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반. 재수할 무렵 내가 매일같이 기상하던 시간이다.
잠은 항상 부족했고, 만성피로와 체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아침 자습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던 나는 오늘도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떴다.
힘든 발걸음으로 향한 3호선 지하철은 언제나 사람이 붐빈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에 모여드는 모습이 마치 쥐 떼 같다는 생각을 했다.무거운 가방에 2주째 이어지는 생리 증후군까지, 내 허리는 살고 싶다고 부르짖는듯했다.어떻게 그 수많은 지하철 좌석 중 나를 앉혀줄 좌석은 보이지 않는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끼어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교대역이다.
교대역에서 5분 정도를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걸어가면 내가 다니는 재수종합학원이 보인다.
나에게 이 학원은 집보다 더욱 익숙하면서도,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공간이다.
나는 이 공간에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그리고 일주일인 7일 중 7일을 머무른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넓고 넓다는걸 머릿 속으로는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세상은 오직 이 곳으로만 한정 지어져 있다.
여기 안에 있는 사람들과 여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세상의 전부인 것만 같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이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쟤는 왜 저렇게 시끄럽지?”, “쟤는 왜 자꾸 수업 중에 다리를 떨지?”, “아 모의고사 성적 또 떨어졌네..”, “저 친구는 또 성적으로 10위 안에 들었구나..”, “수능에서도 이런 성적을 받으면 어떡하지..” , “오늘 안에 이 문제집 다 끝내야 하는데..”, “자습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어떻게 더 채우지“ 등 이 작은 학원 안에서 나를 두렵고 힘들게 하는 요소가 너무나도 다양했다.
이 학원에서 도망쳐 잠시나마 속된 것을 잊고 쉴 수 있는 무인도는 바로 학원 옆에 위치한 서울교대 운동장이다.
저녁을 빠르게 먹고 난 후 남은 식사시간에 나와 내 친구 지원이는 항상 교대로 산책을 가곤 했다.
이 시간은 하원할 때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학원 밖을 나갈 수 있는 시간이자,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지원이와 나에게 이 시간은 매우 소중하고 특별했다.
이곳 운동장은 저녁 먹고 산책을 나온 많은 학원생들과 컴컴한 공간을 하얗게 밝히고 있는 가로등들로 채워져 있는데, 여기서 지원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의 지원이 얼굴은 어두웠다가도 금새 가로등 빛으로 밝아졌다를 반복 했다.
그런 지원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실없는 대화를 한다. 그렇게 한참을 둘이 웃고 떠든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화 속에 공부 이야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와 지원이가 따로 약속을 한 적은 없지만, 공부와 수능 이야기는 암묵적으로 우리에게 금지 소재였다.
아마 지원이도 나처럼 이 순간만큼은 학원 속 세상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듯 보였다.
지원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나는 너무나 행복했고, 그렇기 때문에 영원하길 바랐다.
하지만 수능은 결국 끝이 났다. 특수한 환경에서, 특수한 사람과 함께한 이 순간을 나는 다시는 영영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지원이와 나는 이제 각자의 세상으로 걸어가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우정에 금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의 특별한 순간을 함께 장식해 준 지원이와 함께 이 공간을 다시금 방문해 보기를 소망한다.
첫댓글 김세영 학생^^;; 문장마다 줄바꿈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형식을 지켜 주세요.
글 쓰던 앱에 이상이 생긴 건지..줄바꿈을 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면 문단이 제멋대로 틀어져 하나하나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상의 문제로 줄바꿈을 조금씩 사용하였습니다. 다음부터는 형식을 지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