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천읍성 안 작은 책방
#오래된 미래
면천에 작은 책방이 생겼다고 해 버스를 타고 면천으로 향했습니다. 면천에 몇번 와본 적은 있지만 버스로는 초행길이라 제대로 찾아온건지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성벽이 보이니 안심이 되더라구요.
옛 서문에서 오르막길로 5분정도 걷다보니 풍락루가 보이네요. 풍락루 뒷쪽으로 지금은 이전한 면천초등학교 자리가 동헌과 객사가 있던 자리라고 하네요. 앞으로 이곳에 동원과 객사를 복원한다고 합니다.
오랜시간의 향기가 켜켜이 배어있는 동네 골목골목을 걷다보니 크고 작은 주택들 사이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책방이 한눈에 쏙 들어 오네요. 아직 간판을 달지 않았지만 이층짜리 예쁜 건물이라 한눈에 이곳이 책방이다 싶더라고요.
작은 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닌 책방 주인의 취향에 따라 기획한 공간이 주는 신선함을 엿볼 수 있는데요. 주인이 설정한 콘셉트를 따라 진열된 책을 둘러보니 동화를 좋아하는 책방 주인의 독서 취향도 보이고 신영복, 조정례, 권정생, 박경리등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들의 책이 많이 눈에 띄어 맛집 탐방하는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네요.
책방이름이 '오래된 미래'라고 해서 신선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지은숙 대표에게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이름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책방 장소가 이곳에 정해진 순간 장소에 대한 특수성 때문에 그냥 책방 이름이 정해졌어요. 첫째, 오래된 마을에서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하는 의미. 둘째, 책은 오래된 것이지만 없어지지 않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면천읍성이라는 장소 덕을 많이 봤어요. 오래된 미래 속에는 장소까지 포함돼요. 이 장소가 아닌 곳에서 오래된 미래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이 집 또한 50년 넘은 건물이에요. 200여 년 전에 면천군수로 재임하던 박지원이 쓴 면양잡록이 후대들에게 오래된 미래가 된 것처럼 책방 ‘오래된 미래’를 통해서 미래를 꿈꾸고 싶습니다.”
책방 곳곳에 진열된 타자기와 옛날 교과서들과 전자기기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사전들, 수제만년필등 곳곳에 숨바꼭질 하듯이 진열되어 있는 소품을 만나는 재미도 솔찬하네요.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맞은편에는 당진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당진에 관한 책들이 전시 되어 있네요. 박지원이 면천군수로 계실때 썼던 면양잡록을 문화원에서 번역해 놓은 책도 있어서 너무 반갑더라고요.
이층에 올라오니 대들보와 서까래를 고스란히 드러내 운치를 살린 천장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50여년의 시간동안 보금자리를 든든히 지켜주며 삶의 향기를 듬뿍 머금은 채 거뭇한 윤기가 흐르는 서까래와 대들보, 황토가 어우러진 천장을 머리에 이고 탁자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으니 신선이 부럽지 않은데요.
이층은 커피와 차도 마시며 책도 읽고 담소도 나눌수 있는 공간이에요. 어린 친구가 탁자에 앉아 책 삼매경에 빠져 있기에 창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지은숙 대표는 책읽기를 좋아 하는 내향적 성격이라고 합니다. 힘들때마다 책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기도 하고 책에 나온 글귀 하나로 큰 힘을 얻기도 한다네요. 또한 10년전 부터 가까운 지인들과 독서모임을 하며 함께 하는 책읽기의 소중함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이공간은 누구나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쉼의 공간으로 활용할거라고 하네요. 아울러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독서모임의 공간으로도 활용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또한 영화관에서 쉽게 볼수 없는 독립영화나 지나간 좋은 영화도 함께 볼수 있도록 이월부터 한달에 한번씩 심야극장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쪽 골방에는 뒹굴뒹굴거리며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 한쪽 벽면에 수북히 쌓여 있네요.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 와서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뒹굴거리며 만화책을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예쁜 리스가 달린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가니 예쁜 기와 지붕과 색색의 의자가 만들어 내는 풍경들이 고즈넉한 읍성안 주택들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네요.
일층으로 내려오니 책방이 예뻐 지나가다 들어와 봤다는 젊은 신혼부부 손님도 있고 이층에서 만난 어린이가 어머니와 함께 책방 컬러링 도안에 색칠을 하고 있네요. 책방을 방문한 분들은 누구나 컬러링 도안에 나만에 책방을 예쁘게 색칠을 해 가져갈 수 있답니다.
항상 책 언저리에 일을 했던 지은숙 대표는 할머니가 된 후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하던 중 5년 전에 충북괴산에 있는 ‘숲속 작은 책방’을 알고 난 후 집에서 할 수 있는 책방을 운영하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 3~4년 동안 작은 책방을 다니기만 하며 엄두가 안 나 망설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우연히 sns에서 이천에 ‘오월에 푸른 하늘’이라는 책방을 보는 순간 지은숙 대표가 꿈꾸던 작은 책방과 너무 똑같아 왈칵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너무하고 싶다. 망하더라도 한번은 해야 할 것 같다. 그냥하자 일단은 한번 해보자’라고 장소를 물색했다고 해요. 그때 떠오른 곳이 10년 전 당진에 이사와 면천에 놀러왔다가 한눈에 쏙들어왔던 이 건물이라고 합니다. 마침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김회영 관장에게 이 건물이 경매가 났다고 이야기를 듣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에 힘을 얻어 작년에 구매했다고 합니다. 1년 가까이 부군 김용희 대표가 직접 고치고 수리해 가며 이렇게 예쁜 책방을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된 미래'에서는 새책과 헌책을 같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러 책방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많아 새책은 할인도 해준다고 합니다.
주위에서 책방을 열거면 북카페로 하라는 권유가 많았다고 합니다. 책이 주인이기 때문에 반듯이 책방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지은숙 대표에 표정에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누는 사이 시나브로 책방 사위가 어둑해졌네요. 역사가 배여 있는 좋은 장소에서 책 한권 읽는 맛이 도시에서 책을 읽는것과 비교할수 없겠죠? 소박하지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며 삶의 뿌리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작지만 큰 책방을 만났습니다. 면천읍성이 품은 작은 책방을 만나러 와서 작은 책방이 품은 오래된 미래를 엿보았습니다.
오늘 작은 책방 '오래된 미래'에서 좋은 추억과 행복한 미래를 한아름 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