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몇년 전 옆동네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 동네에 올렸던 글이 꽤 많은데 다 옮기기도 귀찮고 해서 하나 둘 생각 나는 거 가지고 올까
합니다. 모두가 한번쯤은 생각해 볼 주제인 거 같아 다시 올려봅니다.
100세 시대다.
꽤 오래전부터 백세 시대라는 말이 많이 나돌았지만 요즘처럼 실감하는 경우는 없었던 듯하다.
아닌게 아니라 주위만 조금 돌아봐도 100세 가까이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유명하신 김형석 교수님은 1920년생이니 올해 104세가 되신다.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이 나온게 2016년이니 벌써 7년이 됐다.
몇년 전에 참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6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우리나이에도 90이 넘으신 부모님이 살아계신 경우가 적지 않다.
점점 수명은 늘어가는 추세이니 우리들 세대는 특별한 사고나 질병이 없는 한
100세까지 사는 것이 일반화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하다.
잘 사는 것(Well Being) 만큼 잘 죽는 것(Well Dying)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발견했다. 한 번쯤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싶은 마음에서 가지고 왔다.
[김미경 김미경TV 대표]의 매경 2019년 8월 3일자
[세상사는 이야기] 잘 죽는 것도 실력이다
요즘 들어 장례식장에 갈 일이 많아졌다. 친구 부모님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80대 중반을 넘어선 부모님들은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진다. 몇 달 전 나 역시 투병하던
시어머님을 보내드렸다.
애잔했던 어머니 인생을 떠올리며 슬픔에 목이 메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오래된 숙제를 꺼내들었다.
끝까지 존엄하게 살다 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그 답을 찾은 곳은 또 다른 장례식장이었다.
친구 아버님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미경아, 너 그거 아니? 사람이 죽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돼. 그런 면에서 우리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실력으로 끝까지 스승 노릇 하셨어."
고인은 반년 전 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고 한다.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분은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혼자 살 아내를 위해 자그마한 집으로
이사를 하고, 재산을 정리해 자식들에게 선물처럼 조금씩 나눠주셨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잘 아파야 되고, 잘 죽어야 된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플 비용,
죽을 비용을 다 마련해놨다. 너희들 사는 것도 힘든데 부모 아플 비용까지 감당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아버지가 오랫동안 준비해놨으니 돈은 걱정 말고,
나 가기 전까지 얼굴만 자주 보여줘라."
그리고 그분은 스스로 정한 병원에 입원하셨다. 임종을 앞두고선 의사에게 심정지가 오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문서에 사인까지 직접 하셨다. 자식들에게 아버지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아픔을 절대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임종이 가까워서는
1인실로 옮기기로 미리 얘기해두셨다. 자신이 고통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겁먹을 수 있으니 가족들과 조용히 있고 싶다는 뜻이었다.
친구의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일이 있다. 가족들 모두에게 각각의 영상편지를 남긴 것이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작별인사를 하며 영상 끝에 이런 당부를
남기셨다고 한다. "사랑하는 딸아, 아버지가 부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하늘을 봐라.
아버지가 거기 있다. 너희들 잘되라고 하늘에서 기도할 테니 꼭 한 달에 한 번씩은 하늘을 보면서
살아라. 힘들 때는 하늘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라." 그분은 자식들에게 마지막까지 존경스러운
스승의 모습으로 살다 가셨다. 어떻게 아파야 하는지, 죽는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존엄성을
지키면서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우리는 주로 뭔가를 `시작`할 때 준비라는 단어를 붙인다. 출산 준비, 결혼 준비, 취업 준비….
그러나 마무리에는 준비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는다. 은퇴 준비가 그토록 허술하고
임종 준비라는 단어는 금기시돼버린 이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60대 이후를
남은 힘, 남은 돈으로 살려고 한다. 그러나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고살기 바쁜 현실을 버티다 보면
어느새 거짓말처럼 노후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때부터라도 정말 `잘 죽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식들 형편에 따라서 아프고, 자식들 돈에 맞춰서 병원에 끌려다녀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존엄성이 사라지는 데다 자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 때문에 있는 대로 자식들에게 주지 말고, 내 자존감을 지키고 마지막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비용을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스승다운 모습을 남길 수 있도록,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면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마지막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어디 보통 실력인가. 나이들수록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안 생긴다.
육십이 넘으면 고집이 세져서 남의 말은 안 들으니 스스로라도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렇게 애써야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잘 죽는 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짜 실력이다.
끝.
첫댓글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죽음을 나름 의미 있게 맞이 하는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살아 있을때는 최대한 만성질환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작년에 14kg 이나 뺐습니다
올해 10 kg 정도 더 빼고나믄 당뇨나 혈압은 걱정 안해도 될 정도의 아주 좋은 수치가 나올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결정권 때문에 계속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빼기는 커녕 현상유지도 힘든데
어떻게 14kg을 빼셨어요
꼭 알려주세요~
@파스텔 특별한건 없고
18:6 간헐적 단식, 가공식품 안먹기. 그리고 하루에 90분씩 일주일에 5일 운동했습니다
지금도 먹는 양은간헐적 단식중에도 조절합니다.
좋은 내용의 글입니다
저도 잘 죽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요
정리를 해보면
1.임종 전 그나마 건강할 때 자녀들에게 영상편지 꼭 남겨두기
2.죽음을 앞두고 연명치료 거절에 사인해 두고
3.나아가 장기 기증을 할렸더니 아이들 반대가 심해..
그 부분은 나중에 좀 더 생각해 보기로
4.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남매에게 남겨두었고
5.죽기 전까지 많이 아프지만 않기를 노력하기
지금 생각으로는 치매만 안걸렸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써부젝입니다.
아버님 임종을 지켜본 장남이라 아버님이 준비하지 않으셔도 다 잘 끝냈지만 똑같은 책임을 저의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싶습니다!
참으로 공감하는 글입니다. 지금 이시점의 우리의 화두는 실력있게 잘 죽는것이겠지요. 오늘도 조금씩 필요치 않을것을 정리하고, 몸을 건강히 유지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물론 실력도 있어야 겠지만 운도 잘 따라 줘야할것 같아요.
제가 지난 가을 갑자기 너무 아팠을때는 정말이지 죽고 싶었어요. ㅠㅠ 신이 있다면 빨리 좀 데려가라고 생전 안하던 기도를 다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살만하고 견딜만해서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답니다.
팬데믹 때 장례식 비용을 모두 prepaid 하고 유서에 연명치료 거부, 장기 기부, 등등 다 해놓았어요. 그런데 장기 기부는 내가 ㅇㅋ 사인해도, 가족이 반대하면 못한다고 장례 Director가 그러더군요.
죽고 싶어도 맘대로 죽을수 없는게 인생...하루하루를 재밌게 살면 되겠습니다.
어머나 미쉘님
그런일이 있었군요
올 한해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게요
건강해지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장기기부는 그렇다 하더라구요
그 얘기 꺼냈다 딸이 엄청 울어서 반 포기상태에요
요즘은 그림 안그리세요?
전엔 멋진 그림 많이 보여주셨었는데^^
@집에가자 감사합니다.
지금은 90% 말짱해요. ㅎ
@파스텔 그림 그릴 에너지는 아직 없어요. 좋아하는 라인댄스도 못하고 있는데 봄에는 뭐든 가능할꺼 같아요.
감사합니다.
미쉘님, 다시 건강을 회복해서 우리의 곁에 있음을 감사합니다. 제 남편도 작년, 고비를 잘 넘기고, 지금 옆에서 TV 같이 보고, 같이 산책합니다. 이렇게 고비를 넘기면, 삶을 더 아름답게 바라보는것 같습니다. 우리, 웃으면서 하루하루 재밌게 잘 살아요.
@선인장꽃(1959/여) 남편분도 고비를 넘기셨군요. 다행이에요.
60대에 한번쯤은 그 고비라는 넘이 찿아온다고 하네요. ㅠㅠ
선인장꽃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환자 옆에 있는 사람이 더 괴롭죠.
제 남편도 고생 많았어요. 너무 아파 어떻게 좀 죽여달라고 사정을 했으니요. ㅠㅠ 옆에서 애 처럼 달래주고...
@선인장꽃(1959/여) 선인장꽃님
그런일이 있어셨군요.
지금은 함께라서 다행입니다
생사에 관한 큰일을 겪고나믄 우리들의 삶의 관점이 달라지는것이 어쩌면 그비싼 덋가뒤에 따라오는 조그만 보상 같아요
지금을 두분이서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제 새언니의 친정아버지는 몸이 이상해서 검사해보고 췌장암에 걸린걸 알게된후 병원에 불필요하게 돈쓰고 몇달을 몸고생하면서 사는것도 의미가 없다고 아예 곡기를 끊고 열흘만에 돌아가셨어요. 교회활동을 열심히 하셔서 장례업을 하는 교인이 장례식을 무료로 맡아주셨고, 교인들이 많이 왔다고 해요.
현명하신 어르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가까운 의사 친구도
혹, 더 나이들어 치료가 힘든 병이 온다면 곡기를 끊겠다고 하더군요. 본인이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사인을 해도 자녀들이 치료를 원하면 아무 소용이 없게된다고 하면서요.
@neweast 그분의경우는 자식들이 두명은 멀리사는데 갑자기 그렇게 가버리셔서 충격이 심했어요..긴병에 효자없다는말도 맞는거같고..!
하나님 저와 처자들 모두 이땅 떠날때 병들거나 사고로 죽지 않고
주께서 주신 복 나누며 누리며 살다가 주 앞에 가도록
주께서 저희들의 영혼과 삶울 축복하시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복 내려 주시옵소서 아멘
오래전부터 올ㄹㅣ는 저의 기도입니다
저는 어제 어머니 병문안 가서
"예수님 손잡고 하늘나라로 가세요~" 이러고 와서 마음이 아파 밤새 울었습니다 ㅠㅠ.
아직도 삶의 의지가 남아있는 분에게 돌아가시라고 재촉하는 말을 했으니 ...
웰빙이 아니라 이젠 웰다잉을 위해 기도하게 되네요.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옆에서 지켜보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수없는
정말 슬픈 영역입니다.
가끔 어머니가 " 아침에 눈을뜨면 정말 싫다"
하고 말씀하는걸 들을 때는 저도 능금님 같은 생각을 할때가 있습니다 ㅠㅠ
올해 89세 되는 장모님이 가끔 전화 하면 하는 말이 "늙어 가느라 힘들다" 였죠. 전엔 이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네요. 지금 처럼 팔팔하게 살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듯 팍! 죽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죽어 가는 과정을 대부분 사람들이 겪는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 알고 준비 하는 실력 있는 사람과 모르고 준비하는 사람은 당연히 다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