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사건이다. 사건이 빛이라면 사물은 그림자다. 인류의 사유는 여태 플라톤의 동굴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꿰지 못한 철학의 첫 단추는 변화를 격발하는 사건의 완전성이다. 사건을 일으키려면 내부에 질서가 갖추어져서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한다. 낳음의 자궁이 있어야 한다.
암수가 교미하면 새끼가 나와야 한다. 씨앗을 심으면 싹이 터야 한다. 유황과 적린이 만나면 불꽃이 튀어야 한다. 변화를 격발하지 못하면 사건이 아니다. 인류에게는 사물과 사건을 구분하는 관점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적당한 말조차 없다. 사건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없어서 번역이 안 된다.
event는 주사위를 한 번 던지는 것이다. 그것은 일회성 행사다. 사건이 기승전결로 이어지며 점점 커지는 성질을 담을 수 없다. 에너지의 뻗어가는 기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야 한다. 클립 하나로 시작하여 교환을 거듭하여 마침내 집을 구하는게 사건이다.
사물이 인간의 관측단위라면 사건은 객체 자체의 내재한 질서의 단위다. 사물이 소대, 중대, 대대의 단위라면 사건은 장교, 부사관, 사병의 의사결정 단위다. 병사만 많이 모은다고 소대가 중대 되고, 중대가 대대 되는게 아니다. 장교는 별도로 육성해야 한다. 사물은 커지고 사건은 작아진다.
사물단위 - 인간의 관측형태.. 소대, 중대, 대대. 모으면 숫자가 커진다.
사건단위 - 내부 의사결정 구조.. 장교, 부사관, 병사로 명령계통이 내려간다.
우리가 존재를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류는 도무지 초딩 수준의 기초가 안 되어 있다. 이 정도면 망해 있다고 봐야 한다. 존재가 무엇인지 기초부터 하나씩 설명해야 한다면 슬픈 거다. 존재가 사건이며 그것은 낳음의 연결이며 낳을 수 있는 구조가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깨달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