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1,000원이면 붕어빵 열 개에 덤으로 한 개를 더 주었다.
초등학교 앞 골목에 붕어빵을 파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할머니의 붕어빵 굽는 솜씨와 붕어빵 냄새는 온 동네에 소문이 나서 항상 문전성시였고 굽는 족족 품절이었다.
학교 하교 시간이면 가방 멘 꼬마들이 쪼르르 모여들었다. 어른 배꼽 높이에 올락 말락 한 머리를 빼꼼히 쳐들고 내 것은 언제 나오나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긴 걸쭉한 반죽을 형틀에 붓고 숟가락으로 한 덩이 떠낸 팥앙금을 털어내는 시간은 얼마나 더뎠던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굽자마자 사라지는 붕어빵을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으니 할머니는 손보다 마음이 더 바빴을 것이다.
붕어빵이 가득 담긴 봉투를 가슴팍에 안고 덤으로 내주는 붕어빵 하나를 손에 쥐면 사람들은 해맑은 얼굴로 잽싸게 골목을 벗어났다. 행여 품 안의 온기가 사그라들세라 후다닥 뛰어가는 아이와 어른들은 겨울 풍경 일부였다.
정겨운 추억이 있어서인지 한겨울이 되면 갓 구운 붕어빵이 먹고 싶어진다. 어느 때 인가부터 붕어빵이란 이름 대신 잉어빵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할머니 왜 잉어빵으로 바뀌었어요?”
“응 붕어빵을 오래 먹으면 질리잖아, 그래서 바꾸었지?”
“ 아 그렇구나, 그럼 담엔 무엇으로 바꿔요?”
“음 뭐로 바꿀까. 고래 빵으로 바꿀까?”
"너무 커서 어떻게 먹어요?"
어린 아이와 할머니의 대화가 재밌다.
얼마 전 산책길에서 잉어빵 노점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복작복작하게 모여 있는 것이 맛집이 틀림없었다.
잉어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겨울 추위를 비집고 퍼져 나왔고 바삭바삭한 식감과 달짝지근한 맛이 절로 떠올라 허기가 없어도 군침이 돌았다.
고물가 시대에 언감생심 덤까지 바랄 수야 없지만, 1,000원에 10개를 사던 시대에서 2,000원을 주어야 잉어빵 3개다.
그래도 부담 없이 맛보는 든든함만큼은 여전한 겨울철 최고의 간식이다.
오늘은 슈크림 맛에 도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