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安東)으로 근친 가는 생원(生員) 이문화(李文和)를 전송하는 서
생원 이문화가 처음 소학(小學)에 들어왔을 적에, 풍채가 단정하고 깨끗하며, 총명하고 지혜스러워 학문을 좋아하므로, 제생이 모두 친애(親愛)하였고, 조금 장성하매 학문이 더욱 진보되어 생원시(生員試)에 합격하였다. 올봄에 어버이를 하직하고 시골에서 서울로 와 무송(茂松) 윤 선생(尹先生) 문하에서 수업(受業)하였는데, 보는 것이 달라지고 듣는 것이 새로워져 조예(造詣)가 더욱 깊어갔다. 갑자기 하루는 스승 및 벗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부모는 수백 리 밖에 계시고 나도 멀리 떠나온 지가 또한 오래되어 높은 산에 올라 어버이 계신 곳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없을 때가 없는데, 더구나 지금은 유화(流火)가 서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천지가 숙살(肅殺)하기 시작하여 일원(一元)의 기운과 만물의 생장이 모두 되돌아가는 때이므로 그 만물을 보며 계절을 느껴 측연(惻然)한 마음이 도니, 나는 돌아가겠습니다.”하고, 드디어 날을 정하여 떠나게 되니, 진신 선생(搢紳先生) 및 국학 제생(國學諸生)과 생(生)과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들이, 노두(老杜 두보(杜甫))의 추흥시(秋興詩) 한 편을 가지고 분운(分韻)하여 시를 지어 그 귀성(歸省)을 찬미하였는데, 나도 역시 수(樹) 자로 지었다. 이때 모두 말하기를 “이는 서(序)가 없을 수 없다.”고 하며, 나에게 서를 짓도록 위임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일찍이《논어(論語)》에 ‘부모가 계시면 멀리 놀지 아니하고, 놀더라도 반드시 방소가 있어야 한다.’고 한 교훈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 대저 멀리 떠나게 되면 슬퍼하고 오래 만나지 못하면 생각남은 인정인데, 더구나 아들이 어버이에게 있어서랴! 다만 내가 어버이 생각을 그만두지 못할 뿐 아니라, 어버이가 나를 생각함도 일찍이 잠시를 마음에 잊지 못하는 것이니, 아들된 사람들로서 어찌 멀리 다니거나 가는 곳을 알리지 않고 때가 지나도록 오지 않아서, 어버이에게 걱정을 끼칠 것인가! 성인께서 인정(人情)에 따라 교훈함이 지극한 것이다.
지금 이생(李生)이 어버이의 명을 받들어 서울에 와서 공부하다가, 또한 얼마 되지 아니하여 봉양하려 돌아가니, 이는 그의 뜻이 효도에 급급한 것으로서 능히 성인의 교훈에 어긋나지 않게 하는 것이니, 내가 만류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내가 알기에는, 생이 돌아가서는 채색옷 입고 상수(上壽)하며 조촐한 음식으로 즐겁게 하되, 애연(藹然)한 화기가 가문에 넘치고 향리(鄕里)에서 중하게 여겨 다같이 지닌 마음을 흥기시켜 인효(仁孝)한 풍속을 이룰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장차 붓을 들어 봉인(封人)의 석류(錫類)를 쓸 것이니, 이생은 힘쓰기 바란다.
생이 돌아가는 곳은 내 관향인데, 그 산천의 경치를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의 벗에 숨은 군자(君子)로 거광(去礦) 백옥보(伯玉父)라는 사람이 있는데, 문장(文章)이나 학술(學術)이 모두 한때에 제일이나, 산수의 낙과 공곡의 망아지[空谷之駒]를 스스로 편하게 여기며 조금도 세상에 나오려고 하지 않으니, 내가 보고 싶으나 볼 수 없다. 생이 가게 되는 이 마당에 어찌 우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어찌하면 자네를 따라가서 그와 더불어 세상 밖에서 노닐며 나의 근심을 풀게 될까. 생이 어버이 봉양하는 틈에 나를 위해 사례하여 주기를 바란다.” 하였다.
送生員李文和歸覲安東序
生員李文和初入小學。姿相端潔。聦慧好學。諸生皆愛之。稍長學益進。中試生員。今年春。辭親自鄕來京師。受業於茂松尹先生之門。視易聽新。所造益深。忽一日。告其師及其朋友曰。吾親在數百里之外。吾之違離亦已久矣。岵屺瞻望之思。無時而已。矧今流火始西。天地始肅。一元之氣。萬物之生。皆反而歸矣。覽物感時。惻然有動于中。吾其還也。遂卜日以行。薦紳先生及國學生凡知生者。用老杜秋興詩一篇。分韻詠歌。以美其歸。予亦賦樹字焉。於是咸曰。是不可無序。乃委於予。予告之曰。嘗觀魯論父母在不遠遊。遊必有方之訓而有感焉。夫遠離則悲。久違則思。人之情也。况子於親乎。不唯己之思親不置。而親之念我。亦未嘗頃刻而忘于懷。則爲人子者豈可遠遊而無方。過期而不至。以遺親之憂念哉。聖人因人情而爲之敎者至矣。今李生奉親之命。來學于京。又未幾而歸養焉。此其志汲汲於孝矣。能不戾於聖人之敎矣。吾其可得留耶。吾知夫生之歸也。綵衣上壽。潔餐致樂。藹然和氣。溢于庭闈而重於鄕里。以興起同然之心。而成其仁孝之風也。吾將執筆以記封人之錫類爾。生其勉旃。生所歸吾鄕也。山川之勝。吾未得一寓目焉。有隱君子去礦伯玉父者。吾友也。文章學術。皆一時之選。而自放於山水之樂。空谷之駒。莫或肯來。吾思之而不可見也。生之行。吾胡得而無情哉。安得從子而逝。與之翺翔於物外。以寫我憂哉。生於滫瀡之暇。幸爲我謝之。
[주1] 유화(流火) : 화(火)는 심성(心星)인데, 7월에 서쪽으로 자리를 옮김. 곧 음력 7월을 말한 것인데, 이때부터 초목(草木)이 쇠기(衰期)로 들어가고, 기후가 서늘하여 겨울이 온다.
[주2] 분운(分韻) : 몇 사람이 모여 시를 짓는데 아무아무 자(字)로 규정하여 가지고, 심지를 뽑아 그 운에 따라 시를 짓는 것을 말한다.
[주3] 다같이 지닌 마음 :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올바른 마음으로서, 그 마음속에는 인ㆍ의ㆍ예ㆍ지(仁義禮智)가 갖추어져 있다.
[주4] 봉인(封人)의 석류(錫類) : 봉인은 춘추 시대 정(鄭) 나라 영곡(潁谷)에서 국경을 지키던 영고숙(潁考叔)을 말하고, 석류는 선량한 자손이 잇달게 된다는 뜻. 정 장공(鄭莊公)이, 그의 아우 숙단(叔段)의 반역 때문에 그 어머니 강씨(姜氏)를 유폐(幽閉)했었는데, 영고숙에게 장공이 고기를 내리자, 먹지 아니하며 “우리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리겠다.”고 하여 장공을 깨우치니, 드디어 모자 사이가 전과 같게 되므로, 군자(君子)가 말하기를 “순일한 효자로다. 자기 어머니를 사랑함으로써 그 효과가 장공에게까지 미쳤도다. 《시경》에 ‘효자가 끊이지 아니하여 길이 너의 족속에게 내리겠다.’ 하였으니, 영고숙 같은 이를 두고 말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春秋左傳 隱公 元年 五月》
[주5] 공곡의 망아지[空谷之駒] : 은거를 뜻한다. 《시경(詩經)》 백구(白駒)에 “교교한 백구가 저 공곡에 있도다.” 하였는데, 그 주에 현자(賢者)가 떠나는 것을 만류할 수 없으므로, 그가 백구를 타고 공곡으로 들어가는 것을 서운히 여기는 것이라 하였다.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 김주희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