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꿩 새끼 키우기 >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매전야영장에 학생들을 인솔하여 갔다가 운영위원장이 꿩 알을 13개를 발견해 그중 3개를 가져왔다.
학교에 부화기가 있는 걸 기억해내고 과학 선생님께 맡겼더니 어느 날 꿩 새끼가 부화했다고,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키울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그래서 꼭 잘 키우시라고. ㅠ ㅠ ㅠ
그 날 밤 겨우 물 두 모금만 마셨고 계란 노른자나 쌀 싸라기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밍크 가죽 바닥에 수건 이불로 침실을 만들어 주고 전등을 끄니 짹짹 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찍 깨어 뻣뻣이 죽어 있을지 모를 녀석을 생각하며 거실문을 여니 짹짹하는 소리가 들렸다. 살아 있었다. 우유 2방울을 강제로 먹이고 나머지는 내가 마셨다. 아차! 좀 남겨 둘 걸 하는 생각이 나서 살펴보니 충분한 양이 팩에 묻어 있어 다행이었다. 우유를 마시고 나서 오전 산책 중이다. 짹짹하며 나를 어미처럼 따른다.

6월 8일 만 나이로 3일이 된 조그마한 녀석은 이렇게 잠자기를 좋아하는 듯하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눈도 뜨지 않고 작은 소리로 짹짹거린다. 아마 어미의 날개 깃 속으로 여기는 듯 편안하다.
우유를 다시 강제로 먹이고 놈이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보다가 문득 상추 잎을 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부리로 상추를 쪼아대는 게 아닌가? 그러나 상추가 고 작은 부리에 찢길 리가 없어서 상추를 찢어 부리로 쪼면 떨어지게 했더니 드디어 부리로 쪼아 "꼴깍" 아! ♬♬♬♬♬드디어 너를 살릴 수 있게 되었구나. 그리고 녀석이 거실 바닥의 검은 점을 쪼다가 운 좋게도 작은 하루살이를 잡아먹는 걸 보았다. 당장 고추밭에 가 작은 곤충 근처에 머리를 가져가니 바로 쪼아 "꼴깍" 그래서 몇 마리의 곤충과 애벌레가 희생되어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내친김에 파리를 잡아 주었더니 먹지 않았다. 다시 파리를 고춧잎 위에 놓아두고 머리를 가져가니 아니나 다를까 또 "꼴깍"하고 먹는 게 아닌가. 이젠 되었다. 너를 충분히 살릴 자신이 있다.

두 시 경 집사람은 산에 운동하러 가고 나는 동생뻘 되는 아이와 낚시를 갔다. 가면서 방문은 다 닫고 베란다 쪽은 나가 놀라고 열어두었다. 낚시가 안 되어 돌아오다가 술 한잔 할래 하고 권했더니 싫단다. 왜냐고 물으니 돈이 없단다. 바로 꾸짖고 술집으로 갔다. 중간에 집사람에게서 전화가 와 받으니 열쇠를 가져가지 않았단다. 집사람은 열쇠 가지고 다니지 않는 못된 버릇이 있다. 오늘은 늘 열쇠 챙기지 않는 버릇이 얼마나 나쁜 버릇임을 몸소 깨닫도록하여 그 못된 버릇을 고쳐 주리라. 멀리 있어 못 간다고 하고 술집에 가 1시간 정도 놀다 오니 짹짹이는 죽어 있었다. 집사람이 기다리다가 마침 딸아이가 와서 문을 열고 들어오니 베란다의 액자 틈에 머리가 끼여 삐약거리고 있어 얼른 구해 물을 먹었으나 탈진해 축 늘어지더란다. 1시간 전에만 왔어도 살릴 것을 나의 술에 대한 탐닉과 집사람에 대한 구박이 너를 죽게 했구나. 몇 번의 살릴 기회가 주어졌건만 너를 구하지 못했구나. 화단에 묻으며 애달픈 마음 금할 길 없다. 너를 얻으며 가졌던 여러 계획은 너와 함께 묻으마. 가여운 짹짹아. (2013.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