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12곳을 영주십이경이라 부릅니다. 그 중 성산일출봉(182m)에서 동해의 해돋이를 바라보는 풍경이 장관이어서 성산일출을 제1경으로 꼽는다고 합니다. 원래는 숲이 울창하고 무성하여 청산(淸山)이라 불렀는데, 보이는 모습이 바닷가에 세운 웅장한 성곽과 같아서 성산(城山)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성산일출봉에 대한 재미있는 제주 설화가 전해 지는데,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하는 아주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빨래 할 때 성산일출봉을 빨래바구니로 썼다고 합니다. 상상이 안되네요. 빨래가 얼마나 크고 많았길래?
-----------------------------------------------------------------------------
설문대할망은 선문대할망, 설만두할망, 설명지할망, 세명뒤할망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제주 설화에 나오는 바다 속의 흙을 삽으로 떠서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키가 크고 힘이 센 제주도의 여성 거인신이다.
태초에 탐라에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누워서 자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앉아 방귀를 뀌었더니 천지가 창조되기 시작했다. 불꽃 섬은 굉음을 내며 요동을 치고, 불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할머니는 바닷물과 흙을 삽으로 퍼서 불을 끄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날라 부지런히 한라산을 만들었다. 한 치마폭의 흙으로 한라산을 이루고 치맛자락 터진 구멍으로 흘러내린 흙들이 모여서 오름들이 생겼다. 또 할망이 싸는 오줌발에 성산포 땅이 뜯겨 나가 소섬(우도)이 되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헌 치마 한 벌밖에 없었기 때문에 늘 빨래를 해야만 했다. 한라산에 엉덩이를 깔고 앉고, 한쪽 다리는 관탈섬에 놓고, 또 한쪽 다리는 서귀포시 앞바다 지귀섬에 놓고서, 성산봉을 빨래바구니로 삼고, 소섬(우도)을 빨랫돌로 삼아 빨래를 했다. 가끔은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워 발끝은 바닷물에 담그고 물장구를 쳤다. 그때마다 섬 주위에는 하얀 거품이 파도와 물결을 이루었고, 몸을 움직이고 발을 바꿀 때마다 거대한 폭풍처럼 바다가 요동쳤다. 한라산에서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한 발로 한라산을 딛고, 또 한 발로 성산봉을 딛고, 관탈섬을 빨랫돌 삼으면, 세상은 또 한 번 다른 세상으로 바뀐 것 같았다.
(출처 : 한국민속문학사전, 설화편)
제주 성산일출봉 1
한지, 단청안료, 호분, 먹
54 x 87cm
2016.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