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담긴 술
인곡 권 혁진
모든 맛과 모든 멋은 술로 통한다, 술은 심연(深淵)과 같다. 한번 말려들면 끝이 없다. 술의 술체를 잡는가 싶으면 어느새 안개처럼 부서진다. 술을 빛는 장인, 그들은 최고의 술을 빚기 위해 구름 속으로 화살을 쏜다. 우리 땅에 솟아난 우리 술, 곡물과 약초의 절미한 결합, 전통 술에는 신비한 세계가 있다. 혼이 담긴 우리의 술과 정을 빚는 명인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 술이 있다.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자기 위에 거적 덮어 줄 이어 매여가나,
유소 보장에 만인니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떡깔나무 백양 숲에 가기 곧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 바람불제, 뉘 한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잿납이 휘파람 불 재야 뉘우친들 어이리, - 정철의 “장진주사”에서( 해석이 바른지 모르겠습니다)
술자리라고 해서 술이 주역은 아니다. 술은 언제나 분위기를 돋워주는 역할에 그칠 뿐, 그 모임의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요즘 우리 사회에 술을 대표하는 소주와 맥주, 그리고 폭탄주, 그런 대상이 되기에는 한 참 역부족이다,
목으로 털어 넣기 바뿐 술 문화 탓에 잃어버린 혹은 잊어 버린것 만으로 알았던 전통술... 100가지 화초에 100가지 꽃을 넣은 백화주(百花酒), 대나무 기름을 받아낸 죽력고(竹瀝暠), 앵두잎 배잎 인진쑥이 들어간 잎새곡주, 개고기를 고아 넣은 무술주(戊戌酒) 밀주 단속의 고난을 이겨낸 짚가리술, 우리식 칵테일인 과하주(過夏酒) 등 낯설지만 귀한 약술, 달착지근 쌉싸래하고 시큼새큼한 맛을 지닌 우리 술 한산 소곡주를 마시면 손 발끝부터 취하고 정신은 멀쩡하여 옛 선비들은 이 곡주를 마시며 과거를 보고 시를 읊었다고 합니다.
머리부터 취해 손과 발을 제 멋대로 휘두르게하는 현대인이 애용하는 소주, 독주, 폭탄주 등 과음은 금물이 아닌가?
실연은 젊은 시절 취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알코올로 소독하지 않으면 상처가 덧나기라도 할 것처럼 무작정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본다. 특히 인사 불성이 되어 필림이 끊어질 때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실연의 확장, 과도한 음주는 정형화된 코스, 필림이 끊기는 것은 지난 시절과 절연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정말로 아푼 기억이 잊혀질까?
혹자는 말한다. 일단 한번 필림이 끊기면 습관이 되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인체의 메카니즘 때문에 계속해서 그렇게 된다는 것인데 그저 인사불성까지 마시는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1차, 2차, 3차로 연속되는 술의 문화는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 날 술을 많이 먹어 정신이 없었다고 자랑삼아 하는 이야기는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구의 술자리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함이고 우리의 술 문화는 망아상태를 경험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망아란 나는 없어지고 술만 남는다는 무속 신앙에서 무당이 굿을 할 때 정신을 잃고 신과 하나 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되새겨 본다.<안산교직원과 일본 삿보로 맥주 공장에서>
첫댓글 -술술땡기네요. 행복했던 그림. 술술 풀어 가드시 술잔속에서 오래 기억하시고, 술맛처럼 변함없시길 이해바람니다.
* 道人이 술을 마시면 天下가 平和롭다.**俗人은 술을 醉하게 마시며, ***君子는 그것을 아름답게 마신다.라는 글귀가 생각나서 실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