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조정에서 물러나와 을축년
샛별 밝은 대궐 문 아침 하례(賀禮) 마친 뒤 閶闔明星輟曉班 창합명성철효반
돌아오며 홀을 괴고 서산 바라보노라 歸來拄笏看西山 귀래주홀간서산
봄바람 따라 고향으로 치달리는 이 마음 鄕心已逐春風動 향심이축춘풍동
섣달 추위 겪으면서 고질화된 다릿병 病脚全經臘氣頑 병각전경랍기완
까치 울고 까마귀 나니 더욱 시름겨운데 語鵲飛烏殊悄悄 어작비오수초초
얼음과 눈 녹으면서 물소리 졸졸 들려오네 氷溪雪竇漸潺潺 빙계설두점잔잔
반랑도 사십에 백발이 되었다던가 潘郞四十顚毛白 반랑사십전모백
신정이라 억지로라도 좋은 안색 지어야지 强爲新正作好顔 강위신정작호언
[주1] 돌아오며 …… 바라보노라 : 진(晉) 나라 왕자유(王子猷)가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환온이 “경은 부(府)에 오래도록 있었으니 일을 잘 처리할 줄로 믿는다.”고 하니, 자유가 업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판(手板) 즉 홀(笏)을 턱에 괴고는 “서산의 아침 기운이 삽상하다.[西山朝來 致有爽氣]”고 응대한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簡傲》
[주2] 반랑도 …… 되었다던가 : 반랑은 진(晉) 나라의 문사 반악(潘岳)을 가리킨다. 그의 ‘추흥부(秋興賦)’ 서문에 “내 나이 서른두 살 때부터 희끗희끗 백발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 《文選 卷13》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