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덕님'
세상에...캘리크라피 진짜 너무 예쁜 거 같아요ㅠㅠㅠ깔끔하고 단순한 거 같으면서도 세련되어 있고...와 진짜 전문가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너무 예쁘네요ㅠㅠㅠㅠ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엑소벨벳님'
정말 이 표지 보고 엄마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어요ㅠㅠㅠㅠ 이렇게 귀여워도 될 일입니까ㅠㅠㅠㅠ 저 화살표 맞죠? 꼭 요점정리 해놓은 것 같아요ㅎㅎㅎ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수심님'
엄마나 완전 예쁜 로고!!!! 뭔가 정말 화보집같은 곳에나 나올 법한 디자인이네요! 여러분들은 다 금손인가요ㅠㅠㅠㅠ 전 특히 경수지옥 글자에서 색깔이 비대칭으로 바뀌는 부분이 좋아요!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
'딸기뇨플레님'
우선 두 개 주셨는데 사정상 하나밖에 못 올리는 점 죄송합니다ㅠㅠㅠ근데 글씨체랑 경수 표정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특히 경수지옥 글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린다고 해야할까요ㅎㅎㅎ? 너무 감사합니다!
'잔윤슬 '
앜ㅋㅋㅋㅋㅋㅋㅋㅋ저 깨알 설명이 너무 귀여워요ㅠㅠㅠ 온갖 경수들을 다 겪어봤지만 도경수는 그 자체로 지옥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제 글을 읽어주신 분이구나ㅠㅠㅠㅠ라는 생각이 팍 들어서 너무 기분 좋았습니다ㅠㅠㅠㅠ 경수 예쁜 사진이랑 예쁜 글씨 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며주님'
엄마ㅠㅠㅠㅠ저 이런 느낌 너무 좋아해요ㅠㅠㅠ 뭔가 퇴폐적인 것 같으면서도 너무 퇴폐적이지는 않은 느낌? 그니까 정확히 말하면 유니크한 느낌! 색감도 그렇고 경수지옥 밑에 귀여운 효과도 그렇게 제대로 취향저격입니다! 감사합니다!
'풍풍E님'
윽...리덕...표지 보고 심쿵사로 잠들다...정말 비밀 많은 경수지옥의 경수 캐릭터와 너무 잘 맞는 표지인 것 같아요ㅠㅠㅠㅠ 실제로 저렇게 쉿하는 장면을 넣을 걸 그랬나요ㅠㅠㅠㅠ 너무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사릉해요!
'빱빠빠님'
헐 색깔 너무 예뻐요ㅠㅠㅠㅠㅠ 민트색이라기보단 청록색? 에 가까운데 독특한 색깔로 로고를 만드니까 더 색다른 느낌이네요! 센스있는 로고 너무 감사합니다!
우경수와 관련된 기억이 하나 있다. 어렸을 적 늘 놀이터 한구석에 앉아 혼자서 그네를 타던 놈의 모습이 나른한 기억으로나마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늘 내 옆에 있던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가있고, 심심히 혼자 놀이터 주변을 거닐다 홀로 그네 위에 올라타 제 신발 앞코로 모래바닥을 툭툭 건드리는 우경수를 발견했다. 그 순수했던 시절에 참 약았던 나는, 이미 충분히 상처를 준 우경수에게 얼마나 더 심한 고통을 주려고 했는지 뭐에 홀린 사람처럼 그에게 다가갔다. 죽어라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던 놈의 고개가 느릿하게나마 내 쪽으로 올라왔다. 큼큼, 어색한 헛기침이 터졌다. 이틀 전, 나와 우경수와 친하냐는 친구들의 말에 그럴 리가 없다며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러댔던 일을 사과하고 싶어서였다. 뒤로 와서 후회하는 일이 참 어리석다는 걸 몰랐던 모양이었다.
“우경수…….”
난 그렇게 이기적인 음성으로 놈의 이름을 불렀다. 사람 하나 없는 적적함만이 가득한 놀이터 한 중앙에서 그렇게나마 사과를 하고 싶었다. 비겁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저도 모르게 진심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어서. 내 물음에 우경수는 대답대신 짧게나마 제 두 눈을 깜빡였다. 아, 이어서 말하라는 무언의 의미 같았다. 갈라진 목울대에 알게 모를 힘이 들어갔다. 타들어가는 날씨를 대변에 줄줄이 흐르고 있는 등줄기의 식은땀이 마치 지금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다는 지를 그대로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저기 저번에 내가 애들 앞에서 했던 말은…….”
“뒤에 애들 온다.”
“응?”
“얼른 가봐, 애들 오는데.”
“아, 그…….”
“왜.”
“응?”
“내가 여기서 네 손잡고 나한테 사과해줘서 고맙다고 소리라도 질러야 갈 수 있을 거 같아?”
“…….”
“그렇게 해줘?”
“…….”
“응? 그럼 애들이 또 너랑 나 친하냐고 물어볼 텐데?”
번쩍, 눈이 떠졌다. 찌뿌둥한 느낌의 어깨와 뒷목부근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10년 전 과거에서 10년 후 현재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아, 좋지 못한 꿈이었다. 어제 저녁, 제 정신을 잃고 술을 마셔대니 유난히 좋았던 정신력 하나도 마구잡이로 흩어지는 듯했다. 빠르게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김종대가 날 데려다 준 건지, 오세훈이 날 데려다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침대 위에 안착해있다는 사실에 우선 탄식부터 나오고 보는 나였다. 엄마한테 죽지는 않겠다. 으으, 고통스런 괴성을 내며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살면서 게을리 했던 기지개가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눈을 떠도, 심지어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도 멍해진 정신이 멋대로 돌아오기까지가 곤욕이었다.
몇 번이고 감기는 눈에 스스로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이 모든 건 아마 좋지 않은 꿈을 꿨음에 그런 것이라 확신했다. 처연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어제 저녁, 날 보고 있던 도경수에게서 우경수를 봤던 내 자신이 믿기 힘들 지경이었다. 도경수, 놈이 알고 있다. 내가 저를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도, 장난스럽게 나왔던 도증모도, 또 내가 저를 피하고 있다는 것도.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그러자 의아한 고개가 갸우뚱 꺾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종대와 오세훈과 같이 술을 마셨던 그날 테이블에는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다. 취해서가 아니었다. 정말이었다.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있어봤자 다른 대학교 과잠을 입고 있던 여학생들 4명과, 우리가 나가기 바로 전 회사 업무를 마치고 회식에 들어오는 직장인들 열다섯 명쯤이 끝이었는데. 그럼 대체 도경수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 이거였다.
“사람은 눈치가 없으면 안 돼.”
그래, 바로 그 말말이다. 풀리지 않는 답답함에 반사적으로 괴로운 신음이 터졌다. 두 손을 모두 제 머리 위로 올려 마구잡이로 헝클이기도 여러 번이었다. 딱 세상에 나 혼자 왕따가 된 기분이었다. 10년 전, 놀이터에서 사과하려고 하던 날 당황스럽게 만든 우경수 만큼이나 도경수 역시도 20살의 날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건 경수라는 이름에서 비롯된 지옥이다. 오늘도 결론은 저거 딱 하나였다. 경수는 지옥, 난 경수라는 수레바퀴에 빠진 한심한 다람쥐같은 존재라고.
“어, 보연아 나 ○○인데 너 혹시 지금 통화할 시간 돼?”
- 응, 딱히 안 바빠 왜?
“어……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
- …….
“너 혹시 우경수 뭐하고 지내는지 알아?”
이른 아침, 남들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강의실에 도착한 나였다. 또 한 편으론 제대로 일을 저지른 셈이기도 했다. 내 입으로, 혹은 내 손으로 절대 찾을 리 없다던 우경수를 드디어 스스로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거였다. 그동안 몇 번이고 사과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날들이 스치듯이 지나갔다. 사실 아직도 놈이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싶은 두려움 때문에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기를 여러 번이었다. 10년이나 어린 나 자신에게 무참히도 원망감을 느끼고, 10년이나 어렸던 우경수에게 처절히도 미안한 감정을 느꼈던 지금의 나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까득, 불안함 가득한 양 이빨이 부딪혔다. 적막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고요한 강의실 내부 안에도 알싸한 긴장감이 일렁였다.
- 우경수? 걔랑 연락하는 애가 있긴 해? 아마 없을걸. 며칠 전에 애들끼리 걔 얘기 잠깐 하기는 했는데 연락하는 애는 없었어.
“아……그래?”
- 근데 왜? 너 우경수 엄청 싫어했었잖아. 아니, 사실 걔 좋아하는 애가 없었지. 애가 막 음침하고 그래서 우리가 피해 다녔던 거지.
“…….”
- 왜, 너 우경수 봤어?
“응? 아, 아니……그냥 뭐하고 지내나 궁금해서.”
- 그런 애 뭐가 궁금해, 나 살기도 바쁜 세상인데.
“……아, 그러게. 바쁜 시간 뺏어서 미안해. 다음에 한번 만나자.”
-그래, 애들끼리 만나자! 다음에 연락할게!“
“응, 조심히 들어가.”
덜컥, 심장이 두 동강나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화가 끊겼다. 일순간, 호흡이 턱하고 막히듯 메스꺼운 감정이 내 목을 조였다. 아, 10년 전 기억에서 우경수를 좋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쌉쌀한 맛의 아랫입술을 느릿하게 한번 축였다. 그나마 엄마끼리 친해서 놈과 가끔 말하던 사람은 나밖에 없었는데……. 구린내가 가득한 과거의 나에게 실망스러운 진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래서 무서웠던 거다. 내가 몰랐던 사실을 더 알게 될까봐, 그래서 생각하고 있던 과거보다 더 비정하게 얼룩져갈까 봐, 경수라는 이름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까봐. 하아, 막연한 호흡이 튀어나왔다. 우경수, 너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하고 있다면 너도 나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있을까. 혹시 나 때문에 10살의 쓸쓸했던 네 기억에 내가 더 잔인하게 남아있지는 않을까.
“…….”
“…….”
덜컹하고 강의실 앞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늘 물러날 수밖에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도경수가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일주일 중 단 하루, 오전수업까지 모두 겹치는 날이지 않느냐. 아직 풀지 못한 어제의 대화들이 머릿속으로 자잘하게 나열됐다. 강의실 한 가운데에 앉아 차근히 전공 책을 정리하는 그 뒤통수에 대고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어제 말이야, 그러니까 어제……그래서 어제 네가 했던 말말이야. 싸한 공기가 아무것도 보잘 것 없는 우리 사이를 감싸고돌았다. 죄를 진 게 없음에도 저도 모르게 자꾸만 내려가는 고개가 미치도록 의아스러웠다. 또다시 꺼내긴 싫지만, 어제 잠깐이나마 놈이 우경수로 보였던 나인데 무슨 깡으로 저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다시 볼 수 있냐 이 말이다. 지금까지 잘 대꾸하고, 잘 맞섰으면서 이제와서 뭔 피해자 코스프레냐고?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니다. 이건 말 그대로 가해자였기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난 매일 그렇게 놀이터 중앙에 앉아 아무도 밀어줄 리 없는 그네에 홀로 타고 있는 놈을 생각하면 온몸에 저릿한 경련이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끔찍했다. 그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욱이 그런 거였다. 중학교 시절 유난히도 사이가 좋았던 친구들에게 잠깐이나마 배신을 당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딱 처음으로 드는 생각이 우경수가 내게 벌을 주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저, 도경수.”
대가를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10살의 어린 남자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줬던 내게, 하늘이 내려준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중학생 1년 내내 난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체육실을 가야 했고, 혼자서 졸업을 해야 했다. 어제 잠깐이나마 술집 밖에서 했던 이야기에 마무리 지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도경수가 내게 하려했던 그 말을 꼭 들어야할 것 같았다.
“도경수, 어제 했던 말 다시해봐.”
“…….”
“내가 널 싫어하는 이유가 왜 궁금한데?”
내가 궁금한 건 너야, 왜 자꾸 다른 새끼 이름을 들먹여. 도경수가 했던 말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핀트에 한참이나 어긋난 그 말에 난 쓸데없는 의의를 두고 싶었다. 저의 성격상 이유 따위 없는 말을 할 위인이 아니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놈은 이름만큼이나 그날의 우경수와 성격, 눈빛도 모두 비슷했다.
“…….”
고요하고도 잔잔한 시선이 강하게 교점을 이뤘다. 그 어긋난 선들 사이에 날카로운 가시라도 박혀있는 것처럼 잔인하게도 내 온몸을 찔러갔다. 도경수가 날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도 멀쩡히 서 있던 두 다리에 힘이 풀려갔다. 이상했다. 피하고만 싶었던 그 눈을 처음으로 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두 눈썹 사이에 일정한 크기의 물비늘이 나란히 줄을 이뤘다. 그럼에도 놈은, 여전히 날이 선 내 질문에 말꼬리를 이을 생각 따위 없는지 갈라지는 침묵만 그대로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시선을 돌려 낡아 빠진 학교 벽시계를 바라봤다. 아, 아이들이 슬슬 강의실에 들어올 시간이었다.
“지금 애들 오는 거 같은데.”
“뭐?”
“자리로 가는 게 좋지 않아?”
일말의 미동도 없이 나를 뚫어져라 올려다보던 도경수가 꾹 다물고 있던 제 잇새를 살짝 열어갔다.
“가뜩이나 어제 술자리에서 내가 너 도와줬다고 지들끼리 수군대는 거 같던데.”
“…….”
“나랑 엮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너.”
무의식적으로 모든 게 느려져갔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내 눈동자도 점차 방향을 잃어갔고, 날 바라보고 있던 도경수의 음성도 희미해져갔다. 간신히 잡고 있었던 정신줄 하나를 놓은 기분이었다. 이미 겪은 적 있던 것 같은 상황에 비틀거리는 몸을 애써 간신히 버티고 섰다. 아이들의 발소리가 더욱이 크게 들렸다. 그 소리가 꼭 내 목숨을 위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꽂혀왔다. 머리 위로 옅은 잔상이 얇고도 넓게 퍼졌다. 그때였다. 다시금, 그날의 우경수의 모습과 내 앞에 있는 놈의 모습이 교차되어 혼동되기 시작했다.
“왜 그러고 서 있어?”
“…….”
“내가 뭐 김예희 대신에 너랑 사귀기로 했다고 소리쳐주기를 바래?”
“…….”
"그럼 애들이 너랑 나 무슨 사이냐고 또 오해할 텐데?"
그 순간, 낡은 강의실만큼이나 앤티크한 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더 강의실 문이 열렸다. 강의실 한 가운데에서 서로 눈을 마주하고 서 있는 우리를 보며 반 아이들은 함부로 궁금한 제 입을 열지 못하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경수는 우리 학과에서 제 여자친구 말고 다른 여자와 말을 섞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지 않았느냐. 슬금슬금, 고양이가 더러운 똥을 피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우리 주위를 빙 둘러 제 자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침묵 속에서도 난 도경수에게 향해있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안개가 짙어졌다. 그 안개 속에서는 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했던 외로움 가득한 남자 아이라기 보단,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우경수가 있었다. 탁한 시야가 눈앞을 가로막을수록, 중요한 무언가를 놓칠 것 같아 더 강하게 양쪽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내가 물었다. 우경수, 하고서. 놈은 그런 나를 쳐다봤다. 날 보던 그 아이의 시선에서 나에 대한 원망과 증오보단 한심함과 연민의 감정만이 그득하게 차보였다. 꼭 네가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한 건지 알고 있다는 듯이, 네 진심이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아는 듯이.
“저기 저번에 내가 애들 앞에서 했던 말은…….”
“뒤에 애들 온다.”
“응?”
“얼른 가봐, 애들 오는데.”
“아, 그…….”
“왜.”
“응?”
“내가 여기서 네 손잡고 나한테 사과해줘서 고맙다고 소리라도 질러야 갈 수 있을 거 같아?”
“…….”
“그렇게 해줘?”
“…….”
“응? 그럼 애들이 또 너랑 나 친하냐고 물어볼 텐데?”
번쩍하고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건 내가 이겨내야 하는 지독한 현실로 돌아왔음에 그런 것이라 실감했다. 같은 감정의 눈으로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도경수에게서 저릿한 감정이 차올랐다. 늘 우경수를 생각할 때면 들었던 묘연하고도 쓰라린 감정이었다. 힘없이 풀린 다리를 이용해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럼에도 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꼭 내가 어쩌다가 이러는지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그러니까 어쩌면…….
“……우경수?”
“…….”
“너……설마 우경수야?”
어쩌면, 도경수 네가 내가 찾고 있던 우경수가 아닐까. 그래서 내 모든 걸 알고 있는 거고, 같은 말을 하는 거고,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건 아닐까. 철저하게 떨려오는 심장을 멋대로 제어할 수가 없었다. 반 아이들은 대단한 구경거리가 또 발생했다며 저들끼리만 있는 단톡방에 이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느라 정신 따위 없어 보였다. 설혹, 주변의 모든 것들이 흐릿해져갔다. 거짓말처럼 내 눈앞에 있는 너만 또렷하게 초점을 맞춰갔다. 만약 네가 우경수가 맞으면 지난날의 보상을 어떻게 해줘야하는 걸까. 날 잊은 줄만 알았던 우경수가, 경수지옥에 빠지게 만들었던 너를, 난 미워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미안하다고 사죄해야하는 걸까. 변함없이 날 올려다보고 있던 도경수의 고개가 처음으로 정면을 향해 돌아갔다. 눈을 마주하고 있어도, 놈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알 도리가 없다는 게 참 답답했다.
우경수야?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리며 제 수업 노트를 꺼내는데만 집중하는 놈이었다. 답답한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솟구쳤다. 무례하다는 것도 알고, 보는 눈이 많다는 것도 알지만 어떻게든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그게 맞든, 아니든 확답을 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뭐에 홀린 사람마냥 도경수의 손목을 빠르게 낚아챘다.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오징어처럼 흐물흐물하게 잡혀있는 놈의 손목에도 난 결의에 가득 찬 눈빛을 쉽게 거둘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우경수야? 물었다. 이번에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그때였다. 굳게 닫혀있었던 도경수의 양 입술이 조그맣게 열려갔다. 도경수, 네가 우경수야?
“아니.”
“…….”
“미안하지만 난 도경수야.”
곧이어 올릴 8화에서 이어집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12 18:41
뭐가 아니야... 딱봐도 맞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