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span data-ke-size="size20"><b>구겨진 생을 펴다</b></span> <br><br>김해자 <br><br><br>저마다 하루치의 수고를 닫아 건 <br>캄캄한 골목길 아직도 우성세탁소 안은 환하다 <br><br>열린 문 사이로 스팀다리미 뿌연 열기 줄지어 승천하고 <br>세탁통은 둥글게 둥글게 돌아가는데 <br>몸에 맞지 않는 옷 덮고 미싱은 구석에서 말없이 존다 <br><br>문득 다림판 앞에 서서 구겨진 허물 <br>정성껏 펴는 아저씨 얼굴이 성자 같다 <br><br>그의 등 뒤로 활짝 펴진 생들이 천장 가득 하늘거리는데 <br>무거운 짐을 펴는 그의 등은 누가 펴줄까 <br><br>하늘을 보니 별빛 몇 모여 세탁소 간판을 걸었구나 <br><br><br>ㅡ시집 《축제》 애지, 2007.</p><p style="text-align: left;">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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