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상설(論語詳說)》 발문
《논어》에 대해서는 주 부자(朱夫子)의 해석이 잘 갖추어져 있다. 《논어집주(論語集註)》가 있고, 《논어정의(論語精義)》와 《논어혹문(論語或問)》이 있어 성인의 뜻을 남김없이 드러내었다. 그러나 평소 벗이나 문인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논변한 내용이 더욱 자세한데, 《주자대전(朱子大全)》에 수록된 편지 속의 여기저기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 농암 선생께서는 이를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보기 편하게 하고 《논어상설》이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손수 목록 한 통을 써서 문인 김시좌(金時佐) 도이(道以)에게 맡겨 몇 편을 베껴 쓰게 하였다. 그러나 선생께서 얼마 뒤 세상을 떠나니 도이는 항상 이를 한스러워 하며 매번 나에게 계속하여 만들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나는 벼슬살이에 골몰하여 이럭저럭하는 사이 10년이 지나도록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 한번은 꿈속에서 선생을 모시게 되었는데 이 일에 대해 언급하며 편찬이 늦어진다고 매우 탄식하는 것이었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 두려워하며, “이것은 우리들의 죄이다.” 하고는 서둘러 추가로 편집하여 두 해가 지난 뒤 일을 마쳤으니 모두 4권이다.
내가 생각건대, 질문한 이가 한 사람이 아니고 의심한 점도 한 가지가 아니므로, 어떠한 내용이든 자세하게 두루 갖추어져 있다. 종을 치는 데 비유하자면 약하게 치거나 세게 치거나 그에 걸맞게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 그 설명 중에는 《논어집주》나 《논어혹문》에서 미처 말씀하지 못한 것이 있고, 이미 말씀한 것도 이를 통해 더욱 분명해지니, 절충하고 취사한 것을 보면 그 법도가 어긋나지 않고, 같고 다른 점과 잘잘못을 서로 드러내어 성인의 은미한 말씀과 오묘한 뜻이 더욱 확실해진다. 《논어》를 읽는 이가 《논어집주》를 근본으로 삼고 《논어혹문》을 참고하면서 다시 이 책을 남김없이 상세하게 살펴본다면 《논어》 의미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거의 근접하게 될 것이다.
선생께서는 평소 책을 편찬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유독 이 책에 대해서만은 애쓰며 그만두지 않았으니 어찌 아무런 뜻도 없이 그런 것이겠는가. 또 《주자대전》에는 《중용》과 《대학》, 《맹자》에 대한 설명도 많이 있다. 다시 이 책의 예에 따라 편집하여 사서의 상설을 만들면 더욱 보기 좋을 것이니, 뜻을 함께하는 이들 가운데 이것을 이루어 내는 사람이 있다면 이 또한 선생의 뜻이 아닐까 한다. 기해년(1719, 숙종45) 3월 16일.
살펴보건대, 선생께서는 주자의 《논어집주》, 《논어정의》, 《논어혹문》 등의 책을 남김없이 자세하게 보셨지만, 《주자대전》에 실려 있는 편지 가운데 지우나 문인들과 경전의 뜻을 묻고 답하는 내용이야말로 상호 고찰하여 뜻을 드러낼 수 있으니, 문인들의 기록에 나온 《주자어류》의 여러 가지 설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이를 모아서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논어상설》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후학에게 남기고자 손수 목록 한 통을 쓰고는, 문인 김시좌(金時佐)를 시켜 몇 편을 베껴 쓰게 하였으나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기원(杞園)은 선생의 유지를 따라 뒤이어 완성하고는 발문을 쓴다.
論語詳說跋
論語一書。朱夫子訓釋備矣。有集註有精義或問。所以發明聖人之意。殆無餘蘊矣。然其平日與朋友門人。往復辨難。其說尤詳。散出於大全書中者甚多。我農巖先生嘗欲裒爲一編。以便考覽。而名之以論語詳說。旣手書目錄一通。以託門人金時佐道以甫。繕寫數篇。而先生已下世。道以氏心嘗恨焉。每勸余續成。而余亦汩於吏役。荏苒十年。未下手矣。嘗於夢中侍先生。語及此事。極歎其編次之遲。余覺而瞿然曰。此吾二三子之罪也。遂亟加纂集。再閱歲而訖功。凡四卷。竊嘗考之。蓋其問者非一人。疑之非一端。故精粗淺深。橫豎偏全。無不曲暢而旁通之。譬之叩鍾。或小鳴或大鳴。舂容以盡其聲焉。其爲說。固有集註或問所未及言者。而其所已言者。又因此而益明。觀其折衷取舍。權度不差。同異得失。彼此互發。而聖人之微辭奧旨。益躍如也。讀論語者。誠能本之以集註。參之以或問。又考之此。以盡其詳。則其於反約也幾矣。先生雅不喜編摩之功。而獨於此。惓惓不已者。其意豈偶然也哉。抑大全庸學孟子諸說。亦多有之。又依此例采輯。以爲四書詳說則尤好看。同志者有能成之。是亦先生之意也歟。己亥暮春旣望。按先生以朱子論語集註精義或問等書。非爲不詳盡。而大全書中。與知舊門人。問答經義者。尤有可以參互發明。又非語類諸說。出於門人紀述之比。欲彙輯爲一書。名以論語詳說。以惠後學。手書目錄一通。使門人金公時佐。繕寫數篇。而已下世。杞園遵遺旨。踵以修成而跋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