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사회로 던져져서 푸시맨 알바를 하던 고등학생 '나'에게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해서 생존을 위해 아버지의 회사를 상대로 밀렸던 두 달치 임금을 받아내고,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냈으며,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온 어머니에 대해 어머니가 돌아온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내지 않아도 되어서 울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에 찌들어 지낸다. 어느날 봄날에 역 앞의 벤치에서 졸고 있던 나의 눈 앞에 기린이 나타나고, 나는 그 기린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확신을 한다. 기린이 사라지기 전에 무작정 뛰어가 벤치에 앉아있던 기린의 무릎에 손을 올리고 '나'는 감정이 북받쳐서 우선 눈물부터 흘린다.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자초지종과 자신이 했던 고생을 말하고, 기린에게 '아버지가 맞다'라고 한 마디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기린이 한 한마디-"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이 소설을 역대 모의고사 모음집에서 처음 읽었는데 처음 부분에는 등장 인물이 나와 같은 고등학생이어서 공감이 많이 갔고, 작품 전체적으로 내가 평소에 마음속으로 생각할 때 사용하는 가벼운 문체를 썼고 장면묘사를 간결히 해 빠른 전개를 꾀함으로써 몰입이 굉장히 잘 되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흐느끼며 아버지가 다시 가족 곁으로 돌아오기를 애원하는 장면에서 그동안 힘들었던 주인공의 속마음에 공감이 많이 가서 눈물이 나왔고, 마지막 한 마디로 가족 곁으로, 자본주의 사회로 다시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원망스러웠지만 한변으로 이해가 갔다. 작품 전체적으로 꽉 찬 지하철에 3번이나 타지 못해 회사에서 잘릴 것을 걱정하며 우는 여직원, 어머니가 돌아온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내지 않게 되어 기뻐서 우는 '나', 자본주의 사회에 환멸을 느껴 가족을 버린 아버지 등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본인들만의 '산수'에 빠져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연민이 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