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고등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장건섭 기자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대학사찰과 학계 블랙리스트 고등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김한정·조승래 의원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가 공동 주최하고,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 한국대학학회, 적폐청산 공동행동이 공동 주관해 열렸다.
고등교육 분야의 적폐 실상과 청산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자 마련돤 이날 토론회에는 최갑숙 서울대학교 교수가 진행하고, 전현수 경북대학교 교수가 '대학 사찰, 학계 블랙리스트와 학문의 자유회복’을, 조승래 청주대학교 교수는 '적폐 청산은 사학비리 척결부터', 배성인 한신대학교 교수는 '교육부의 관료주의적 형태와 신자유주의 대학정책 : 쌍뱡향적 동일성과 극복과제'를,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대학적폐 청산의 3대 과제 : 민주성, 공공성, 자율성’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고등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장건섭 기자
지정 토론에는 강남훈 한신대학교, 강명숙 배제대학교, 은우근 광주대학교, 이도흠 한양대학교 교수 및 임순광(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허성실(대학생 연석회의) 등이 각각 참여했다.
김귀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한성대학교 교수)은 개회사를 통해 "급박하게 변화되어가는 한국과 글로벌 사회에서 대학은 왕성한 탐구정신과 학문의 자유를 바탕으로 미래 지식기반사회를 만들 준비가 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낙후성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20여년간 대학에 도입된 신자유주의적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대학 정책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학 정책은 대학을 혁신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황폐화시켰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공동의장은 그러면서 "70년간의 대학교육의 적폐는 쌓일 대로 쌓여 겉모습의 단장만 가지고는 청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교수·연구자, 학생,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정치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면서 "참된 민주공화국은 대학사회와 시민사회·민주사회의 대학 거버넌스의 집단지성을 통하여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고등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장건섭 기자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이 땅에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학문공동체'로서의 대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직업훈련소'만 존재할 뿐"이라며 "오늘날 한국대학은 시장의 논리로 짓누르는 자본권력의 압박 아래 육신도 영혼도 퇴락해 버렸다. 자신을 지켜낼 언어도, 담론도, 이념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자본력과 시장논리에 굴종하고 있는 것이 한국대학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학 기업화가 대학사회에 미친 영향은 괴멸적"이라며 "진리타구의 전제인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최고 학문기관으로서의 대학의 도덕적 권위는 참담하게 는 우리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고등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교수연구자 연합 상임의장인 은우근 광주대학교 교수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장건섭 기자
광주·전남교수연구자 연합 상임의장인 은우근 광주대학교 교수는 "대학 교육의 공공성이 붕괴되었다. 시장 원리의 무차별적인 적용으로 대학은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했다. 지금 대학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과 고용 체계, 지식인 사회에 대한 정치권력의 불순한 통제, 대학 내 폐쇄적 의사 결정 구조에서 비롯한 권력 관계 등 복합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며 "그 배후에는 불순 정치세력, 고위 교육관료, 부폐 사학재단의 유착이 있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언론, 문화예술, 중고교, 대학을 망라한 지식인 사회 전체를 길들이기 위해 통제해 왔다"며 "일부 사립대학교 재단을 포함한 대학의 경영자들은 구조조정, 경영합리화의 미명하에 교수·연구자들의 교육·연구 노동을 가혹하게 착취, 수탈하고 비리와 부정을 행함으로써 학문과 교육 생태계를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은 교수는 또 "싸구려 지식 장사꾼으로 전락한 교수·연구자들은 교권의 실종뿐 아니라 생존권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학문과 교육의 비전을 찾을 수 없는 암담한 상황이다"라며 "대학은 국가 권력과 자본의 통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하부기관 또는 취업 준비기관이 아니다. 교육과 학문 연구의 전당, 자유로운 사상의 거처로서 대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교수·연구자는 연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이어 "대학지성의 핵심적인 역할은 양심적인 비판성에 있다"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대학다운 대학의 회복과 나아가 대학과 지역의 민주화를 위해 꼭 할 말은 할 것이며, 꼭 해야 할 행동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고등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장건섭 기자
이 날 기조강연을 맡은 박거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고등교육의 현안으로 △재정 부족 △지역불균형 △빈약한 국공립 대학 비중 △학문정책 부재 △대학서열화 완화 △전문대학 홀대 △학부교육 환경의 후진성 △대학원 교육 네트워크화 필요성 △일부 부패사학의 온존 △주문생산되는 교수연구실적 △시간강사의 지위와 대우 개혁 △학생 등록금 및 장학금 문제 △교수회·학생회·직원회 공식기구화 △대학평의원회 활성화 등을 꼽았다.
전현수 경북대학교 교수는 대학 사찰과 국공립대 총장 임용 과정의 청와대 개입을 거론하면서 정밀한 실태 조사와 피해 규명을 촉구했다.
전 교수는 특히 장기간 공석 상태가 발생한 국립대 총장 임용 건과 관련해 "철저한 반성과 청산 작업이 없다"며 "피해를 당한 학교와 피해자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그 다음에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고등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조승래 청주대학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장건섭 기자
조승래 청주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의 사학 정책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부의 친(親) 사학 입장 견지 △사학을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보는 입장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대학 내 위원회 등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 모순의 결정체가 사학 비리"라며 "문재인 정부는 우리 사회의 모든 민주세력과 연대해 대한민국의 주류로 둔갑해 있는 비리사학 세력을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성인 한신대학교 교수는 교육부의 관료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부 퇴직 관료 21명이 대학으로 재취업한 수치를 인용하면서 △관료집단의 정치화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 △비도덕적 가족주의 △대학평가와 규제라는 폭력 등을 문제 삼았다.
배 교수는 그러면서 "투쟁없이 권리없고 실천없이 대학 민주화는 불가능하다"며 대학가의 투쟁을 요구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역시 동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평등하고 구성원들을 노동기계로 만들며 후진적이고 비민주적인 조직이 대학"이라며 "모두가 혁명을 위해 뭉치지 않으면 한국 대학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학에서 무너진 정치적 공론의 장을 복원하고 교수와 학생들의 진지한 토론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의실에서 '고등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김한정(왼쪽부터), 신경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장건섭 기자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권이 우선순위에 화력을 집중 할 수 있도록 대학 내 적폐의 우선순위를 합의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러한 정책 토론회에서 서로 같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나가고 전략을 만드는 모임을 계속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암대학교 전 교학처장인 김한석 교수와 피해 여교수들은 청암대 전 총장에게 당한 부당한 행위와 관련, 순천지방검찰청에서 진행 중인 청암대학 고소사건에 대해 교육부의 부당징계와 파행행정업무를 지적하며 "해임 교수들에 대한 교수 복직을 하루빨리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에서는 광주지원 순천지청에 "청암대학 관련 고소 관련 수사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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