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방귀
이오장
모란꽃 향기에 뒤덮인 오월
한강에 뜬 유람선에 울리는 풍악
국회의사당 창문 열릴 때마다
흥겨움 사라지고 시들어간다
북은 물 젖은 가죽 소리
나팔은 내동댕이 친 세수대야 소리
찢기고 깨진 불협화음
악단장 귀에 독수리 앉은 헛손질
무슨 일로 깨어진 음악인가
양화대교 지나 한강대교를 넘으니
철교를 지나는 기차 소리에도
힘차게 리듬 맞춰 들리다가
되돌아 내려갈 때는 다시 찢긴 음색
밤섬 새들이 놀라 날아가다가
회의장 의사봉 소리에 놀랐는지
손가락창 싸움질에 움찔했는지
찔끔찔끔 똥물 갈겨대며 달아난다
새똥을 피해 일제히 창문 닫히고
아무 냄새 풍기지 않는 의사당
모란 향기에 덮여 잠잠해지고
그때서야 제대로 들리는 유람선 풍악
아하 그랬구나
지독한 악취에 음률이 갈라졌구나
비 그친 날에도 풍겨나오던 그 냄새가
의원들 방귀냄새 였구나
이오장 시인
이오장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이사로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부천문인회 명예회장으로 활동.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등 18권과 동시집 <서쪽에서 해 뜬 날> <하얀 꽃바람>, 평론집 <언어의 광합성,창의적 언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