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희
텔레비전을 통해 섬 전체가 불구덩이가 되는 하와이 마우이섬을 보고 있다. 허리케인 도라가 일으킨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섬 전체로 번진다. 화마가 재만 남기고 모든 것을 삼키고 있다.
불은 이틀째 강한 바람을 등에 업고 주거지는 물론 관광지까지 덮치고 있다. 마우이 섬의 라하이나와 티에이 지역의 주택 28,000채와 상가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시속 80마일로 부는 강풍에 헬기조차 뜰 수 없다. 화마에 갇힌 주민과 관광객은 얼마나 무서울까.
차를 타고 불구덩이를 탈출하던 일가족 5명은 불을 피해 차를 버리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며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바다로 들어가 물속에서 옷으로 입을 가리고 망연히 불길 속에 타고 있는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겁에 질려 있다. 작은 화면을 통해 보고 있는 나도 입을 벌린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들의 심정을 누가 안다고 하겠는가. 야속한 바람은 이리저리 미친 듯 허공을 가르며 불씨를 퍼트리고 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저렇게 폐허가 되지는 않았다. 하와이 마우이 섬은 마치 핵폭탄을 맞은 듯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지상낙원이라는 마우이섬이 잿더미로 변하다니. 성한 곳을 찾아볼 수 없다. 얼마나 불길이 강한지 차들도 녹아 형체가 없이 다 탔다. 길에는 뼈대만 남은 차량의 행렬이 줄지어 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구촌은 하와이 산불도 잊은 듯 모로코 지진 소식을 전한다. 새벽에 일어난 6,8강진으로 2000여명이 넘게 사망하고 4000명이 상 부상했다는 소식에 세상이 왜 이리 어수선한가, 지구의 경고일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올 초 튀르키예 강진과 닮은꼴이다. 911 테러로 2977명이 사망했을 때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이제 사고가 나면 몇천명은 넘는다니 상상이 안 된다.
폐허가 된 중세고도 마라케시는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미션 암파서블” “미이라”를 찍은 곳으로 많은 건축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다. 산골마을 주민들은 중장비가 닿지 못해 맨손으로 흙더미를 파헤치며 가족과 이웃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진에 취약한 붉은 진흙 벽돌집이 많아 피해를 더 키웠다고 한다.
하와이와 모로코로 끝이 아니다. 이번엔 리비아의 홍수다. 열대성 폭풍을 동반한 폭우로 인해 상류 댐 2개가 무너져 도시 20% 이상이 물살에 휩쓸렸다는 소식이다. 현재 11,130여명이 사망하였으나 최대 20,000명을 예상한다니 어이가 없다. 주민 6명중 1명이 사망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다. 저녁 시간에 삶의 현장으로 나갔던 가족이 모두 돌아와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식사하는 것이 기적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지구가 뿔난 것일까? 왜 이런 재앙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 무고한 사람들을 데려가는 것일까. 한 사람이 떠나가도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는데 몇 천 명 아니 만 명이 물에 휩쓸려 생을 마감하다니 세상이 야속하다. 우리에게 무언의 말을 하고 있다.
자연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사람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며 노력을 한다. 어수선한 지구를 누가 진정시켜 줄 수 있을까? 지진이나 홍수, 대형 산불은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애꿎은 하늘만 올려보며 중얼거린다. “ 주님, 지구를 보호해주세요. 이 어수선한 세상을 바로 잡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