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세상 / 이기철 - 낭송 남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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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세상 / 이기철 - 낭송 남기선
이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싶은 일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을 붉히면
발자국 소리 죽이고 그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
마을 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
식구들이 저녁상가에 모여앉아 꽃물든 손으로 수저를 뜰 때
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
그 날 밤 갓 시집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아일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 혼자 베갯모를 베고
그 소문을 花信처럼 듣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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