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가을비에 이별을 예감한 / 淸草배창호
한낱 붉은 꽃 한 송이에
심중을 담을 수 있는
그윽한 가을 어귀의 고요한 이맘때면
귀뚜리 울어대는 아득한 옛적부터
못내 해로할 수 없는 슬픈 언약이
꽃술에 쟁여둔 정한情恨을 피웁니다
이제나저제나 오직 당신이지만
그리움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을
달빛에 문드러진 가슴 한쪽
토혈을 쏟아 생의 불꽃을 지피는
내 것이 아니었던
그 길을 차마 어쩌지 못해
어긋난 조각들이 상흔을 파고들듯이
뒷담 벼락 앞 전설로 핀 돌담마다
소로소로 댓 닢에 구르는 빗소리를 들으며
세속에 찌든 매듭조차 끊지 못한
기다리다 화석花席이 된 네,
애달픈 핏빛 눈물샘 오롯이 피었더라
첫댓글 <달빛에 문드러진 가슴 한쪽
토혈을 쏟아 생의 불꽃을 지피는>
내 가슴에 꽂히는 구절 뭔가 가슴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