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8. 한국교육음악창작인회 세미나
정악이란 무엇인가?
전인평(아시아음악학회 대표)
1. 정악의 정의
2. 정악을 즐기던 중인과 선비 그룹
3. 정악의 교육적 효과
4. 정악의 선법
5. 정악의 장단
1. 정악의 정의
정악(正樂)이란 한국 전통음악의 한 갈래를 가리키는 말로 민속악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정악이란 말은 바르고 정대한 음악으로, 예부터 아정한 음악이라는 뜻의 아악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박연이 올린 상소 중 “청정묘조정악소(請定廟朝正樂疏”에서 정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조선 초기에는 중국을 문화의 중심으로 생각하여 그 문물제도를 따르고 거기에 우위를 두는 의미로 아악을 곧 정악으로 일컬었고, 일제와 해방을 전후로 한 시기에는 서양 문화에 대해 한국 전통음악의 일부를 정악으로 일컬었다. 여기에는 외래문화에 밀리는 전통문화의 위상을 지키고자한 생각도 담겨있다.
그러나 현대에는 1911년 조선정악전습소(1909년 설립된 조양구락부에서 개칭, 1944년 까지 지속, 1947년에 한국정악원으로 재발족)가 생긴 이후 그곳에서 가르치던 영산회상, 가곡, 여민락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면서 이후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전승된 음악을 지칭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정악의 개념에는 시대마다 다른 뜻이 다양한 의미로 사용해 왔다.
정악이란 말은 바르고 정대한 음악으로, 예부터 아정한 음악이라는 뜻의 아악과 동일한 개념으로 쓰였다. 해방 이후 국립국악원이 개원한 뒤로는 한국 전통음악 중에서 민간 음악을 제외한 궁중음악이 중심이 된 음악을 말한다. 특히 정악으로 지칭되는 레퍼토리 중 영산회상이나 가곡은 조선 시대 지식층이 음악을 향유하던 전통 때문에 음악의 본질적 탐구보다는 계층적 분류에 강조를 두어 온 경향이 있다.
현재 국립국악원은 조선조의 제례악뿐만 아니라 민간 음악, 현대의 창작 음악까지 모두 포용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 전통사회에서 인식하던 계층별 분류보다는 음악 자체의 성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정악은 서양음악의 클래식 음악에 해당하고 민속악은 대중음악에 속하는 음악으로 이해하면 쉽다.
현재 정악(正樂)이란 '바른(正)음악'이란 뜻으로 궁중이나 상류 지식계급 층의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크게 궁중음악과 풍류방 음악의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궁중음악이란 예전의 아악(좁은 의미의), 당악을 포함하여 여민락, 정읍 등 궁중에서 연주되었던 모든 음악을 말하고 풍류방음악은 양반, 선비사회의 사랑방을 중심으로 연주되었던 영산회상, 가곡, 가사, 시조 등과 같은 음악을 말한다. 사실 풍류음악은 민간음악이다.
2. 정악을 즐기던 중인과 선비 그룹
중인의 개념
중인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생성된 양반과 상민의 중간 계층을 말한다. 좁은 의미의 중인은 의관(醫官)․역관(譯官) 등의 기술직을 의미하고, 넓은 의미의 중인은 첩의 자식인 서얼과 말단 행정 실무자인 경아전(京衙前)․외아전(外衙前) 등을 말한다.
이 중인층은 실무 일에 밝았기 때문에 조선조 후기에 이르러 사회 변동과 함께 상당한 재력을 쌓고 또한 신분적 상승도 따랐다. 특히 대동법(大同法)을 시행하면서,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과 상공업의 발전은 이들에게 생활의 여유를 누리고 취미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들은 시회(詩會)와 악회(樂會)를 열어, 시를 지으며 음악을 즐겼다. 이들의 활동은 시와 음악뿐 아니라, 그림과 서예도 즐겼으며, 수준은 자못 높은 수준이었다.
‘중인’이란 계급의 본격적 형성은 세습적인 중인 가문이 형성되기 시작한 17세기 초 이후의 일이다. 조선의 양반 사대부들은 도학(道學)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정치를 펴 왔다. 그래서 양반 사대부는 정치이념의 제공이나 정책 입안에 한정되고 모든 실무는 중인 계급이 담당하였다. 즉, 기술직은 좁은 의미의 중인층이 세습하고, 일선 행정은 아전을 가업으로 세습한 사람들이 맡은 것이다.
중인은 지배 세력인 양반 사대부와 일반 평민 사이에 자리하여, 높은 관직(官職)에 진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일반 평민에 비하여 사회 정치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고, 또한 상당한 교양도 지니고 있었다.
중인음악의 개념
중인음악이란 조선조 후기(17-19세기)에 새로운 신분계층으로 형성된 ‘중인’이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즐기던 음악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중인’이란 넓은 의미의 중인 개념이다. ‘중인’이라는 대상을 좁은 의미의 중인, 즉 기술직 중인에만 한정하여 사용한다면 ‘중인음악’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큰 흐름은 찾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조선후기 중인문화 창출의 주인공은 바로 넓은 의미의 중인, 즉, 기술직 중인을 포함하여 서얼, 서리 모두가 해당하는 것이다.
줄풍류와 가곡․가사․시조를 중인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조선 후기에 새로운 신분계층인 중인에 의한 풍류활동이 바로 줄풍류․가곡․가사․시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음악은 다양한 변주곡을 낳았고, 조선 후기에 새로운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같이 중인음악이란 비직업 음악인이 즐기되 오락(娛樂)을 위한 목적보다는 마음을 정돈하는 정인심(正人心)의 의미가 강한 음악이었다. 이 음악의 대표는 영산회상인데, 이 곡을 관현합주로 연주할 때는 주인이 거문고를 타고, 해금․젓대․장구는 직업음악인을 청하여 맡게 한다. 이런 음악은 ‘음률’(音律)이라고 불렀는데, 거문고가 중심이 되는 음악이다. 그래서 영산회상을 거문고회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와 같은 음악 상황에서 생긴 이름이다.
영산회상은 원래 다수의 청중을 위한 음악이 아니고, 몇 사람이 모여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형편은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 속편에 나오는 “음률이니 풍류니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음률과 풍류는 다 국어(國語)로 음악을 이르는 말이요, 줄풍류는 곧 현악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근세에 특정적으로 쓰는 음률․풍류․줄풍류라는 말은 다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실내악반(室內樂班)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보통 말의 풍류 또 줄풍류는 곧 거문고․가야고․양금․해금 등 현악기를 주체로 하고 거기에 장고․젓대(橫笛)․단소(尺八)를 반주 격으로 얹어서 동호자(同好者)끼리 조용히 ‘엔조이’하는 실내악입니다.
오늘날에는 흔히 정악(正樂)이라고 부르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정악이라는 말 대신 ‘음률’(音律)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1916년에 편찬한 조선음율보(朝鮮音律譜)가 그 예이다. 그러므로 정악이라는 말은 음란한 음악(淫樂)의 반대말인 ‘정악’에서 나온 것인데, 이 용어가 확산된 것은 1911년 발족한 조성정악전습소(朝鮮正樂傳習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3. 정악의 교육적 효과
“저 애를 어떻게 하면 책상에 붙들어 두지요?”
“저 녀석이 5분을 못 참아요.”
“옛날에 다섯 키울 때보다. 요즘 아이 하나 키우기가 더 힘들어요.”
요즘 아이들이 옛날에 비하여 아주 부산하고 도무지 통제 불능이라고 한다. 80년대에는 초등학교의 한 학급 인원이 70명이나 되었는데 교실이 모자라 2부제 3부제 수업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한 번에 25명 이내라고 하니 형편이 많이 좋아진 것이다. 이처럼 형편이 좋아졌는데도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면 모두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은 오바마 대통령도 인정할 만큼 대단하다.
필자가 막 결혼한 30대 초반이었다. 당시 필자는 대학에 자리를 잡으려고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아침 4시면 일어나서 우선 간단한 운동을 하고 연구를 하였다.
새벽에 혼자 서재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하니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지장이 되었다. 이러한 정적을 깨기 위하여 라디오를 켰더니 이런 저런 소식을 전하는 것이 신경을 쓰게 만든다. 그래서 이 음악 저 음악 듣다가 제일 좋은 음악으로 찾아낸 것이 김월하 선생이 부르는 가곡 이수대엽이었다. 이 음악은 ‘버들은 실이 되고, 버들은 실이되고, 꾀고리는 북이되어’의 사랑시를 노랫말로 부르는 전통 가곡이다. 이 음악은 누에가 비단실을 뽑아내듯이 아주 유장하고 담백하다. 마치 평온한 하늘에 구름 하나 떠다니듯 긴 숨으로 부르는 이 노래는 하루하루를 급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권하는 듯한 음악이다. 다음으로 들어 본 음악이 <영상회상>이었다. 이 두 음악은 대표적인 선비음악으로 <판소리>나 <사물놀이>가 흥분제의 음악이라면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드는 진정제의 음악이다.
처음에는 레코드로 듣다가 한 참 들으니 흠집이 생겨 음질이 나빠졌다. 다음에는 새 판을 사서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하여 듣고 또 들었다. 그래서 우리 집 아침 시간에는 오직 가곡과 영산회상만 흘렀다. 라디오도 안켜고 TV도 안보고 오직 영산회상 흐를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침에 영산회상이 흐르는 가운데 세수도 하고 학교 갈 준비를 하였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전 교수님 댁 아이들은 아주 차분해요”라는 말을 흔히 들었다. 그리고 고액 과외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재수도 하지 않고 잘 합격하였다.
후에 영산회상 연구를 하다가 영산회상과 같은 선비 음악이 두뇌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조용진 교수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집은 아침에 선비음악으로 하루를 열었던 것이다. 이것이 아이들의 성정이 차분해 지도록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에게는 우뇌와 좌뇌가 있다. 우뇌는 감성․직관․시각․음악 등을 관장하는데 비하여 좌뇌는 이성․논리․언어․수리 등을 관장한다. 그래서 우뇌가 발달한 사람은 매우 감성적이고 즉흥성이 뛰어나고 순발력이 있다. 생활은 낙천적이고 인심이 후하고, 음악성을 비롯한 예술적 기질이 강하다. 그러나 좌뇌형은 좌뇌가 발달한 사람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수리에 밝으며 지구력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우뇌형 인간이지 좌뇌형 인간인지를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할 때 우측으로 머리가 숙여지면 우뇌형이고 좌측으로 숙여지는 사람은 좌뇌형이다. 필자가 강의를 할 때, 음대생 미대생 들은 머리가 우측으로 숙여지는 학생이 많았고 자연계의 의대생 등은 좌측으로 숙여지는 사람이 많았다.
이 후부터 나는 국악 강연을 부탁받으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나라 선비 음악의 교육적 효과에 대하여 열심히 전하였다. 가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내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내 강의를 듣고 태교음악으로 가곡과 영상회상을 들려주었더니 자녀의 성정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였다. 자녀 셋을 두었는데 큰 아이는 서울대에, 둘째 아이는 이화대학에, 셋째 아이는 고대에 합격하였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매체가 발달하여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만원이면 씨디를 살 수 있다. 가곡이라면 영송당 조순자의 가곡이 들을만하고 영산회상이라면 정재국 김선한 홍종진 이지영이 녹음한 <줄풍류 영산회상>이 제격이다. 흔히 선비음악이라면 장중하고 무거운 음악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음악은 녹음도 좋지만 산뜻한 분위기라서 자는 아기의 머리맡에 작은 소리의 배경 음악으로 들려주기에 딱 좋은 음악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느린 음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선비음악을 듣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임신 중에 태교음악으로 사용하거나 아기가 자는 방이나 생활공간에 이 음악을 작은 소리로 틀어놓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려면 배울 기회도 많이 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강습을 하고 있고, 개인과 단체도 여러 군데서 강의를 하고 있어 찾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양음악계에서는 비발디나 모짜르트의 음악을 태교음악으로 추천하고 있다. 스트라빈스키나 재즈 음악은 역효과가 난다는 연구도 있다. 그리고 음악의 효과는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동식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클라식 음악을 듣게 한 오이나 상추는 그렇지 않은 채소에 비하여 건강하게 자랐다는 보고도 있고, 목장에서 소에게 클라식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소가 건강해 지고 우유 생산량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동식물도 음악을 골라 들어야 한다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이 음악을 골라들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기회만 있으면 선비음악의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자녀를 지구력이 있고 이성적인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가요? 책상에 오랫동안 붙들어 두고 싶은가요? 단돈 1만원을 투자하여 선비음악 씨디를 들려 주세요.”
생활에서 지구력이 있고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순간순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이게 바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하겠다. 선비 음악을 태교음악으로 선택하는 이 작은 투자는 후일 후손들에게 천배 만배로 효과를 나타날 것이다.
4. 정악의 선법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정악은 여러 음악이 있다. 그리고 그 음악의 선법을 각기 다르다. 그래서 정악의 선법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여기에서는 정악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가곡과 영산회상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원래 가곡에서 사용하는 선법은 평조(솔선법)와 계면조(라선법) 두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선법이 변화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계면조에서 나타나고 있다. Eb-Gb-Ab-Bb-Db-Eb(라선법) 이던 것이 Eb-F-Ab-Bb-Db-Eb(레선법)으로 변화하였다. 이렇게 음계의 출현음이 변화하여 선법이 바뀌었는데도 두 가지를 모두 계면조라는 말로 칭하면서 혼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선법이 변화하였으면 변화를 수용하여 과거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선법이름을 사용하자고 피력한 바 있다. 그래서 평조는 솔선법으로 Eb-Gb-Ab-Bb-Db-Eb는 라선법으로 Eb-F-Ab-Bb-Db-Eb은 레선법으로 부르자는 안을 제시하였다.(국악작곡길잡이) 다음에 평조와 계면조 그리고 오늘날 다양하게 부르고 있는 선법 용어를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평조(솔선법)
평조는 솔ㆍ라ㆍ도ㆍ레ㆍ미로 구성된 5음 음계이다. 평조 곡은 계면조 곡보다 떨어주는 음과 흘려주는 음이 덜격렬하여 음악이 유창하고 부드럽게 진행된다. 평조는 밝고 명랑한 서양 음악의 장조 분위기와 비슷하며 마칠 때는 '솔'이나 '도'로 마친다. 평조 음악에는 가곡의 평조, 「영산회상」 중의 「군악」ㆍ「종묘제례악」중의 「보태평」, 「길군악」, 「별우조타령」 등이 있다. 민요 중에서는 「늴리리야」, 「아리랑」, 「도라지타령」, 「군밤타령」, 「노들강변」 등의 경기 민요에 많이 사용된다.
계면조(라선법)의 변화 양상
계면조는 라ㆍ도ㆍ레ㆍ미ㆍ솔로 구성된 5음 음계를 바탕으로, 한 두 음이 생략된 4음 음계와 3음 음계가 있다. 평조 음계는 현재까지 5음 음계로 계속 유지되고 있으나 계면조는 조선 시대 순조 무렵부터 4음 음계와 3음 음계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3음 음계의 3음은 각각의 음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 첫째 음은 굵게 흔들어 주고, 둘째 음은 담담히 그대로 내 주고, 셋째 음은 음을 낸 즉시 음정을 떨어뜨려 줌으로써 계면조만의 특징을 살린다.
다음은 황준연의 정리한 여러 음악의 출현음을 정리한 것이다.(황준연, “한국음악의 선법”). 황준연은 선법 이름은 전통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 하면서 선법 용어로 평조와 계면조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서술하였다. 그러나 황준연의 주장은 변화를 일으켜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 선법을 동일한 이름으로 불러서 명확성이 부족한 아쉬움이 있다.
<악보> 황준연이 조사한 여러 음악의 출현음

<표> 한국음악의 다양한 선법 분류 방법
5. 정악의 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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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조 장단은 정악 장단의 2회 반복이다. 쌍이 한 장단에 두 번 나오면 장단의 시작부분을 모호하기 때문에 뒤의 쌍은 고로 변화시켰다.
즉, 정악장단은 雙鞭鼓鞭의 박자 변화이다.
산조 장단은 정악장단 雙鞭鼓鞭을 두 번 반복하면서 雙鞭鼓鞭鼓鞭鼓鞭으로 변화 시킨 것이다
6. 결론
지금까지 정악에 대하여 여러모로 살펴보았다. 정악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민속악과 비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거칠지만 정악과 민속악을 비교 요약해 보겠다.
- 정악은 민속악에 비하여 느리다. 그리고 속도 변화가 적다. 이는 민속악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는데 비하여 정악은 주자학의 덕목인 중용(中庸)을 나타내기 위하여 감정을 절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민속악 장단과 정악 장단은 그 뿌리가 하나이다. 민속악 장단보다 정악 장단은 민속악 장단에 비하여 느린 경향이 있다. 정악의 기본 장단은 1910년 이전 악보에는 쌍편고편으로 나오다가 이후의 악보에 쌍편고요로 나온다. 즉 마지막 장구점 ‘덕’을 ‘떠르르르’로 나누었다. 음악이 느려지기 때문에 장구점은 확대한 것이다.
- 발성법이 다르다. 민속악의 자연 발성 판소리의 탁성을 선호하는데 비하여 가곡 가사는 맑고 고운 발성을 선호한다. 가곡의 경우 속목과 겉목을 쓴다. 남창의 경우 곁목이 주가 되고, 여창은 속목과 겉목을 함께 사용한다.
판소리 민요가 장구 북 등 단출한 반주를 하는데 비하여 가곡 가사 등은 격을 갖추어 관현악 편성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