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가 되려면 며칠 밖에 안 남은 무진장 춥고 어두컴컴한 밤이다. 제 숙소의 역할을 하는 해상용 컨테이너 밖에서 우리 들고양이 10마리가 사료가 배급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용기를 내고 일어난다. 아침이 되려면 3시간은 더 기다려야 되는 새벽 4시30분이다. 겨울 옷 다섯 겹을 입고 과감하게 나간다. 손전등을 켜 놓고 안마당에 걸어놓은 온도계를 본다. 영하 19도씨다. 오늘도 온도계 바늘은 일기예보가 알려준 것보다 몇 도 아래를 가리킨다.
어제 나의 조국인 캐나다 마니토바주 북쪽에 사는 흰 곰들이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번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그 이유는 북극의 날씨가 너무 따뜻해져서 바닷물이 얼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의 수면이 얼음으로 만들어져야 북극곰들이 그 얼음 위로 돌아다니면서 물개를 사냥할 수 있다. 그런데 얼음이 없으니까 사냥을 나갈 수가 없다. 물개의 지방으로 기름기를 배불리 섭취하지 못하면 출산율이 엄청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극곰도 출산율 절벽 시대를 맞고 있다.
12월 초부터 영하로 막 떨어지는 우리 산골의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보고는 ‘하필이면 여기가 이렇듯 춥고 북극은 흰곰이 희귀종이 될 정도로 따뜻할까?’ 궁금해진다.
농장 일을 하기 위해서 꾸준히 밖으로 나가 일해야 하는데 동상을 입을 정도로 춥다. 양말을 여러 켤레 겹쳐 신어도 발이 시린 강추위다.
그래서 결국 여주시에 있는 프리미엄 아울렛에 있는 노스페이스 할인점에서 품질 좋은 부츠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상점에 도착했을 때 추운 바깥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점으로 들어가는 양쪽으로 여닫는 이중 문이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점 안으로 들어갔을 때 옷을 몇 겹 벗어야 할 정도로 너무나 더웠다. 호흡하기 힘들 정도로 건조했다.
그것을 보고 흰곰뿐 아니라 전기도, 난방도, 수돗물도 없이 폭격 당하면서 살다시피 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지만 이 말만큼이나 슬기로운 인간이라고 하기엔…. 진짜 아직 먼 것 같다.
신부님께서 오피니언리더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신문 '최보식의 언론'에 연재하신 글입니다.
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9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