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통장
이승현
키오스 앞에서 커피를 고른다
젊은 청년의 손을 빌려
간신히 주문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핸드폰을 버스 단말기에 댄다
현금 없이 핸드폰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요술통장
노년의 아주머니 버스 출입구에서
대답 없는 고사를 지낸다
핸드폰으로 도전하는 요금 결재
손은 서툴고 당황하는 기립자세
머뭇거리다 핀잔 듣고 비켜난다
꼬리 말고 비켜나는 시골쥐의 모습
변해가는 문명은
어른과 아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책과 현실을 바꿔놓는다
젊었을 땐 기계가 두렵지 않았단다
심호흡 하며
오늘도 아주머니
마트에서 첨단기술과 씨름하고 있다
현대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이나 낯설다. 이웃이 낯설고 새집이 낯설며 바뀌는 문명이 낯설다. 층층으로 높아가는 아파트는 땅을 멀어지게 하였고 높은 곳에 살다보니 아래를 잊었다. 초가집 골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아기자기 살 때는 어느 것이나 손 뻗으면 쥘 수가 있어 불편함을 몰랐다. 골목에 나가면 아무나 만나도 식사 했느냐는 인사로 정이 넘쳤다. 이제는 사람의 이지력은 무엇을 판단하는 것을 벗어나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 내느냐의 방향으로 바뀌어 새벽을 맞을 때마다 오늘은 무엇이 새로워질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찬다. 달에 착륙하고 우주여행을 떠나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화성에 새로운 터전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것들 모두가 문명의 발달을 원한 사람의 이기심이 만들어냈지만 그만큼 사람의 능력을 과시하는 척도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가 많다. 다른 건 제쳐두고 일상의 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들의 문제다. 날로 변하는 과학의 발전을 숙지하지 못하여 불편을 겪는다. 재래시장은 없어지고 종합적인 마트가 성행하는데 무엇을 사려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각종 기계가 계산을 대신하여 혼란을 겪는다. 이승현 시인은 몸소 겪은 불편을 그려내어 문명의 이기심을 고발하고 노인들을 위한 대책을 호소한다. 휴식을 위하여 찾아간 카페에서 주문과 결재를 대신하는 기계 앞에 쩔쩔매고 버스를 타면서도 자동계산하는 기계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노인을 만난다. 이제는 일상이 된 풍경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노인들을 위한 배려를 한다면 얼마나 좋은가. 전체 인구중 노인이 25%라는데 젊은이만 사는 세상이 아니잖은가. 그러나 노인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것도 깨닫는다. 늙음의 대우를 원하지 말고 스스로가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