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천리장성이 무너진 하루
부제: 내 인생 16년, 천리장성 축조 16년....
본문:
2021년 3월 23일, 나는 오늘 천리장성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각기 다른 하루를 보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픈 하루가,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다. 이날은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이 된 중학생 3학년의 고등학교 첫 시험인 '모의고사'를 경험하고 각각 다른 생각과 느낌을 받으며 다양한 하루를 보낼 것이다. 나에게 이날은 16년 동안 구축한 나의 천리장성이 허무하게 허물어지게 되는 허탈한 하루가 되었다.
그날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의 시작을 등교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였다. 교실에 들어와 달라진 책상들의 행렬을 보게 되었고 갑자기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몸에 감돌기 시작하였다. 9시의 절반이 되자 논문이나 사전에서 볼 만한 긴 장문의 글들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80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자 파도의 물결처럼 보이는 그래프와 각종 숫자, 이상한 고대 문자를 연상케 하는 영어 지문, 고서와 대동여지도의 사진 등 많은 것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고 그렇게 하나의 '전쟁'이 끝이 났다. 나는 집에 돌아와 가채점을 통해 천리장성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16년 동안 구축해 온 내 천리장성은 곳곳에 금이 나 있었고 높이가 많이 낮아졌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단단했던 나의 천리장성이 이런 볼품없는 모습으로 내 앞에 다가오니 '내가 그동한 공부는 뭐지?'라는 생각과 '내가 공부를 왜 한 거지?'라는 허무함과 후회가 나를 덮쳤고 그렇게 하루는 끝이 났다.
이후에 나는 혼자서 이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였고 몇 가지 문제점이 머리에 들어왔다. 먼저 가장 큰 문제점은 고등학교에서 보는 시험도 지금까지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나의 이 안일함이 내 천리장성을 무너뜨린 사실에 자책과 분노가 공존하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같이 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지식의 뼈대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게을렀던 공부 태도도 한층 나아지게 되었다는 사실들이 나에게 안도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하루를 통해 나 스스로 더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일을 통해 2가지 정도의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는 공부의 질이 올라간 만큼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시험을 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맞춰보자는 다짐을 하였고 이전과 달리 벼락치기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루하루 복습을 하면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바꾸었고 두 번째로는 너무 자만하지 말자라는 다짐이었다. 사실 이 마지막은 어리석었던 당시 나에게 말하고 가장 말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