 하며 야근, 철야, 주말출근 등을 하다가 어느 날 새벽, 퇴근하다가 바라본 일출을 보는순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이직할때가 되었다고 말이죠. 한국에선 그래도 어느정도 경험을 쌓았으니 이제 내가 어려서 가볼 수 없었던 일본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하면서 일본에서의 일자리가 혹시 있지 않나 여기저기 면접을 다녀보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실망을 하게 됩니다. 국내에서 모집하는 대부분의 한국계 일본회사는 들어가면 몸도 마음도 망칠 것 같은 각박한 조건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해외로 떠나고 싶다는 바램은 있었지만, 국내에서 개발자로서 제법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수상한 회사들을 믿고 쉽게 출국을 결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겪은 국내 시장이나 업계 상황에 비추어 생각해 봤을 때 대부분의 한국계 일본회사들은 국내 시장의 메리트를 포기하고 갈만큼 토대가 단단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면접보러 돌아다닌 회사들은 6년간 제가 일하면서 봤던 최악의 회사로 치부할만한 조건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경력자가 생각하기엔 '피해가야 할' 그런 회사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제 다음 이직처는 일본이 아니라 그냥 한국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일을 해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괜찮은 회사와 링크가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취업사이트에서 그냥 근무가능지역에 '일본'을 토글해놓았을 뿐이었죠. 마침 일본에서 일할 개발자 인력을 찾고 있던 제니엘 측에서 연락을 받았고, 면접 끝에 이렇게 일본 취업까지 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도에서 발간된 베스트셀러 중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인도의 슬럼가에서 자란 무식한 소년이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을 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부정행위가 있었을거라며 구속당한 소년을 어느 변호사가 도와주게 되는데, 변호사가 이 소년의 삶을 되짚어보니 퀴즈쇼의 문제는 우연히도 소년의 삶 속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소년은 그냥 열심히 일상을 살아왔던 경험을 되살려 덤덤히 문제를 맞출 수 있었다는 내용이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운칠기삼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납니다. 세상사 개인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노력이 드러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제 경우도 그렇습니다. 제 일본취업 과정의 상당 부분은 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단 제니엘을 통해 일본쪽 기업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 운이 좋았던 셈이죠. 일해보실 생각 있으시냐는 연락을 받고 면접을 보러 갈때만 해도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도 이상한 곳이면 그냥 조건 괜찮은 IT회사나 찾아봐야지. 하고 반 포기상태로 찾아갔습니다만 이렇게 취업이 성사되고 나니 운이 좋았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제가 여태까지 겪어온 삶이 없었다면 아마 계약까지 다다르지 못했겠지요. 학생시절부터 일본에 흥미를 가졌던 점, 평소에 일본어를 준비했던 점, 일본어를 준비했던 덕분에 업무 가능 지역이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까지 토글해놓을 수 있었던 점, 일본 IT회사의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프로젝트 경력을 쌓아놓았던 점..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로 모여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제니엘에서 연락이 온 것이 운이 좋다고 느꼈을까요.
저는 한국계 일본회사들과 면접을 볼 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서, 고용주가 되는 일본기업이 어떠한 노력을 준비하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다른 회사들과 달리 제니엘과 R모사과의 컨택 결과가 긍정적이었던 이유는 제가 면접봤던 회사들중에 가장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커리큘럼이 체계화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던 일본에서의 생활을 위한 주거환경이나 안정되기까지의 지원 일본에 대한 예비지식 교육 등 저와 같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배려가 느껴졌던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나서는 실제 개발자가 파견가는 과정 등 일의 진행방식이 국내 IT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이점은 아직 제가 일을 시작하지 않아 뭐라 자세히 적기 어렵네요. 덧붙이자면 제가 면접과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말했던 단어는 はい、하고 わかりました。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아예 복잡한 대답이 나오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장 걱정했던건 일본 직원분과의 의사소통이 과연 얼마나 스무스하게 될 것인가..와 같은 언어 문제였습니다만, 언어 문제는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딱히 일본어가 아니라, 모국어인 한국어로 한국회사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도 서로 어지간히 말이 안통하는 경우가 많았던걸 떠올리면 생각보다 그렇게 무거운 중압감이 느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올바른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학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꾸준히 정진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그래도 제가 한국에서 외국분들을 대할 때와 같이, 일본에서 일을 할때도 제가 외국인이라는 점이 인지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말이나 표현을 정석대로 신경써서 해주리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해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의사소통은 국내에서 대충대충 의사소통 하는 것 보다는 산으로 갈 가능성이 더 낮아질지도 모르는거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여러가지 고난이야 있겠지만 그런게 무서워서 한국에 있느니 저는 떠나보려고 합니다. 어떤 정보를 얻고자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께도 좋은 소식 있으시길 빕니다. 졸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한도O님 따뜻한 후기 감사합니다!
일본취업을 꿈꾸고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후기가 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