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산방 꽃편지_08」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는 봄비에 뭇 생명들이 마른 목을 축이며 또 한 뼘씩 자라납니다.
꽃이 피고 지는 속도가 어쩌면 이리도 빠른지, ‘느린 삶’을 원하노라 말하기도 무색하네요.
고요한 숲길을 맨발로 산책하는 노년의 톨스토이를 그린 일리야 레핀의 그림을 보거나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읽다 보면,
좀 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해 씨앗을 뿌려놓았던 매발톱이 쑥쑥 새싹 오름 하더니 수수한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원예종 꽃도 예쁘지만 씨앗을 뿌리고 새싹부터 자라는 과정을 지켜본 꽃이라 유달리 눈길이 가네요.
꽃의 꿀주머니인 다섯 개의 꽃뿔 모양이 매의 발톱을 닮아 이름 지어진 ‘매발톱꽃’은 독특하고 멋진 모양으로 봄부터 여름 사이에 화단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만사 제쳐놓고 그대와 감나무 그늘 평상에 마주앉아 뽕잎새순나물과 슬쩍 익힌 두릅 안주에 시원한 막걸리잔 주고받으며 못 다한 정담 나누고 싶네요.
Carion Wind Quintet(카리온 목관5중주단)이 연주하는 장중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II와, 읽다보면 미소가 절로 머금어지는 안도현님의 ‘모과나무’ 시 한 편 함께 보냅니다.
늘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고요,
막걸리 한잔 생각나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모과나무
_안도현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아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과나무, 그 가늘디가는 가지 끝으로
푸른 모과 몇 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
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 들어왔을 것이다
<Dmitri Shostakovich: Waltz No. 2 - Carion Wind Quintet>
https://www.youtube.com/watch?v=_2Y1hCgDvNE
○매발톱꽃 (출처: 꽃과 나무 사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7XXXX100215
첫댓글 <Dmitri Shostakovich: Waltz No. 2 - Carion Wind Quintet>
https://www.youtube.com/watch?v=_2Y1hCgDv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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