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꿈을 먹고 자란 세대다. 전쟁을 통해 물리적 피해와 엄청난 인명 피해는 입었지만, 낡은 가치관을 벗어나서 서구의 문명화된 가치 질서를 받아 들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새 50여 년을 훌쩍 뛰어 넘은 지금,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폭력과 인성의 퇴락을 동시에 공유하게 됨으로서, 불확실성은 개인들이 감당할 수 없게 증폭됐다.
인류의 대전환기는 '의식'에 기반한다. 그런데 21세기인 지금의 '인류 의식'이 20세기보다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치 시스템 때문이다. 모든 인간 행위의 정점에는 '정치'라는 시스템이 자리해, 모든 것을 규율하고 배분한다. 그런데 정치는 21세기의 인류 의식과 배치되게 작동된다는 것이다. 정치는 권력이다. 정치를 좌우하는 힘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점점 정교해지는 대중지배 기술 덕에 대중은 정치에 의해 휘둘리게 된다.
"문제는 왜 불완전한 한명의 인간이 다수의 운명을 결정하게 하는가 라는 것이다"
그래서 '민회'가 필요해진다. 소규모의 직접 대화 장치가 많아져야 하고,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가 정치의 대세가 돼야 한다. 불완전한 한명의 대통령이나 권력자가 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도록 대통령이 갖는 '통치' 개념을 줄여 '집행' 기능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는 기업들과 단체들과 학교와 문화계 등이 스스로 진화하도록 방임하는 것이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 그것이 방종으로 흐르거나 다수의 행복과 반대 방향으로 나가느냐의 감시여부는 인간의 '개개 의식'에 의해 조절된다. 그 만큼 인류는 의식이 높아졌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넓은 바닷가를 거닐며 대화하고, 찬란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장엄함을 사유하고 싶어한다. 이를 성사시켜야 할 단계에 왔다. 이 짧은 생(生)의 기간 동안 극렬한 에너지 만 낭비하다 흙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음 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