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한수석인총연합회
운영위원장 이 수 연
성남 산들애석회 ’운포 정순석 중앙이사‘와 함께 2023년 청주시수석인연합회 회원전 가는 길 우윳빛 하늘에서 이슬비가 내린다.
수석취미 생활에 입문한 지 20여 년, 그동안 전국의 많은 애석인들과 교류하면서 석정을 쌓고, 자연 풍광이 수려한 탐석지에서 그날의 추억이 담긴 돌을 품에 안고 기뻐했던 적지 않은 세월이다.
자연에서 물 씻김 되어 양석 된 돌은 세월이 담겨 있다. 억겁 년 고진 풍파에 깨어지고 다듬어져 한 점 수석(壽石)으로 완성되는 여정은 사람의 인생사(人生史) 삶과도 같다. 우리 삶도 이생에 나와 성장해가고, 사회생활 공동체 안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크고 작은 사연들로 성숙해간다.
자연에서 귀하게 얻어지는 아름다운 돌 한 점은 인생에서 좋은 사람과 인연(因緣)을 맺는 사연과 매우 닮았다.
돌은 말이 없다. 투정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언제나 탐하지 않는 모습으로 함묵(緘默)하는 사랑스러운 형상이지만, 사람은 조건 없는 사랑만으로 인과관계(因果關係)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석(壽石)의 미학(美學)을 알아가고, 대자연에서 심미안(審美眼)으로 한 점 돌과 만남은 기쁨이 되고, 행복을 얻는 수석취미 생활로 내게 인생 최대의 행운으로 생각된다.
수석(壽石)을 접하고, 수석 전시회를 찾아 견문을 넓히면서 연륜이 쌓으니 애석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德目)을 생각하게 되고, 심미안(審美眼)도 깊어져 애석인들과 돌을 보는 관석(觀石)의 미학을 논하게 되었다. 형상이나 문양이 똑같은 돌은 이 세상에 없다. 탐석지마다 특색있는 석질로 형태와 문양이 비슷하게 보일지라도 결코 똑같은 형상(形像)의 수석(壽石)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특색이 있는 돌 한 점 한점은 지난날 일기장처럼 그 돌과 만남이 있던 날 자연의 풍광과 애석인(愛石人)들과 함께했던 갖가지 추억이 담겨 있다.
초심자가 수석취미 생활에 심취하기 위하여는 탐석여행이 큰 도움이 된다. 탐석지에서 선배 석인과 함께 하는 시간은 수석문화를 이해하고, 수석(壽石)이 되는 돌을 알아가는데 큰 공부가 된다. 돌밭에서 탐석하는 일정도 좋지만, 그곳 풍광에서 자연의 냄새를 만끽하고, 대자연 푸른 숲 계곡, 몽돌밭 해변, 푸른 강여울 등 수려한 돌밭 산지에서 준비한 점심에 한 잔 술을 나누는 석정이 담긴 정겨운 시간은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퍽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괴산 청천
물안개 피어나는 푸른 강
휘감아 내리는 은빛 여울
모래톱 몽돌밭에 기쁨을 안고 걷는
발걸음도 가벼운 석인의 마음
저만치서 다가오는 빛나는 아침 햇살 아래
몽돌밭 돌 틈새에 피어나
눈 맞춤 하는 패랭이꽃
기쁨 한 송이 사랑스러운 꽃일까?
마음속에 탐하는
꽃무늬 반문 된 문양석 한 점 돌일까?
아!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
하늘은 푸르고 땅은 향기로워라!
수석(壽石)의 유래(流來)는 태곳적에 인간이 대자연에서 만나게 되는 자연 거석에서 조형의 미(美)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이론은 꽤 타당성이 있다.
이후 그보다 작은 돌을 명승 대가 정원이나 궁궐 장치석으로 옮겨 조경하게 되고, 사람의 품에 안길만 한 적당한 크기로 조형미가 뛰어난 돌이 사랑채나 안방으로 옮겨 반닫이나 문갑, 화초장 위에 놓아 감상하게 되니 곧 수석문화(壽石文化)의 태동이다.
수석에 대한 문헌이 많지만 진정 수석을 사랑하였고, 시(詩)를 짓고, 서화를 그려 남겼다는 옛 선인 학자가 있었으니, 우리 애석인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중국 복송 때 ‘미불(1051-110)이다.
여기에 ’미불‘이 소장했다고 전해지는 연산석(硏山石)에 관한 일화가 있어 옮겨본다.
“연산석(硏山石)은 한문으로 연硏(갈 연硏, 또는 벼루 연硯)으로 벼루처럼 이 돌에 먹을 갈아 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연산석(硏山石)은 한자 남짓한 크기로 서른여섯 개나 되는 봉우리가 있고, 좌우가 불룩한 산수 경을 하였으며, 중앙은 들녘처럼 평평하여 벼루로도 사용했던 천하 명석이다.
미불米芾이 그 돌을 현재의 강소성(江蘇省) 단양(丹陽) 인근 감로사 아래쪽 숲이 우거지고 푸른 강이 흐르는 소중용蘇仲容 소유 땅과 맞바꾼 후, 그 돌이 다시 보고 싶어 소중용蘇仲容에게 청했으나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미불米芾은 그 돌이 너무 보고 싶어 탄식하면서 그 돌을 서화(書畫)로 그리고 시(詩)를 읊으며 마음을 위로했다.
이때 그린 그림이 보진재연산도(寶晋齋硏山圖)이며, 보진재(寶晋齋)는 ’미불米芾‘이 세운 서재의 명칭이다. 이 연산석(硏山石)으로 소중용蘇仲容이 시(詩)를 지었고, 미불米芾도 아래와 같이 시(詩)를 지어 그리워하였다.
⌈연산硏山을 다시 볼 수 없으니 시詩를 읊는 데에 헛된 탄식뿐이다.
오직 갖고 있는 ‘두꺼비 돌’ 만이 나를 향하여 눈물을 뚝뚝 흘릴 뿐이다.
이 돌이 사람에게 한번 들어간 후에는 내 손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구나.
항상 친구들과 함께 가서 그것을 보자고만 하여도 꺼내 보이지 않으니
소공蘇公은 정말 인색한 사람이다.
내가 지금 붓을 들어 상상하며 그 돌 그림을 그리니. 그럴 듯이 비슷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제부터 마땅히 우리 집에 뛰어난 기운이 다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연산석(硏山石)이 얼마나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오묘한 천하 명석인지를 미불米芾의 시(詩)에 잘 나타나 있다.
미불米芾은 “자연에서 인연(因緣) 된 돌(壽石)에게 절을 한 후 집으로 모셨다.” 하여 ‘돌 어르신’ ‘배석拜石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 북송시대 서예가(書藝家)이고, 학자(學者)며, 자(字)는 원장(元章)이다.
미불米芾이 원장元章의 상석 법으로 수석(壽石)의 조건을 정의하였으니, “어양석보”에서 말하기를 “수(秀), 수(瘦), 아(雅), 투(透)”라 하였다.
미불米芾이 활동하던 시대 바로 후에 생존했던 북송시대에 수석을 사랑하고 정의한 사람이 한사람 더 있었으니 ‘미원장米元章’이다.
미원장米元章은 명석의 조건으로 ‘투(透), 준(皴), 수(秀), 수(瘦)라 하여 자연 세계 수석의 조건에서 투(透) 돌에 구멍이 뚫리고, 준(皴) 돌 표면에 주름이 많은 것, 수(秀) 형태가 뛰어나고 기품이 있는 것, 수(瘦) 군살 없이 여위어 보이는 돌을 수석(壽石)의 조건으로 정의(定意)하였다.
이들 수석을 아끼고 사랑했던 옛 선인이 남긴 “수석(壽石)의 정의(定意”는 지금도 우리 석인(石人)들 입에서 자주 회자하는 소중한 문헌이다.
남청주 I, C를 앞두고 차가 많이 밀려 차창 밖을 보니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하여 살포시 고개 숙인 논에 날개를 접고 먹이를 찾는 논병아리, 노랑부리백로가 평화롭게 보이는 자연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중부고속도로 변 잘 정돈된 논에 백로들이 하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습이 정겹다.
이제, 올해 장맛비가 그치면 석인들은 물이 빠질 때를 기다려 탐석지 수려한 강여울과 하천을 찾을 것이다. 꿈을 안고 살가가는 삶은 기쁨이 있다. 좋은 인연(因緣)으로 한점 돌과 만남을 기약하면서 세속(世俗)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자연에서의 하루 여정은 치유의 시간으로 마음에 큰 수양이 된다.
청주시수석인연합회 회원전을 하루 앞둔 저녁 시간, 전국에서 모인 (사)대한수총 애석인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청주에 연고가 있는 이광일 총회장과 김재현 연합회장, 황주영 사무처장, 임원들이 반갑게 맞았다.
석정(石情)과 석담(石談)이 무한 이어지는 전야제 친교의 시간은 애석인 간 수석문화를 공유하는 만남의 장으로 (사)대한수총 중앙 임원과 지역 수석인연합회, 단위 수석회 회원 간 유대가 활성화되고, 수석 사랑을 통한 회원들이 수석 전시회를 함께 하는 원동력이 된다.
탐석지에서 귀하게 만난 돌은 양석의 과정을 거쳐 수석 전시회에서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수석(壽石)의 미(美)를 갖춘 한 점 돌로 출품되고, 석인의 자존감이 더해져 연출되어 전시된다.
대자연에서 자유롭고 풋풋한 기쁨을 얻는 돌과의 인연(因緣)이 수석문화(壽石文化)의 시작점이라면 수석 전시회는 애석인들이 품위를 갖춰 함께 연출하여 세상에 내놓는 연극 한마당 대장정 마지막 활짝 피어나는 꽃이라 할 수 있다.
청주시수석인연합회 회원전에서 함께 한 애석인들과 뜻깊은 시간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성남수석회 초혜 이서윤 회원, 충북 진천 ’돌 누리 수석회‘ 우송 이승규 회장과 함께 청담 김훈섭 직전 회장 집을 찾았다.
자탐석(自探石)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려한 수석(壽石)들이 마당과 거실, 석실에서 반갑게 맞는다.
장마철 창밖 빗줄기 소리가 요란한 어둔 밤, 수석(壽石)을 사랑하고 수석문화(壽石文化)를 사랑하는 애석인들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일박 이일 간 청주시수석인연합회 회원전을 찾아 수석 단상(壽石 斷想)이 있던 여정을 회상해 본다. ▪
첫댓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