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몽환의 협곡 - 8
장르: 현대판타지, 퇴마
연령제한: 15세
글쓴이: 너구리햄스
<혼의 Ep5입니다. Ep1~4를 안보신 분들은 이해가 힘들 수 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김 담당관님은 느꼈어요?"
늦은 저녁무렵의 사무실 창문가에 미정이 앉은채 단검을 위로 빙글 던져올렸다가 잡으며 말했다.
"어떤걸 말이야?"
김은 책상에서 문서들과 자신이 쓴 노트들을 읽으며 대답했고 미정이 다시 단검을 위로 던지며 말헀다.
"검은 기운 같은거. 일렁이는 그림자 같은거요. 뭔가 신경쓰지 않으면 있는 줄도 몰랐겠지만 일단 알고나니까 기분 나쁘던데 상당히."
"츠이시가의 가옥에서 말이구나? 조금 느끼긴 했어. 처음엔 잘 몰랐는데 아무래도 그곳을 조사하러 간 만큼 주변을 신경쓰다보니 무시하고 싶어도 조금씩 느껴지더라구."
"뭘까요 그거."
"글쎄…이 바닥이 워낙 기상천외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니깐 뭐라고 단정 지을순 없겠지만 아마 가옥사건과 연관이 있는 거겠지. 그런게 있다는 보고는 받은적도 문서상으로도 없으니까."
"김 담당관님이 보기에도 작은 여자아이같은 거였나요?"
"비슷했어."
미정은 껌을 잘근잘근 씹더니 단검을 한번 더 위로 던지며 말했다.
"기분 나빠. 전 정말 싫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멀쩡했죠?"
"글쎄, 나마루씨는 아직 초심자라 주변보는 감각이 없어서 몰랐을거 같구. No.427이라는 분은…알수도 있었겠고 아닐 수도 있겠고."
"그 숫자로 부르는 여자, 뭔가 숨기고 있는거 맞죠?"
김은 문서들을 뭉쳐서 탁탁치며 정리하곤 옆의 폴더에 끼워넣었다.
"응, 아마도 그럴거야. 지상의 이야기는 어느정도 들었는데 지하에 관련해서는 거의 뭉뚱그려진거 같으니까."
"쳇, 무너져내려 막혀있던지라 깊이는 못가봤지만 말이죠. 지하에 감옥같은게 얼핏 보이던데 뭐한다고 감옥까지 있데요?"
"그 가옥의 역할중에 하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악한 요괴들을 잡아다가 가둬두는 역할도 했었거든. 거기서 적당히 감화시키고 풀어주거나 더욱 깊은 지하에 봉인시키는 식이었지. 츠이시 가문급의 퇴마사 가문이니까 그런 녀석들 잡아두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닐뿐더러 그곳을 보조하는 수인족들도 싸움 꽤나 하는 종족인지라 일단 거기까지 잡혀간 요괴들은 다신 빛을 못볼 신세도 각오해야했어."
"흠~ 그럼 지하에 봉인해두었던 요괴들에 어떤 문제가 생겼고 성역이 오염되는 바람에 다른 요괴들이 연합해서 공격해오고 그런 걸까요?"
미정이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김은 그런 미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수도 있긴한데 정말 그런 거라면 아마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을거야. 과거에 봉인해둔 악한 요괴의 봉인이 풀린게 관리미숙으로 인한 부끄러움은 있을지언정 일본정부면 몰라도 우리에게 까지 숨기려고 한거니까. 차마 다른 곳에는 말도못할 엄청난 뭔가 혹은 그런 일이 지하에 있었겠지."
"후~ 일이 장난아닐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미정의 말에 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 그렇지. 간단한 일로는 안끝날것 같았어."
"저말고 다른 지원자는 안오나요? 백업이 한둘쯤 있는게 저도 마음 편한데."
"아, 지원자들이 있긴했는데. 너도 알듯이 우선 선발됐으니까. 다른 사람들 중에 지금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도 있고 요청받으면 오려고 하는 애도 있으니까."
"흠~ 까다롭긴 하네요. 면역자에 일본어도 잘해야하고 실력자라니까."
"그리고 걱정마렴. 우리가 무력을 쓸 일은 없을거니까."
"왜요?"
미정이 묻고는 껌으로 풍선을 후욱 불었고 김은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세상에 대화로 해결 못하는 것은 없거든. 교양있는 대화와 정돈된 논리! 아, 완벽하지 않나?"
미정이 불었던 풍선이 터지며 입에 늘러붙었지만 미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김을 이상한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기만 했고 김은 하던 말을 계속 했다.
"폭력이라는 것, 무력행사란 정말 야만적인 행위야. 말로 해결이 안되니까 힘으로 억지를 유지하려는 그런 것이지. 명분이 분명하고 정리된 논리를 가진 훌륭한 문화인은 대화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단다."
"……."
미정이 입술 주변에 늘러붙은 껌을 떼어내며 말했다.
"아니아니, 그러신 분께서 호위는 왜 데리고 온거에요?"
"규정이잖아."
"규우정~ 규우우우우우우정~ 역시 김담당관님 다운 대답이셨습니다. 아예 저도 비무장으로 오라고 하지 그랬어요?"
"응, 그럴까? 폭력과 무력의 상징과 같은 무기를 정말 싫어해서 말이야."
"……저기, 꼭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만난다고만 생각하세여?"
"어, 그렇지! 애초에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으면 국가가 나를 선택할리가 없지않니!"
"…그냥 담당하고 있는 일이 그래서 보낸거 같은데요."
"미정아 대화로 해결 안할거 같았으면 내가 호위인원을 수십명은 데리고 여기저기 다 쳐들어가서 무력으로 다 평정하려고 안하고 왜 너만 데리고 왔겠니?"
"…그거야 입국절차 없이 들어오는건데 최소인원으로 일본에 상륙 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려고 그런거 아닌가요. 인원선발도 까다로웠고."
"아니지 아니지……."
김이 미정에게 설명을 시작할 때쯤,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켄지가 세이키를 그녀의 집까지 데려다 주는것 까지는 좋았는데 굳이 그녀가 켄지집까지 따라가겠다고 하여 난처해하던 중이었다.
"세이키…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돌아가는게 어때?"
"응, 오늘은 그냥 좀 걷구 싶어서."
세이키가 양손에 든 작은 빵바구니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대답하자 켄지는 후하고 간단하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참, 모처럼 집까지 에스코트 해줬는데 말이지."
켄지는 그냥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세이키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었다. 같이 안있는게 더 좋을것 같기도 했지만 그냥 보내는게 더 불안했기에 함께했건만 자기 집까지 따라온다니 뭔가 이상해져버렸다. 잠시 후 집대문을 켄지가 열었을때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껴버렸는데, 마당 한구석과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하게 낯익은 야영물품들과 조립식 텐트를 본순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 세이키에게 말했다.
"……저기, 세이키. 미안한데 오늘은 그만 돌아가줘야겠어."
"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그게……."
켄지가 대답을 다 하기도전에 2층 문이 벌컥 열리며 No.427이 나오더니 기분이 안좋다는 듯이 말했다.
"No.211, 왜 이렇게 늦은……."
그리고No.427도 말을 다 하기전에 켄지 뒤에 꼭 붙어있는 세이키를 보더니 말을 멈추었고 몇초간 아무도 말을 하지않는 상태에서 켄지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여! 나데코! 너 와있었어? 참, 이뭐 평소에 야영이랑 낚시 좋아하더니 이 근처에 머물렀나보네. 세이키, 저쪽은 내 친척 나마루 나데코라고 해."
그말을 들은 No.427은 2층에서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아하, 켄지~ 왔구나. 나 얼마나 기다렸다구! 기다리다가 오면 죽일까 생각하고 있었을 정도!"
그리고 No.427은 켄지의 옆에 서더니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세이키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나마루 나테코…가 아닌 나데코에요."
"아, 안녕하세요. 전 켄지군과 동급생인 이리 세이키에요."
다소 경직되게 대답한 세이키에게 No.427이 하하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시다니 아하하핫~ 켄지의 여자친구라도 되시나봐요?"
"저, 그건……."
세이키는 대답하려 했으나 No.427이 지나치게 빤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뭔가 엄청난 부담감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고 켄지는 그런 둘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미안 세이키. 친척이 와 있는 줄은 몰랐네. 다음에 다시 와줘, 정말 미안해."
"아, 아냐…그럼 이거……."
세이키는 쭈뼛거리며 빵바구니를 내밀었고 켄지가 그것을 받으며 말했다.
"이런거 까지 챙겨주고…고마워."
"응,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켄지군. 좋은 밤."
세이키가 물러나자마자 No.427이 대문을 닫아버렸고 세이키는 닫힌 대문앞에 가만히 서서 그들이 2층으로 올라가고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잠시 바닥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2층 문을 닫자마자 켄지는 여동생의 방문 옆에 서있는 No.427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장난치세요?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에요!"
"깐깐하네. 거참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올수도 있는거지."
켄지는 정말 기가차다는 듯이 여동생의 방문 옆에 서있는 No.427의 반대편 벽앞에 서며 말했다.
"그래도 남의 집에 최소한 연락은 하던가! 짐은 마당에 아무곳에나 놔두고 이게 뭐에요. 동생이라도 왔으면 어쩌려구요!"
"사정이 있다니까 그러네. 마침 네 집에 빈방도 있다고 했었잖아 저번에."
"아니 빈방 있는거랑 집에 찾아오는건 별개의 문제잖아요! 하아……."
켄지는 벽에 등을 대고 고개를 흔들었고 그걸 본 No.427이 말했다.
"어디 아프니?"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 뭐, 그래요…사정이 있다고 하시니 어쩔수가 없네요. 며칠간 여기 지내세요 대신 동생이 올수도 있으니 그전에는 나가주기 바래요."
"뭐?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여기서 지내냐. 나 바쁜 사람이라고."
"……그럼 밖에 있는 짐들은 뭐에요?"
"어지간히 관심도 없었군. 뭐, 모를수도 있긴 해. 야영장비 같은거 눈여겨 안볼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No.427은 켄지의 여동생인 나마루 레나의 방문을 열었고 켄지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방안을, 자신의 여동생 침대 위에 누워있는 츠이시 요이를 보았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