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교토여행을 별렀던 것은 <케이분샤 서점> 때문이기도 했다. 외신들에 의해 '세계의 아름다운 서점'에 뽑히기도 했고 동네 서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가 언제나 롤 모델로 꼽은 서점이기 때문이다. 그리 크지 않은 이 서점의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을 가게 되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시대는 너무 빨리 변하는구나" 하는 것.
케이분샤 서점이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혁신성'에 있다.
모든 것이 온라인화, 대형화하면서 골목 상권이 사라지고 특성 있는 작은 가게와 동네 서점들이 쇠락해가는 시대에 케이분샤는 대학들이 모여있는, 신도시 주택가 골목에 '동네 서점'을 냈다. '동네'라는 게 사라져가는 시대에 누구보다 그런 현실을 아쉬워하는 교토 골목 안에 서점을 냈고, 무엇보다 지역 커뮤니티를 소중하게 여겼다.
대형 서점과 전혀 다른 자신들만의 진열 방법으로 책들을 배치했고, 지역의 특성과 독자를 고려한 맞춤형 큐레이션, 시기적절하게 서가의 배열을 바꾸고 순환하는 독특하고도 신선한 진열로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책과 어울리는 문구와 소품, 생활용품들을 매칭해 구성했고 이렇게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서점의 구성이 호응을 얻자 책방을 확장해 아예 라이프 스타일 숍을 별도로 열었다. 이른바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츠타야'식 모델의 출발점이었으리라 생각한다.
2018년 2월, 이미 너무나 유명한 케이분샤 서점을 찾았을 때....내가 본 것은 바로 이런 혁신성의 한 사례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젠 더 이상 혁신이 아니라 많은 서점에서 벤치마킹되고 진화 발전된 '원조'로서의 위엄이었다. 그러므로 이 서점은 내게 신선할 것이 없었다. 외형적으로는.
내가 케이분샤에서 보아야 할 것들은, 혁신의 원조로서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어떻게 지켜가고, 앞으로 또 어떤 미래에 어떻게 몸을 맞춰갈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을 거다. 그러므로 이곳은 그냥 관광하러 갈 곳은 아니었고, 이야기를 들어야 할 곳이었다. 반복해서 서가 사이를 돌면서 속으로 오래오래 그 답을 떠올리려 애썼다. 어쩌면 그것이 앞으로 또다른 나의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다음날, 케이분샤의 오늘이 있기까지 신입으로 들어가 점장까지 올랐던, 케이분샤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냈던 호리베 아쓰시 씨가 독립해 문을 연 <세이코샤> 서점을 찾아갔다.
주택을 임대해 2층에선 부부가 생활하고, 1층은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아주 작은 책방이었다. 어차피 주거용 집을 임대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임대가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호리베 씨는 말했다.
"점점 책을 보는 인구가 줄어들고, 책을 팔아 남는 이익금이 적어지지요. 책 판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서점이 자꾸만 잡화의 비중을 높여가고, 비싼 책이나 소품을 팔아 가게를 유지하려고 하는 현상이 늘어갑니다.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책으로 승부하는 그런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책방을 열었습니다."
동감, 또 동감....그의 생각이 바로 내 생각 아닌가.
오늘날 책을 사랑하고, 사랑해서 책방을 열고 있는 많은 이들이 부딪치는 문제이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고 할 것이다.
"책방에서 진정으로 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아아, 그런 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바람....
케이분샤 서점에서 뛰어가면 1분 거리에 살고 있다는 재일교포 작가 김 황 선생님이 케이분샤, 그리고 세이코샤 탐방에 동행해주셨다. 관광객들도 많이 오지만, 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책방을 많이 찾아오기에 다행히도 책방이 적자난 적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호리베 아쓰시 사장님...우리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 보따리 책을 사가지고 가는 이런 일이 너무나 기쁘다며, 활짝 웃어주어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