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의 베이스캠프 <뭐라도학교>
‘마윈’과 ‘침묵의 나선이론’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알리바바’의 기업가치는 약 174조 원에 달했고 회장인 마윈 씨는 중국 최고의 부자로 등극하게 되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마윈 씨가 국내 TV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50대라면 젊은 사람들을 밀어주세요. 젊은 사람들의 실력이 더 좋기 때문이죠.”
“60대라면 본인을 위해 시간을 투자 하세요. 기회를 찾기엔 조금 늦었으니까요.”
‘다시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는 마윈 씨의 이야기가 시니어 입장에서는 매우 섭섭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문제의 핵심은, 그의 발언은 일각(一角)일 뿐이고 그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사회의 통념이 빙산(氷山)이라는 점에 있다. 시니어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문제는 사회 발전의 일 주체로서 제대로 된 인정과 대접을 하지 않음은 물론 개인차원에서 보면 그로 인해 시니어 스스로 위축되고 고립되어 외로운 섬으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가정에서는 눈치 없는 ‘삼식이’요 사회에서는 용도 폐기된 이방인일 뿐. 다행히 최근 들어 시니어가 가지는 긍정성에 주목하고 이를 지원하고자 하는 흐름이 조성되고는 있으나 그것은 여전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침묵의 나선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사회적으로 우세할 경우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여 마치 나선의 바깥쪽으로 돌면서 세가 더 커지는 것과 같은 경향이 있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 나선의 안쪽으로 돌면서 침묵하고 더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한국사회처럼 시니어에 대한 평가절하가 주류인 사회에서는 시니어 스스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중년의 일자리는 청년 실업률 숫자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시니어의 보람 찾기는 한가한 소리로 질타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리 만무하다. 결국 시니어 스스로 모여 이야기하고 요구하고 현실에 부딪혀가며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야만 한다. 나선의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돌아야 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베이스캠프 뭐라도학교
시니어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2014년 수원시평생학습관의 개설 프로그램 362개 중 시니어라는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단 1개. 그러나 이런 고민도 들었다. 그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숫자를 늘리면 좀 나아질까? 강좌만 듣고 뿔뿔이 흩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니어에게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정한 것일까?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낸 결론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2012년에 시작한 ‘누구나학교’는 프로그램 명칭이 아니다. 시민들이 배움과 가르침의 경계를 허물고 상호 학습하는 가운데 휴먼 네트워크를 이뤄나가는 마당, 즉 플랫폼을 의미한다. 이처럼 시니어를 위해 몇 개의 프로그램을 더 제공하는 것보다는 학습을 매개로 그들이 뛰어놀면서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도록 촉진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훨씬 의미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필두로 한 중장년의 문제는 중앙정부에서도 별다른 맞춤형 정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이 문제는 어떤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당사자인 시니어들이 나서야만 한다. 결국 이 문제 해결의 주체는 가장 절박하게 느끼는 시니어일 수밖에 없으며 프로그램도 학습관 직원의 평균적 문제의식과 감수성보다는 그들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적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차에 작년에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인생학교>를 마련하였는데 프로그램 신청자들의 자기소개서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읽다 보니 다른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학습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에서 찾기 어려운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이 욕구를 숙주로 삼을 수 있다면 ‘문제 해결의 당사자 주의’ 그리고 ‘학습을 매개로 한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판단 하에 <뭐라도학교>라는 플랫폼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제2의 인생학교>(이하 인생학교)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강좌 종료 후에도 동문회라는 그물망을 통해 연결시키고 그것을 베이스캠프 삼아 다양한 액션과 경제적 활동을 하게 만드는 터전, 이름하여 <뭐라도학교>를 만들게 되었다.
▲뭐라도학교의 기본 포맷 도형화
추상적 아이디어가 실제로 물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고와 에너지가 소요되는데, 에너지의 양은 대개 두 가지 측면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아이디어의 복잡성이고 다른 하나는 주체의 능력 문제이다. <뭐라도학교>의 경우 난이도가 높기도 할뿐더러 참고해서 따라 배울만한 기존 모델이 부재하다는 점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고난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제3섹터 업무에 관한 경험이나 지식이 별로 없는 주체 문제까지 겹치게 되면 1년여의 물화과정은 그야말로 간난신고요 고난의 행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과 과정
2014년 5월부터 한 달여 기간 동안 강의, 토론, 탐방, 워크숍 등으로 이뤄진 ‘인생학교’가 종료된 후 40여명의 수료생이 동문회를 만들었다. 이후 동문회는 학습관으로부터 <뭐라도학교>를 제안 받아 10여명으로 구성된 TF를 결성한 후 1박 2일 워크숍을 포함한 총 16차례의 회의를 통해 가닥을 잡아 나가기 시작하였다. 살아온 이력, 사용하는 언어, 상이한 가치관과 태도, <뭐라도학교>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이런 많은 다름 속에서도 결국 2014년 12월에 드디어 ‘뭐라도학교 창립 총회’라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분들의 헌신과 노력 때문이었다. 이후 2, 3기 ‘인생수업’(인생학교의 새로운 이름)를 통해 배출된 수료생 90여명의 멤버가 모여 <뭐라도학교>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뭐라도학교 구성
<뭐라도학교>는 크게 3개의 클래스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 클래스 :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본과정의 단계
①인생수업 : <뭐라도학교> 정회원이 되는 관문 형태로 1년에 2회 개최된다.
▮전문 클래스 : 시니어의 성장을 도모하는 전문 심화과정의 단계
①사회공헌/사회적경제 아카데미 : 이론과 사례, 현장 탐방 등 소셜 디자이너를 양성
②시니어 전문강사 양성과정 : 시니어의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전문강사를 양성
③우리들교실 강사 워크숍 : 실제 강좌를 개설할 멤버를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교육
▮창작 클래스 : 시니어 스스로 만들어 가는 배움과 나눔의 커뮤니티
①월담 : 회원 스스로 주제와 강사를 선정하여 함께 배우는 공개강좌 형태
②우리들교실 : 회원 스스로 강좌를 개설하여 지식과 지혜를 나눈다
③커뮤니티 : 회원간의 교류와 활동의 장. 함께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삼식이 브런치’ 마음맞는 사람끼리 배낭하나 매고 떠나는 ‘어디든 여행단’이 있다.
3개의 클래스를 통해 자신의 단계와 적성에 맞는 학습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지만 한편으로 아이템을 중심으로 회원들 자발적으로 사업단을 구성하여 활동하기도 한다. 총 7개의 사업단 중 대표적인 것이 시니어의 인생 스토리를 이미지와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추억디자인연구소’이다. 영상에 관심 있는 회원의 제안으로 사업단이 구성되자마자 2014년 수원창안대회에 출전하여 86개의 젊은 팀들과 겨뤄 당당히 3등을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사업단은 출범 이후 한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모임을 개최하면서 회원들의 단합과 성장을 도모하였고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별도의 영상 촬영 편집 기술을 익혀 나가고 있다. 이렇게 10여명의 회원들이 차분히 역량을 강화해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복지관, 주민센터, 구민회관, 도서관, 학교 등지로 강의를 나가고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 상담’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어느 날 이 사업단의 초청으로 회의에 참석을 하게 되었는데 작은 봉투 하나씩을 나눠주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프로젝트나 강의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적립하여 매월 배당금 형태로 회원들에게 분배한다는 것이다.
▲ 추억디자인연구소 소장이 멤버에게 배당금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
개인적으로는 참 감동적이었다. 노란 봉투 안에 들어 있는 금액은 이전 직장생활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매우 가벼웠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관심 있는 영역에 참여하여 배우고 익혀 사회공헌을 하면서 받는 돈. 노동에 합당한 금액은 결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한발 더 나아가 이 봉투를 가족 모임에서 공개를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만일 이런 말을 한다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지역사회에도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비록 금액이 아무리 적더라도 나는 지금 참 행복해.”
만일 내 아내가 이런 말을 한다면 나는 빙그레 웃으며 등을 토닥여 줄 것이다. 또한 나이와 무관하게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되는 아이들. 이것만큼 확실한 자녀교육이 또 있을까?
<뭐라도학교>에는 자체적으로 선출한 교장을 비롯 기획/홍보/커뮤니티/국제교류/사업단지원팀이 존재하는데 매주 월요일이면 <뭐라도학교>가 입주해 있는 학습관 3층 인큐베이팅센터 공간은 교무회의 소리로 늘 시끌벅적하다. 평생학습관의 품과 손길이 많이 소요되는 초기 단계를 벗어나 이젠 자체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근육이 제법 붙었다. ‘인생수업’ 3기 교육의 경우 <뭐라도학교> 멤버들이 사전 기획과 행사 운영에 참여하기 시작하였고 ‘우리들교실’의 경우 이젠 강좌의 양과 질 모두 확장되었다. 더불어 사업단의 활성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컨설팅단을 고민하는 단계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위한 내부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뭐라도학교>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몇 년 전 외환은행 지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을 한 김정일 교장선생님. 퇴직 후에도 여전히 경제적 문제가 고민이긴 하지만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람있게 보낼 궁리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귀촌을 검토하기도 하였다. 이런 생각은 『조화로운 삶』을 쓴 스콧 니어링에 감명 받아 미국 농장에 들렀다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경제적 수입과 가족만을 생각한 삶이었다면 이제는 나를 위해 시간과 투자를 하고 싶다’는 김정일 교장선생님에게 <뭐라도학교>는 어떤 의미일까.
교장선생님에게 <뭐라도학교>는 어떤 의미입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일찍 현업에서 은퇴하지 정년퇴직이라는 게 참 쉽지 않지요. 또 정년을 채웠다고 해서 경제적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사람들은 은퇴를 하고 나서도 재취업하거나 아니면 자영업 등 경제적 활동을 하게 되지 자신의 꿈이나 보람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제2 인생의 중요한 좌표로 사회공헌, 보람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니어 뜻과 의지를 존중하고 모아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관계망도 다 해체가 됩니다. 같은 뜻을 모으는 것이 참 힘들지요. 그래서 저는 <뭐라도학교>가 참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별화된 사람을 하나로 모으고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만 1년이 되었는데 회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처음 인생학교 1기는 막연히 ‘좋은 내용이니 한번 배워보자’는 정도의 생각으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 어떻게 하자는 생각은 전혀 없었지요. 그러다 <뭐라도학교>의 취지와 내용이 맘에 들어서 힘을 모아 조직을 만들어 왔습니다. 저희 1기분들도 다들 좋아하시고 어떤 분은 ‘자신의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뭐라도학교>’라고 얘기할 만큼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이제 2, 3기는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고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20대 때로 다시 돌아가 새로운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고. 학교 다니는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사람들은 이 나이쯤 되면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희들은 <뭐라도학교>를 발판으로 새로운 것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3기 수료생은 전원 가입을 했고 뭐라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그동안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나요?
초기 황무지에서 이만큼이라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없는 시간 쪼개서 협조하고 서로 용기 낼 수 있도록 부추겼습니다. 기본적으로 시니어 미래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도전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토대는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연륜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니어들의 역량은 출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니어 스스로 강의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우리들교실’의 경우, 처음에는 자신은 자격이 안 된다고 뒤로 물러섰던 분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강좌 개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역량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발현할 기회,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가 된다면 충분히 자기 성취를 이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6년에 강조하는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심축은 우리들교실과 사업단입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분들의 결합으로 우리들교실 강좌의 질과 양 모두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강사 워크숍 등을 통해 실력을 더 쌓아나간다면 매우 유의미한 활동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수업에서는 강좌 종료 시 팀별로 아이템을 발굴, 기획하여 일종의 미니 어워즈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 기수별로 사업단이 만들어지는데 1기의 경우 ‘추억디자인연구소’가 지금도 빼어난 활동을 하고 있고 2, 3기에서도 역시 사업단이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니어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활동해 본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당연히 더디 가기도 합니다. 따라서 내년에는 사업단의 안착과 왕성한 활동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사업단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곧 사회공헌 영역이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개인에게도 보람과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워크숍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는데요. 그중에서 먼저 자유학기제와 발맞추어 ‘청소년 직업지도’와 우리에게는 늘 현재적 고민인 ‘웰 다잉’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먼저 내부에서 많은 학습을 해야겠지요.
그간 1년여의 경험을 통해 느낀 소회가 있다면.
인생수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90여명의 동지를 새로 만났습니다. 사회도 그렇고 개인도 그렇고 다들 어렵고 힘들다고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들이 자기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버틸 수 있고 단 한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울타리, <뭐라도학교>가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꿈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꿀 수 있다면 우리 시니어가 지역사회와 한국사회에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한편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놀이터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니어의 경제적인 문제가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활동을 안 하고 사회공헌이나 자신의 보람만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큰 돈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노력과 활동에 따라 약간의 금전적 보상이 연결될 수 있다면 문턱이 대폭 낮춰질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제3섹터 일자리가 적은 편인데 저희는 가급적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보람도 높아지고 약간의 소득도 뒷받침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2015년 10월에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학생 한 분이 <뭐라도학교> 사례를 연구해서 「제2 인생설계 과정에 참여한 은퇴자의 학습경험 연구」라는 석사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에는 인터뷰이로 참여했던 <뭐라도학교> 한 멤버의 구술 내용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네, 저는 행복해요. 제가 여기 와서 활동함으로서 저에게 무슨 물질적으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활동하는 분들이 저와 비슷한 또래이고 제가 노력함으로서 그분들이 편하게 와서 쉬고 즐기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저한테는 의미가 있고 놀아도 이렇게 노는 게 밖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노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고 즐거운 것 같아요. 저는 이걸 논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노는 거라도 여기 와서 이렇게 하는 게 즐겁다라고 생각해요. 저도 노는 걸 좋아하는데 노는 내용면에서도 참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제3자인 그 대학원생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논문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뭐라도학교>는 이제 막 태동하여 규모나 역할이 미미하지만 이곳을 통해 일어난 은퇴자들의 학습 경험은 그들이 살아온 삶의 맥락을 기반으로 하여 그들의 인생 후반부의 삶을 새롭게 준비하고 재설계하는데 값진 경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중년’이라는 단어에는 어깨 움츠린 자의 쓸쓸함만이 배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니어의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유의미성이 확산되어 나갈 때 그 평면적인 단어에 깊이와 입체감이 주조되면서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질 것이고 사람들은 ‘시니어’라 쓰고 ‘희망’이라 읽을 것이다.
글&인터뷰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첫댓글 멋진기사 굿~임다.
읽는동안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병신년 새해 더욱 알찬 뭐라도학교로 거듭나길 바라며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짝 짝 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