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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 중 어딘가에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대략 7~8시간 정도다. 수면 중인 시간을 빼면 하루 중 절반은 앉아있는 셈이다. 오래 앉아있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이제 기본 상식, 활동량 부족으로 비만이 찾아오고 근육량 부족으로 등, 허리 등이 아파온다. 더구나 불편한 의자나 자세는 고통과 건강 악화를 더더욱 높인다.
집과 사무실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고 식사를 하며 지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는 이동을 위해 자동차에 올라탄다. 가까운 거리든 먼 거리든 시트에 의존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슬기로운 의자 생활이 필요하다. 자동차에 오른 순간 건강과 안전 모두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에 전해지는 진동의 약 70%는 시트를 거쳐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그만큼 시트의 종류와 완성도에 따라 승차감이 달라진다. 파워 트레인을 제외하면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시트가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도 그 이유다.
자동차 역사 초기에 시트는 단순했다. 벤치처럼 평평한 모양이라 벤치 시트로 불렸다. 가죽을 덧대고 엉덩이를 걸치는 수준이었는데, 질주 본능이 꿈틀거리고 안전성 등으로 시트도 진화했다. 거친 움직임에 신체를 꽉 잡아주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레이스에서 버킷 시트가 필요했다. 자동차 역사의 발달은 레이싱 역사 발달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버킷 시트가 개발됐고 독립 시트가 강조됐다.
레이싱을 위해 개발된 시트일지언정 신체만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안락감과 편안함을 안겨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가 ‘레카로’다. 레카로는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아우디 등 유수의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은 물론이고 척추 보호 및 시트 폼, 패드의 형태와 경도 등도 신경 쓰며 스포츠팀 대기석에도 진열된다. 우리가 종종 해외축구를 보면서 선수들이 앉아있는 곳의 의자가 레카로다.
시트는 안락감이 강조되곤 하지만 충격 분산 및 흡수의 기능도 겸하고 있다. 탄소섬유나 마그네슘 소재로 경량화 및 진동을 줄이고 충격 시 유동적 움직임을 더해 운전자를 보호한다.
기본은 역시 운전 자세
아무리 좋은 시트일지라도 자세가 엉망이면 말짱 도루묵, 운전자에 알맞은 시트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우선 엉덩이와 허리, 등, 어깨를 시트에 바짝 붙여보시라. 등받이 각도는 90도에서 살짝 뒤로 젖히는 정도가 알맞다. 최대한 시트에 중추 라인을 붙여 주행 간 유동을 줄이는 것이 핵심. 코너 구간에서 그루브를 느끼는 것은 자칫 통증을 유발한다.
풋 포지션? 숏다리든 롱다리든 차별하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무릎이 약간 굽힌 상태로 설정하자. 급박한 상황에서 강하게 제동이 이뤄질 수 있고 충격 시 골절 위험도 낮춰준다. 왼발은 풋 레스트에 고정해 신체를 단단히 고정해 줘야 한다.
헤드레스트의 용도는 목에 걸쳐 편안한 자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목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뒤통수와 헤드레스트가 만나도록 높이를 조절하자. 충격 발생으로 목과 머리가 뒤를 향할 때 헤드레스트가 목을 받치고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어깨를 시트에 붙인 상태에서 주먹을 쥐고 손을 쭉 뻗어보자. 손목 부분을 스티어링 휠 위쪽에 올려놓는다. 각도 역시 어깨라인보다 살짝 위로 설정한다. 다리와 마찬가지로 팔도 완전히 편 상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구부러진 자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오프로드 주행이 아니라면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스티어링 휠을 감싸듯 쥔다. 보통 3시, 9시 방향의 스포크와 만나는 부분이다. 미끄러짐을 방지해 매끄러운 조향을 만들어준다.
헬스케어 시트
시대의 변화는 기술의 변화와 개념의 변화로 이어진다. 현대 사회에서 시트는 우리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겸한다. 옛사랑과 뜨거운 감정을 나누었던 시트 스틱, 다이얼은 점차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며 전동/메모리 시트가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통풍 & 열선 시트
1966년 캐딜락이 드빌에 열선 시트를 채택한 이후 빠르게 발전하며, 현재는 없어선 안될 기능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보급된 이후 웬만한 소형 모델까지 열선 시트 기능이 있을 정도다. 1998년 사브는 열선 시트와 반대 개념의 통풍 시트를 선보였고 열선 & 통풍 시트는 뜨거운 여름, 차가운 겨울에 우리를 챙겨주는 최애 기능이 됐다.
저중력 시트
시트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브랜드가 있다. 닛산이다. 현재는 경영난에 시달리며 국내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죽 쑤고 있지만, 저중력 시트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저중력 시트는 무중력 상태에서처럼 근육과 척추가 받는 압력을 최소화함으로써 운전자가 편안함을 느낀다.
햅틱 시트
GM 산하 브랜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햅틱 시트는 위험 경고 기능이 담겼다.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시트에 장착된 진동 모터가 운전자에게 진동을 전달한다. 허벅지에 전달되는 진동을 통해 운전자는 위험 상황을 알아챌 수 있다.
마사지 시트
플래그십 모델이나 럭셔리 브랜드를 등에 업은 자동차엔 마사지 기능이 들어가 있다. 운전 간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피로를 완화해주는 기능을 하는데 브랜드 별, 모델 별 차이가 있다. 정말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는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으나, 간지럽거나 아프기만 한 마사지 시트도 있다. 건강은 모르겠으나 졸릴땐 잠이 확 달아날 듯 싶다.
SHAPE SHIFTING 시트
재규어에서 선보인 기상천외한 시트다. 우리의 뇌를 속이고자 만들었다. 시트에 장착된 액추에이터가 엉덩이, 허벅지 등에 진동을 주고 마치 뇌에선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걸을 때와 같은 진동을 인위적으로 만듬으로써 운전 중에도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게 재규어의 설명이다. 음, 그냥 내려서 좀 걷는게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