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리드루가스/ '카밍시그널' 을 읽고 (독후감)
김견남
생각지도 않게 만 3살짜리 푸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갈색 털을 가진 수컷 ‘쪼리’와 흰색 털을 가진 암컷 ‘베라’다. 강아지 키우기는 문외한이라 어떻게 하면
강아지와 잘 보낼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가 관련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좋은 기회에 내가 원하는 내용의 책 ‘카밍 시그털’ 을 읽게 되어 너무 기뻤다.
개들은 자신이 공포를 느끼거나 스트레스 혹은 불안감을 느낄 때, 신호를 통해 자신과
주위의 동료를 진정시키고 무리를 안정시킨다고 한다.
개들의 신호 카밍 시그널.
개들이 하나의 신호를 통해 서로 대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아했는데 함께 지내다 보니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가 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현관 밖에서 앞집 문소리가 나면 베라가 먼저 으르렁~한다.
그다음 쪼리가 바로 멍멍~하고 현관 앞으로 달려가서 둘이 머리를 맞대고 짖어댄다.
그러다 앞집 현관문 소리가 안 나고 조용해지면 베라가 먼저 짖기를 멈추고 쪼리도 바로 짖기를 멈춘다.
산책을 나가서도 그렇다. 다른 산책 나온 강아지를 보면 베라가 먼저 멍! 하고 짖고 뒤이어서 쪼리가 달려들면서 멍멍 짖는다.
얼핏 보면 저러다 달려가서 상대 강아지를 물고 싸울 것 같은 상황 같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 냄새를 맡고 온순해진다.
나름 쪼리와 베라의 서열이 정해진 것 같은데 먼저 짖는 베라가 서열 위일까 뒤따라 가며 짖는 쪼리가 위일까 궁금해진다.
내가 이 책을 보기 전에는 강아지가 짖으면 무조건 목줄을 끌어당기면서 상대방 강아지한테 못 가게 하기 바빴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강아지들만의 대화가 있다는 것과 가만히 두면 자기들이 의사 표현을 하고
물거나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는 그냥 두었는데 신기하게도 괜찮았다. 책은 정말 위대하다.
강아지는 낯선 강아지를 만나도 금세 친해지는 것 같고 주인이 억지로 끌고 갈 때까지 서로 살을 맞대며 냄새를 맡는다.
아파트에 살아서 쪼리와 베라가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서 이웃집에 불편을 주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어쩌지 하는 맘에 걱정이 많았었는데 초기 교육이 잘 되어서 그런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앞집 사람이 드나들 때는 그렇게 짖어대는 애들이 내가 외출하고 집에 들어갈 때 는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처음에는 애들이 잠자고 있나보다 생각하며 현관문을 살짝 여는데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강아지 두 마리가 현관문 앞에 서 있다가 문 열기가 무섭게 달려들면서 꼬리치고 반갑다고 난리다.
나를 격하게 반겨주는 쪼리와 베라를 보면서 사람들이 왜 반려견을 키우는지 알 것 같다.
강아지라면 질색을 했던 남편도 쪼리와 베라를 귀여워하고 산책을 함께하거나 목욕을 할 때에도
내가 목욕을 시키면 드라이로 털을 말려 준다.
마치 어린아이가 생긴 것처럼 집안에는 활기가 가득하다.
처음에는 침대에서 데리고 자기도 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뭔가 규칙을 정해야 할 거 같았다.
적어도 잠자리만은 따로 해야 될 것 같아서 궁리 끝에 베란다에 친환경 장판을 사다가 깔고 강아지 집과 패드를 내놓았다.
잘 적응할까 걱정이 많이 됐지만, 책에서 읽은 대로 7일간만 꾹 참고 실행하면 개들은 무엇이든
받아들인다는 글을 굳게 믿고 그대로 실천했다.
첫날 베란다에 내보내고 문을 닫았을 때는 난리가 났다. 거실 유리문에 두 발을 올리고 계속 헥헥 거리면서 할퀴어댔다.
그래도 모른척하고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갔는데 글쎄 그 사이에 베라가 안방 창문을 뛰어넘어 들어와
이불 속에서 엎드려 있는 게 아닌가.
평소에는 방바닥에서 침대도 못 뛰어오르는 베라였다.
그런데 베란다에서 안방 창문을 뛰어넘어 침대로 올라온 건 초능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너무 놀랐고 안쓰러웠지만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7일간만 독하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베라를 안아서 베란다에 내놓고 안방 창문까지 닫은 뒤 불을 껐다.
다행히 강아지가 두 마리라서 서로 의지하며 잘 견디겠지 하는 맘으로 모른척 할 수 있었다.
밤새 제집으로 안 들어가고 계속 창문 밑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모르는체하고 잠을 청했다 중간에 몰래 거실로 나가서 베란다 쪽을 보면 강아지들은
내가 나온 소리를 어떻게 들었는지 용케도 창문에 매달려서 제발 안아가 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독하게 외면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사 일.
내가 “얘들아 잠자러 가자”하면 따라는 오는데 내가 들어오려고 하면 어느새 더 빨리 거실로 들어와 있다.
난 어떻게든 잡아다 베란다 개집에 넣어놓고 들어왔다. 그렇게 7일이 무사히 지났고 이제는 몇 달이 지났다.
거실문을 열어놔도 강아지들은 밤이 되면 알아서 베란다에 있는 제집에 들어가서 잔다.
사람도 짐승도 습관이란 게 정말 놀랍다.
이 일을 책이 아니면 어찌 실천할 수 있었겠는가. 이 밖에도 배변 훈련 산책 훈련 등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과 반려견의 행동을 이해하기 쉽게 수록되어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내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더 깔끔해져야 했고 더 부지런해져야 했고 매일매일 강아지와 산책을 해야 했다.
그 덕분에 체중도 감소됐다.
좋은 일이다.
늑대 부모는 새끼를 완벽한 늑대로 기르고 강아지 부모는 새끼를 완벽한 강아지로 키우는데
사람이 강아지를 기르면 문제 덩어리로 키운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강아지는 문제 덩어리가 아닌
더욱더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쪼리와 베라를 키우는데 큰 도움을 준 ‘카밍시그널’ 책을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2020년 어느 날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