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내면 덜꽃농장 체험기 #2
들뜬 사내들 다섯을 태우고
룰루랄라 달리던 민주노총 밴은
구룡령로 하뱃재를 오르며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돌면 또 돌아야 하고
넘으면 또 넘어야 하는 구비구비
하뱃재 꼭대기를 간신히 올라서니
평지가 펼쳐지며
율전 초등학교가 보인다
아까부터 주인댁에 전달할
선물을 깜빡했다고 끌탕하던 그들에게
그걸 마련할 곳은 그나마 여기뿐이라고
내가 미리 귀뜸했던 곳이다
일행들은 평지도 반갑거니와
선물 마련할 수 있어 더욱 다행이라며
근처 미니수퍼에 들렀다
(여기서 잠깐! '미니수퍼' 이 말은 마치 '뜨거운 냉커피' 같은 형용모순 아니던가?ㅎ)
하뱃재에서 이어지는 상뱃재
민주노총 밴은 또다시
안간힘을 다하며 힘겨워한다
승객들도 해발 886m 강원도 고갯길의
진면목에 감탄을 토해낸다
아무리 힘들어도 고지가 바로 저기고
목적지가 코앞이라 생각하면서
사기를 북돋워야 할 타이밍이다
예전엔 상뱃재만을 뱃재라 했는데
지금은 상뱃재와 하뱃재를
나눠서 부른단다
뱃재를 발음하다 보면 자연스레
전문용어 하나가 떠오른다
이른바 BJR(배째라)^^
옛날 이 지방에
오리나무 피나무 팽나무 등이 많아서
다른 木器들과 함께 배틀(옛날 가정에서 사용하던 線織機인 베틀의 사투리)을
특히 많이 만들어 팔았고
'뱃재'란 이름은 거기서 나왔다고 한다
여기서 양양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해발 무려 1089m에 달하는
항상 운무(雲霧)로 가득차 있다는 운두령이다
차는 드디어 국도를 나왔는데
아직도 내비 안내양은
다시 꼬부꼬불 마을길을
한참을 돌고 돌아 올라가라며 재촉한다
길 양쪽에는 고랭지 배추와 무 밭이
질펀하게 펼쳐져 있다
그 긴 장마와 태풍과 폭우에도
무 배추는 꿋꿋이 살아남아
시퍼렇게 잘 자라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왜
노찾사의 이 노래가 생각났을까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갑자기 민주노총 차가 훅 들어오니
옆집 무밭에서 작업하던 이웃이
우리를 보고 놀란 듯
여기는 전부 외국인 노동자들인데
민주노총이 왜 들어오지
하면서 농담 섞인 인사를 건넨다
사실 알고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밥상은
외국인들이 지어 바친다고 보면
맞는다고 할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시골 농가에 많이 들어와 있다는 걸
실감케 하는 뼈있는 농담이었다
2022. 9. 22
(to be continued ...)
첫댓글 ㅋ.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
신부 님! 감사합니다.
갈수록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