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대표적 황금시대로 꼽히는 '정관의 치(貞觀之治)'. 이는 직간(直諫)을 잘하는 위징 등 훌륭한 신하들이 있었고, 당 태종이 그런 직간을 잘 받아들여 국정에 반영할 줄 알았기에 가능했다. 왕과 신하의 멋진 조화 덕분이었던 것이다. 각자 능력이 있더라도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태평성대를 일구지 못했을 것이다.
조화의 중요함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조화 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고 본다. 인간사회의 대부분 불행은 자신 위주로 언행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데서 온다. 가족간에도 그렇고 조직 구성원간에도 그렇다. 국가끼리도 서로 장단점이 잘 조화돼야 지구촌이 제대로 돌아간다. 이념간, 종교간에도 마찬가지다.
조화는 특히 예술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예술의 경우에는 조화가 생명이다. 지난달 23일 '소프라노 홍혜경·테너 김우경이 함께하는 오페라의 밤' 무대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펼쳐졌다. 최고 실력의 성악가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을 내 공연장을 찾았다. 먼저 홍혜경이 노래를 한 곡 불렀고, 이어 김우경이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를 불렀다. 특히 김우경의 노래를 들으며, 절로 탄성이 나왔다. 세계적 성악가들의 노래를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그처럼 좋은 노래는 처음이었다. 계속 솔로 또는 듀엣으로 노래와 연기를 펼쳤는데, 스토리도 몰랐지만 정말좋았다. 노래의 힘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피아노 연주였다. 성악가의 노래·연기와 너무나 탁월한 조화를 이루는 연주였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는 루마니아 출신 블라드 이프틴카였는데, 두 사람의 음량과 호흡에 맞춰 피아노 소리 크기나 리듬을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절묘하게 조절함으로써 두 사람의 노래와 연기를 한층 빛나게 했다. 그처럼 조화를 잘 이루는 연주는 보지 못했다. 이런 게 진정한 조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조화는 모든 일에 필요하겠지만, 문화예술과 행정이 만날 때 조화가 각별히 절실하다. 행정이 일방통행해서도 안되고, 부화뇌동해서도 안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영국 정부의 문화예술지원 원칙도 있지만, 어떻든 문화예술과 행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최근 대구문화재단 출범 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문무학 대구예총 회장이 강조한 '문화행정은 예술이어야 한다'는 표현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문화예술 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의 공무원과 관련 인사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이야기다.
삶의 진정한 고수라 할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했다. 참된 조화인 화이부동의 힘이 진정한 힘이다. 특히 '힘' 있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힘' 있는 자 중에 '동이불화(同而不和)'의 소인이 많으면 그 사회는 살맛이 안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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