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후 둘만의 해외여행이다.
늘 그렇듯 손가락만 걸고 가면 되지만 2년여의 공백이 살짝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
독일 여행 후 합류하게 되는 돌로미티 트레킹까지 7월 21일부터 8월 7일까지 19일간의 여정이다.
오전 비행기라 하루 전 인천공항으로 향한 후 근처에서 1박을 한다. 지방에 사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
이젠 잠을 설치며 새벽에 올라가는 강행군을 버텨 낼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단잠을 잘 수 있다는 건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뮌헨행 티켓을 받아드는데 남편이 잠시 앉아 기다리라더니 한참을 오질 않는다. 비즈니스석으로 바꾸느라 그랬단다.
호텔에서 푹 자지 못하는 바람에 눈이 침침하다 불평했더니 그새 일을 벌였다. 에궁 무슨 말을 못해.
하긴 약 13시간여의 비행은 무척이나 부담스럽긴 했다.
젊은 나절이야 그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 되었지만 예순을 넘어가는 나이에 서 있으니.
느닷없이 받아 든 비즈니스석은 여지없이 자본의 달콤함에 굴복하게 한다. 아시아나 항공보다는 퀄러티가 떨어지지만 루프트한자 항공도 나름 안락했다.
실상 하루 밖에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뮌헨의 2박.
먼저 아침 일찍 님펜부르크 궁전으로 향한다.
정원은 24시간 개방, 궁전 내부는 9시부터 문을 연다.
중앙역 부근에서 17번 트램을 타고 15분 쯤 가면 도착.
한여름, 초가을 풍경 물씬 풍기는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초록으로 싱글싱글 널찍한 광장과 호수가 나타나고 궁전 주변으로 낮은 건물들이 주르륵 줄지어 있다.
바이에른 왕가의 여름 별궁이었던 곳, 님펜은 님프, 요정을 의미한다.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만들었다더니 모양새는 꼭 닮았다.
하지만 이곳은 무척이나 소박하고 정감있다.
베르사이유가 화려한 장신구들로 잔뜩 치장한 왕비라면 님펜부르크는 푸근하고 수수하고 펑퍼짐한 아줌마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좋다.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베르사이유 궁전을 봤으니 굳이 내부로 들어가는 건 별 관심없어 패스.
널디 넓은 정원을 누빈다.
늘상 개방하는 곳이라 주민들도 많이 찾고 있는 듯하다.
런닝을 하거나 걷는 사람들, 개랑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특히 짪은 흰머리 휘날리며 조깅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근육 자랑하며 뛰는 젊은 친구도 자부심 뿜뿜 품어내고 있다.
이런 곳을 앞마당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이들이 참 부럽다.
하긴 너른 비엔날레 공원을 매일 산책하며 운동하러 다니는 나도 자부심 뿜뿜이지 뭐~
주민 외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아무데나 똥을 싸지르는 동물도 있다.
큰 오리를 닮은 캐나다 구스들.
호수랑 잔디 위에서 천상의 삶을 누리고 있다. 행복한 녀석들.
나도 캐나다 구스만큼이나 신나고 행복했다.
하늘을 덮어주는 몽글몽글 하얀 뭉개구름, 초가을 날씨처럼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툭 트인 시원한 시야, 사방 팔방 초록으로 싱그러운 잔디밭, 바람결에 따라 찰랑이는 호수의 물결.
위리나라에서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괜스리 미안스럽기도 하고 더위 힘겨워 하는 남평이랑 나는 다행스럽기도 하고^^;;;
다음 장소는 BMW WELT와 박물관.
180번 버스를 타고 가려는데 정류장이 보이질 않는다.
이럴 땐 물어보는 게 제일이지.
말도 통하지 않는데 독일어로 180번 버스정류장 한 글자만 보여주는데도 무척이나 친절하게 알려준다.
찾아가다 주춤거리고 있었더니 신사분이 또 다가와 도와줄까요 하더니 역시나 친절하게 알려준다.
어제 공항버스 탈 땐 불친절한 기사때문에 살짝 기분이 상했었는데 독일인들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한다.
BMW는 바이에른 모터 공장(Bayerische Motoren Werke)이란 뜻이다. 각종 엔진을 개발했던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곳으로 발전했다.
티켓구매하는 곳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미리 입장권을 예약한 덕분에 할인도 받고 기다림없이 바로 입장.
22개의 섹터로 나뉜 공간에 BMW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과거 고전미가 돋보이는 클래식 카, 미래를 책임질 친환경 자율주행 차, 스포츠카, 레이싱카, 현재를 뽐내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차, 퍽이나 많은 모터사이클들, 엔진을 제작했던 기업답게 그동안 생산해 낸 무척 복잡하고 거대하고 섬세한 각종 엔진들까지.
자동차에 대한 BMW의 엄청난 자긍심이 제대로 반영된 뮤지엄이다.
관람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시선에서도 느껴진다.
BMW판매장인 BMW WELT 건물에 들어선다. 형태가 퍽이나 특이하다.
박물관은 유료지만 이곳은 프리.
시승할 수 있는 차량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눌러 붙어 앉아 일어설 줄 모른다. 비싼 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가 우아한 자태로 반짝거리고 있다.
색상이 어쩜 이리 다양할까.
무채색의 자동차들만이 대부분 거리를 누비고 있는 도로에 저런 형형색색의 차들이 합류한다면 거리는 알록달록 화사해질까 아니면 시야가 혼란스러워 정신 사나워질까.
차에 그닥 관심이 많은 건 아니지만 BMW를 좋아하는 둘째 덕분에 선택한 BMW 뮤지엄과 WELT 방문은 상당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좋아할 듯하다.
첫댓글 유럽으로 놀러 가셨군요.
요즘 서울은 엄청 더워요. 그야말로 후끈후끈 해요.
유럽도 덥다는 뉴스 봤는데 돌아다니기 힘들지 않으신가요.
건강하게 잘 다니시기 바랍니다.
여기는 다행이 선선한 가을 날씨 같아요.
해가 비칠 때는 더워지긴 하지만 초여름 같구요.
폭염 피해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