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면 개인적으로 연상되는 것은 눈이 만들어 내는 설경입니다. 설경 안을 걷는 일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곳으로 시선을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은 설경과 상고대를 보면서 순수하게 우러나는 마음에서 즐거움을 얻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2023년 마지막 주말에 우리에게 다가 온 폭설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주었으며 그 안에 서서 조용히 서보니 아늑한 기운에 빠져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눈의 결정을 관찰해 보면 입자 사이사이마다 틈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틈이 바로 주변의 모든 소음을 흡입하여 소음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를 열로 바꿔버립니다. 눈이 오는 날은 비 오는 날과 달리 유난히 아늑하고 고요하게 변하는 이유는 주변에 떠 다니는 소음을 눈의 결정이 지니고 있는 빈 공간으로 흡음하여 만들어 낸 정숙의 효과입니다. 이러한 정숙의 효과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겨울을 아직도 일부분 마음에 담아두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겨울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봄을 맞이하는 것이 다르며 그 결과에 의하여 한 해가 결정된다는 소신이 겨울의 정체성을 사랑하는 기운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모처럼 계획을 세우고 열차를 이용하여 훌쩍 산 마을 몇 곳을 다녀 올 계획을 세웠었는데.... 폭설의 결과가 연출하는 적설이 심상치 않아 연락을 포기하고 주저앉았습니다. 참 아쉬운 결정이었습니다. 새해 첫 일출 또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나서려 하니 이 마저 만류하고 나서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꼭두새벽에 움직이는 것은 빙판 길과 상관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때 같았으며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겠지만 최근 나 자신이 여러모로 경험한 바에 의하여 강하게만 몰아칠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의욕을 앞세우며 무엇인가 하다 보니 몇 차례 실수가 있어 자해성 결과를 얻은 전과가 분명하게 있으니 충고를 귀담아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멍하니 있다 보면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 가는 근력을 방치하게 되면 결국 앉은뱅이 신세를 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허약해진 근력으로 직립의 고유 존재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도 가급적 단 하루도 잊지 않고 하루 8KM의 걸음 여행이나 16층까지 계단 오르기는 행동에 자유를 만들어 주고 유념적 사고에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숨을 고르며 이런저런 것들을 끌어모아 정리하며 순치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참 불필요한 것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데 과감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것들에 포위된 채 공동체를 이루고 끌려가며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참 답답한 구석입니다. 산사의 선방처럼 큰 여백 안에 한 두 가지 소품 같은 것들만 마음에 품고 살고 싶은데 늘 미련이라는 쓸모도 없는 마음 한 축이 가로막고 서 있어 스스로 답답 해 하고 있습니다. 리스트를 만들어 살핀 후 나눔과 폐기라는 저울질을 통해 결단을 내리는 시기를 정초로 잡았습니다. 봄을 마중할 때 즈음 그 단순함에 환한 미소와 여유로움으로 봄 꽃마중을 하고 싶은 것이 금년 첫 소원입니다. 애당초 들이지 않었다면 이런 번거로움을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늘 부산한 욕심이 연출한 마음작품이니 탓할 수도 없고 대신 참 어리석은 자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는데 아직도 덜 익은 마음으로 살고 있으니 참 고달픈 일이 많습니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아무래도 무소유만 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동산에 올라보니 새해가 강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명쾌함은 아니지만 따듯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새해를 쳐다보면서 벌써 봄이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드는군요. 하긴 2월 4일이 입춘이니 절기상 봄소식은 한 달 정도 남아있습니다. 이어서 설은 10일, 19일은 우수, 대보름 24일, 3월에 5일 경칩, 그리고 보름 후 춘분~~~ 세월이 빠르다 하고 입방정을 떨면서도 겨울에서 벗어나 봄을 안고 싶다는 마음은 무슨 짓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사계를 공평하게 마음에 두고 살며 사계절 전부 좋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간추려 5월의 늦봄, 6월의 초여름과 중 가을의 정경에만 마음이 기울어지고 한 두 번의 설경만 선택하는 계절의 기회주의자로 변신한 모습이 참 볼썽사납게 느껴집니다. 사계절 모두를 껴안고 살기에는 몸이 지니고 있는 감각이나 반응속도 등등이 전부 퇴화되어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마음도 그렇지만 몸도 적응의 한계점에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옛적에는 추이를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추위 민감한게 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직 속내의 상하를 입지 않으나 입고 싶다는 유혹이 갈수록 강해집니다.
상고대는 영하의 기온에서 과냉각(Overclloing)된 물방울이 어떤 물체와 충돌하면서 만들어집니다. 과냉각이란 영하로 기온이 내려간 상황에서도 물이 액체상태로 남아있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공기가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물방울이 변할 시간도 없이 대기가 빠른 속도로 냉각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물방울이 얼음으로 변하는 것보다 기온이 더 빨리 내려가며 생기는 것으로 발왕산과 덕유산이 유명합니다. 이 두 곳은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올라가고 내려올 수 있습니다. 단 오를 적에만 타고 오르고 내려갈 때는 걸어서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에 다시 올라보려고 합니다. 겨울이 오면 늘 오르던 선자령, 노인봉, 무주 향적봉, 민주지산, 태백, 소백산, 치악평전이 가슴에 선하게 다가옵니다.
새해벽두 오늘, 건강한 모습으로 시작하여 매듭도 건강함으로 이어지시기를 소원합니다. 좋은 계획으로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함께 함성을~~~ Dash~~~ 힘차게 2024년 속으로 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