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를 새집으로 모시며
왕태삼
청명 아침에 먹구름이 물러갑니다
산벚꽃이 하롱하롱 무덤가에 한지자락을 폅니다
똑 똑 똑
무덤의 문을 둥근 삽으로 두드립니다
내 심장도 함께 두드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놀라지 마세요
오늘은 큰아들 기다리는 솔숲으로 이사 가는 날입니다
폴짝, 새끼 개구리
깊은 저승 속에서 먼저 나옵니다
저 투명한 핏빛 심장과 헐떡거림
죽음의 저승에서도 봄은 사는가 봅니다
다시 폴짝 한 발짝, 풀잎 이승으로 사라지자
하얀 촉루가 마디마디 올라옵니다
새끼발가락에서 싸늘한 이마까지
아기 칠성판에 다시 오르는 할아버지 할머니
오직 하얀 침묵만이 진실임을 가르쳐주십니다
순간
하얀 구슬이 내 손안에 구릅니다
불알보다 큰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관절 공
저승에서도
수레바퀴 심보처럼 쌍두마차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는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얀 뼈구슬이 흙가루 될 때까지
가족을 위해 반짝반짝 구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저 하늘도 쿵 쿵, 이승의 문을 두드립니다
먹구름 속에서 번개꽃이 피어납니다
서둘러 새집으로 한아름
하얀 진실을 보듬고 돌아옵니다
카페 게시글
―····제3시집
할아버지 할머니를 새집으로 모시며
시창작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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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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