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 시즌 A-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제이미 맥클라렌.
이번 시즌이 끝난 후의 맨체스터 시티는 이적 시장에서 가장 바쁜 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이 든 선수들은 맨체스터 시티가 뛰어난 전략가를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리그 우승 다툼을 하지 못하는데에 큰 영향을 주었다. 벌써부터 알렉시스 산체스와 합의를 마쳤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맨체스터 시티는 알찬 보강을 예고하고 있다.
본인도 맨체스터 시티의 이적시장이 기대가 된다. 자금력면에 있어서는 정말 뛰어난 팀이기에, 어느 선수를 데려와 펩이 원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하고자 할 지가 궁금하다. 그렇게 맨체스터 시티 관련 이적 루머를 찾아보던 중, 조금 이해할 수 없는 선수가 눈에 보였다.
오늘(4월 21일) 호주 공영방송 SBS는 브리즈번 로어의 스트라이커 제이미 맥클라렌이 맨체스터 시티와 합의를 마쳤다는 기사를 독점으로 내보냈다. 보자마자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맥클라렌이 좋지 않은 선수라는 것은 아니다. 맥클라렌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A-리그 26경기에 출장, 19골을 득점하며 베사르트 베리샤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고,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스코틀랜드와 호주에서 그를 A대표팀에 모셔가려고 경쟁을 펼쳤을 정도이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무슨 클럽인가, 비록 아직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팀 아니겠는가. 세르히오 아구에로라는 걸출한 공격수와 브라질 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였던 가브리엘 헤수스, 유소년 팀 출신의 켈레치 이헤아나초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나이(23세)의 변방 리그 공격수를 영입한다라?
물론 아론 무이와 같이 A-리그를 정말 '평정' 한 후 잉글랜드 하부 리그 무대에서 적응 기간을 보내는 것을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이가 15/16 시즌 A-리그에서 보여주었던 영향력은 16/17 시즌 맥클라렌이 보여주었던 영향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맥클라렌은 지난 AFC 챔피언스리그 울산전에서 침묵하며 6대 0 패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무앙통과의 경기에서도, 가시마와의 1차전에서도 그는 침묵하며 아직 아시아 탑 레벨의 공격수까지는 아님을 보였었다.
의문을 가진 채 기사를 읽어보니, 역시나였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표면적인 계약 후 바로 같은 시티 풋볼 그룹 소속의 멜버른 시티로 임대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루크 브라탄, 안소니 카세레스와 같은 선수가 A-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맨체스터 시티 이적 후 바로 멜버른 시티로 임대된 바 있다.
당연히도 한국 내에 A-리그 팬덤이 있지 않으니 루크 브라탄, 안소니 카세레스의 이러한 이적 행태를 비판하는 글은 없었다. 그러나 이는 비판받아야 할, 시티 풋볼 그룹이 편법을 통해 하나의 리그 구조를 바꾸려 하는 일이다.
잘 언급이 없어서겠지만, A-리그의 규정은 유럽 축구와 K리그를 즐겨보는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규정들이 있다. 먼저, 강력한 샐러리 캡이 그것이다. 두 명의 샐러리 캡 제외 선수, 초청 선수, 세 명의 홈그로운 선수, 로열티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한 팀에서 5년 이상 활약한 선수, 21세 이상의 루키 선수를 제외하고는 샐러리 캡이 강력하기로 유명한 MLS보다 10배나 낮은 샐러리 캡을 적용한다.
그리고, A-리그 내의 클럽과 클럽 사이의 선수 거래를 금지한다. 따라서 A-리그 팀들은 해외 구단이나 계약이 만료된 선수들만을 영입할 수 있다. 상업화가 진행되는 유럽 축구 시청자들은 이러한 규정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러한 규정을 통해 각각 구단들이 꾸준히 리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승강제를 도입하지 않는 대신 영원한 강팀, 영원한 약팀이 없이 리그 내 팀들을 평준화시키겠다는 호주 축구협회의 생각이 들어간 규정이다.
그러나 시티 풋볼 그룹의 행보를 보아라, 그들은 두 규정을 모두 이용해 멜버른 시티를 A-리그의 극강팀으로 만들어 호주 축구협회가 꿈꾸는 평준화된 리그를 망치려들고 있다.
강력한 샐러리 캡 때문에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하는 호주 선수들에게 시티 풋볼 그룹은 그들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이적을 부추긴다. 갑작스러운 10배 가량의 연봉 인상에 어느 누가 흔들리지 않겠는가? 로마의 상징이라는 토티도 현재 연봉의 열 배를 준다고 하면 이적을 고민할 것이다. 받는 돈이 훨씬 적은 호주 선수들에게는 고민으로 끝이 아니라, 바로 이적을 결심하게 된다.
당연히 타 A-리그 팀들은 맨체스터 시티에 선수를 판매하는 대가로 합당한 돈을 받기는 한다. 하지만 클럽과 클럽간의 선수 거래가 금지되어있는 리그 규정과 외국인 선수를 23인 로스터에 5명만 허용하는 규정은 꽤나 많은 돈을 얻었음에도 그들에게 적절한 대체자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먼저 시티 풋볼 그룹은 다른 A-리그 팀들을 서서히 침몰시키고 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하게 된 선수들은 맨체스터에서 메디컬 테스트만을 받은 후 바로 멜버른 시티로 임대된다. 사실상 타 A-리그 팀에서 바로 멜버른 시티로 이적한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규정에서 금지되어있는 자국 클럽간의 선수 거래 말이다. 하지만 돈을 지불한 팀은 맨체스터 시티이기 때문에 다른 구단들은 제대로 된 항의도 해보지 못한 채 그들의 편법행위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멜버른 시티는 무료로 A-리그 팀들의 에이스를 얻게 된다. 라이벌 팀들의 에이스를 뺏어다 본인들 팀의 주축으로 쓰는 팀이 리그에서 나쁜 성적을 거두겠는가? 팀워크에 큰 문제가 있거나, 감독의 지도력에 큰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멜버른 시티는 항상 우승 후보, 못해도 AFC 챔피언스 리그 진출 후보로 거론될 것이다.
시티 풋볼 그룹은 기업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이렇게 에이스를 모아 A-리그 우승을 밥먹듯이 하고,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우승하게 된다면 팬들도 점점 많아질 것이고, 계속해서 많은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아담 스미스는 그의 명저 국부론을 쓰기 이전에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을 집필하며 마음 속의 공정한 관찰자가 타인의 상황 등을 공감하며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을 누른다고 얘기하였다. 시티 풋볼 그룹은 공정한 관찰자가 결여된 상태이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편법적인 행위를 벌이며 아예 한 국가의 축구 체계를 무너트리려고 한다.
내가 시티 풋볼 그룹을 비판한 이유는 보수적 스포츠인 축구에 동화되어 나도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얘기하겠지만 편법적인 행위로 인해 피해를 받는 구단들이 속출하고 있다. 시티 풋볼 그룹이 본인들의 행위가 축구라는 스포츠의 가치를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만 더 생각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