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높이의 산,
아프리카 최고봉!
이곳을 과연 가 볼 수 있을까?
생각은 현실이 되고 꿈은 이루어지다!
생각만 하면 저절로 발길도 닿게 되는 신기한 여정.
이것은 남미 파타고니아,
그 이전 알프스 몽블랑, 에퀴디 미디, 마테호른
또 더 이전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촐라체 패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
단순히 마음 먹었던 생각이 실제로 계획속에서 추진력을 받아 하나씩 이루어지게 된 것은 실로 홍재인 대장의 공이 크다.
그는 대원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다가 돌아와서는 자료를 찾고 실현 가능한 한걸음 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고산에서의 숨은 내 뱉기도 힘들고 들이 마시기도 힘들다.
그러면 왜 고산에 가는가?
매번 다녀올 때마다 깨달음을 얻고 오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에서는 내 인생의 스틱은 누구인지, 무엇인지로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그리하여 내가 내 쉬는 호흡으로 인한 감사를 창조주께 드리고...
산 아래의 애증, 다툼, 시기, 질투, 번뇌등을 모두 가벼이 여기는 법을 배우고,
진솔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감사할 것이 많음을 또 감사하고...
온통 주위에 감사할 것뿐이다.
편하고 안락한 삶이 주는 가벼운 무게보다 깊은 산이 주는 무거운 무게가 더 나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고 영글게 하니... 고산에서 내딛는 발걸음도 고통의 발걸음이 아니요, 인내와 은근과 오기, 끈기가 반죽되어 기쁨과 희열, 감사의 여정이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아프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두 번째 발걸음이다.
적도 근처에 있는 산이라, 사진으로보니 맨 윗부분에만 조금 눈에 덮였을 뿐이다.
그래서 아이젠도 필요 없다고 한다.
여러방향에서 오르는 루트가 있는데... 우리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지만 길이가 긴 마랑구 게이트에서 출발하는 코카콜라 루트를 택했다.
경사가 심한 위스키 루트도 있는데 반해 이 길은 소프트 드링크처럼 비교적 완만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프리카로 가는 여정은 시애틀에서 출발하여 대략 30시간?
시애틀 - 워싱턴 D.C. - 이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
킬리만자로에서 3시간 떨어진 아루샤라는 도시를 거점으로 해서 이곳을 오르나 보다.
가이드를 만나고 포터가 지고갈 짐을 따로 챙기고, 또 본인의 배낭을 꾸린 다음 다시 3시간을 이동하여 드디어 킬리만자로의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포터 24명, 가이드4명, 식당팀 2명 합하니 우리 대원 11명까지 모두 41명!
대식구다.
먼저 짐의 무게를 체크하고 입산 허가를 받는데 두시간쯤 걸렸다.
포터의 짐의 무게를 꼼꼼히 체크하는데 등반객의 짐15Kg에 포터 본인의 짐 5Kg를 합하여 20Kg가 넘지 않도록 조정한다. 식사 준비에 쓰일 도구와 재료, 프로판 가스통, 물통까지 합하니 무게가 초과하였다. 게이트에 나와 일거리를 찾고있는 포터 한명을 즉석에서 추가로 고용하였다.
포터들의 몸, 특히 허리건강을 위해서 엄격하게 계량을 하는 것은 참으로 잘하는 일이다.
네팔에서도 이것을 배우면 좋겠다. 그러면 고용하는 포터인원도 저절로 늘어날 것이다.
모두 선채로 입산허가를 기다리는 동안에 후두둑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우리 떠나기 전에 비가 올테면 모두 와라” 하면서 기다렸지만 거센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첫 날 산행부터 비를 맞으며 시작하였다. 모두들 좋은 우비들이 있었지만 안에서 배어나오는 땀 때문에 속옷도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열대 우림사이로 출발하는 산행 길은 거의 숲속으로 길이 나있어서 여느 산행과 다르지 않았다. 고도 1,000미터를 높여 2,700미터에 있는 만다라 산장에 짐을 풀었다.
산장에 도착하여 싸인을 하고 6인실, 4인실 등을 배정받았다. 산장에 도착한 뒤에도 계속 비가 와서 포터들은 커버 벗긴 짐 가방을 주인을 찾아 돌려주기 위해 이 곳 저 곳으로 옮기는데 우리들은 빗물이 새어 들어갈까 봐 불안하였다.
식탁보가 깔린 식탁에서 따뜻한 물과 음식을 서빙받으며 저녁식사를 마쳤다.
불편하다면 산장안에 화장실이 있지 않고 별채로 따로 있어서 잠을 자다가 옷을 다 찾아 입고 산책을 겸해서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는 것이 좀 문제이기는 했다.
이층 침대가 캐빈에 딱맞게 배치되어 있어서 6인실이라고 6명이 들어가면 짐을 제대로 풀기도 어려워 모두가 불편하다. 다행히 여성6인실, 남성 4인실, 우리 부부 4인실 이렇게 3개를 배치해 주어서 비교적 잘 지낼 수 있었다. 지금은 비수기라서 이것이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꽉 채워서 지내야 하는 가 보다.
밤새 원숭이가 나무위에서 싸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화장실에 갈 때도 사나운 원숭이들이 뛰어 나오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으나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나오자 피해서 좀 더 멀리 갔다.
아침 6시에 기상.
아침식사 7시반.
식사후 곧 출발!
포터들은 아침에 대야에 따뜻한 물을 갖고 와서는 씻으라고 서비스 하였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후였다.
만다라 산장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곧 출발.
오늘은 2,700미터부터 시작해서 3,700미터 까지 올라간다. 호롬보산장까지...
길은 평탄하며 숨쉬기가 아직은 괜찮다.
앞에선 이스마엘 가이드가 워낙 천천히 가기에... 걸음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우리들은 모두 한 줄로 서서 그를 따라간다.
바람은 갑갑하였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안다. 히말라야 촐라체 패스를 넘어 당락을 지나 칼라파타르에 빠르게 다녀온 것을... 그녀의 고소를 느끼지 않는 체질은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우리들은 가이드 이스마엘의 스텝에 잘 맞추어 천천히 걸었다.
쉴 때마다 쵸코렛, 사탕등 단 것을 먹게 된다.
오후가 되니 비가 또 온다.
얌전히 오는 비가 아니고 퍼 봇는다. 우중 고산산행을 하니 몸이 무겁다.
3,700미터 호롬보 산장에는 새로지은 화장실에 다행스럽게도 수세식 변기가 있다. 호텔에 온 기분이다.
특이하게 생긴 세네치오 킬리만자로가 우리를 반긴다. 참 멋있는 식물이다.
군락을 지어 있는 것이 멋있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리라...
산장에 도착하여 각자 도착 싸인을 하고 짐가방을 여는데...
저런! 침낭까지 모조리 젖었다. 정상에 오르는 날 입으려고 아껴 두었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우모복들이 모두 젖고 말았다. 아니 짐을 어떻게 메고 왔길래 옷들을 모두 적셔 놓았을까... 화가 났다.
그렇지 않아도 모두 컨디션들이 좋지 않은데 침낭을 비롯하여 짐들이 모두 젖었으니... 포터들이 플라스틱백에 짐가방을 집어넣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구멍난 쪽을 하늘을 향하게 매고 다녔는지... 하루 이틀 짐을 진 것이 아닐텐데... 이렇게 모두 젖게 하다니...
앞으로 더욱 나빠질 몸의 상태를 위해 마른 뽀송뽀송한 옷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모양이 되었으니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산장에 도착하여 잠시 해가 나는 틈을 이용하여 피난민처럼 나무위에 빨래를 널었다. 그중 심하게 물을 짜야 하는 것 몇 개를 골라서 가이드에게 말려 줄 것을 부탁하였다. 또한 옷의 젖은 상태를 이스마엘 가이드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일행에게 짐의 상태를 물어보았다.
산물님은 각 옷을 비닐팩에 넣어서 가방에 넣으셨단다.
바람은 REI 에서 방수팩을 사서 옷을 그 안에 넣었단다.
대장님도 잘 하셨고...
아~~~ 문제는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포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옷짐을 잘 꾸리지 못한 나에게...
안나푸르나에서는 꼭 하루 한번 씩 비가 왔었다. 그러나 짐이 젖지 않았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때에도 옷의 상태가 좋았었다.
나는 왜 이제야 내가 짐 싸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가...
이제 이곳이 나같은 아마추어에게는 가장 높은 곳이라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데...
이렇게 인생 공부는 산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히말라야에서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었다.
인생의 스틱에 대해서...
나는 포터에게 짐가방을 맡기기 전에 내가 짐을 잘 꾸렸는지 먼저 점검을 했어야만 했다.
비가 오더라도, 그들이 짐이 무거워 혹 내 팽개치더라도 안에 깨지거나 상할 것은 없는지, 그들의 플라스틱 파란백이 오래되어 구멍이 났더라도 내 옷과 침낭은 비에 젖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가 잘 되었는지를 점검 했어야만 했다. 나는 이러한 일들이 정상등정에 지장을 주게 될까봐서 그것이 더 염려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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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레저 산악회
첫댓글 재미있어요. 다음을 기대합니다.
햇살님! 글 너무 잘 쓰셨어요 꼭 제가 갔다가 온 기분이듭니다
정말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햇살님은 명작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