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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리터 전성시대
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SSANGYONG G4 REXTON
자이언트 2.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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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 렉스턴은 길이 4.8m의 대형 SUV지만 탑재된 엔진은 2.2L에 불과하다. 큰 차체에 작은 심장을 얹게 된 이유는 녹록지 않은 쌍용차의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작년 쌍용차 전체 판매량은 약 16만 대. 같은 기간 현대 싼타페는 한국과 미국에서 약 21만 대가 팔렸다. 쌍용차 전체 판매대수를 다 더해도 인기차종 하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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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4.8m, 높이 2m의 우람한 차체는 G4 렉스턴의 매력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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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187마력의 e-XDi220 2.2L 디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코란도 시리즈보다 9마력 높다
이렇듯,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엔진 개발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쌍용차는 2.2L 디젤 한 가지를 여러 차종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개발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외부 업체와 함께 개발한 유로6 대응 엔진으로 기존 유로5를 만족하던 2.0L 디젤의 개선형이다. 최고출력은 187마력, 최대토크는 42.8kg·m를 발휘하는데 대형 SUV치고는 평범한 수치다. G4 렉스턴의 근사한 외관에 반했다가 엔진 수치를 보고선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터. 하지만 타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자동차다. 디젤 엔진은 풍부한 토크와 특성에 따라 부족한 출력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실제 성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과 호기심을 품은 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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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인은 다소 식상하지만 넉넉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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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팅 장식을 더한 대시보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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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젖혀지는 등받이 각도, 넓은 2열 공간은 다양한 활용성을 지녔다
만족스런 초반 가속력, 떨어지는 순발력
소박한 엔진은 잔잔한 움직임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잠에서 깨어났다. 예상보다 뛰어난 NVH 성능은 6기통 엔진이 아쉽지 않을 정도다. 차체만큼이나 묵직할 것으로 예상했던 초반 가속 감각은 의외로 민감한 편이다. 가속 페달을 사뿐히 밟자 무거운 차체가 촐싹맞게 걸음을 뗀다. 운전자 의도보다 과장스런 가속 페달 반응은 출력이 낮은 예전 국산차에서 흔하게 보았던 모습이다. 아마도 최대토크 발생시점 1,600rpm까지 빠르게 도달하여 부족한 힘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속에 대한 의지는 매우 적극적이다. 오른발 힘을 살짝 더하자 변속기는 즉시 기어 단수를 한 단계 떨어트리며 재빠른 가속을 돕는다. 그러나 빠릿빠릿하던 G4 렉스턴의 움직임은 속도를 높여갈수록 눈에 띄게 둔해진다. 고속으로 달리자 늘어지는 기어비가 더해져 맥없는 가속을 펼친다. 이때부턴 자동차가 운전자의 가속의지를 무시하기 일쑤다. 토크 곡선이 내리막을 걷는 3,000rpm부터는 엔진출력에 기대어 점진적으로 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이 차의 주 타깃은 실용 구간 성능을 중시하는 평범한 중장년층. 이미 고속주행을 염두에 둔 젊은 고객들은 수많은 크로스오버 SUV로 눈을 돌렸다. 고속주행 성능은 보디 온 프레임 정통 SUV, G4 렉스턴을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일상적인 주행조건에 들어서자 G4 렉스턴의 여유로운 성격이 제대로 드러난다. 시내와 국도에서는 부족함 없는 가속성능을 보였으며, 넘치는 출력은 아니지만 엔진 힘이 달리거나 차체를 버거워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도로를 벗어나 험지로 들어섰다. 파트타임 사륜구동의 진가를 드러낼 최적의 환경. 전자식 기어레버를 조작해 4륜 Low 모드에 맞춰 주행을 시작했다. 접지면적이 넓은 대구경 타이어는 자신의 몸을 비비며 야트막한 돌무더기를 타고 넘기 시작했다. 스티어링은 차체와 함께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험로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까 고속도로에서 날고 기던 크로스오버 SUV 대부분은 뱃바닥이 낮은 까닭에 과감한 오프로드 주행은 꿈도 못 꾼다.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도 마음에 든다. 때때로 알맞은 기어 단수를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했지만 G4 렉스턴에는 뻣뻣하고 절도 있는 변속 특성보다는 이쪽이 더 어울린다.
간선도로에서 보여준 평균연비는 약 10km/L 수준. 급가속을 반복한 주행환경과 2.1톤의 차체무게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오프로더 성격을 감안한 스티어링 조타각은 큰 편이다. 따라서 코너에 앞서 한 박자 먼저 조향에 들어가야 다른 차와 비슷하게 돌아나간다.
만족스러웠던 점은 브레이크 성능이다. 높은 속도에서 여러 차례 급감속을 반복했지만 제동거리가 길어지거나 브레이크가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미흡한 차체구조를 꼽고 싶다. G4 렉스턴은 래더 프레임 위에 어퍼보디를 얹는다. 서로 다른 섀시가 맞닿아 하나의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결합부분이 느슨하거나 너무 단단하면 승차감이 떨어지기 쉽다. G4 렉스턴도 이 부분이 문제다. 도로에서 전달된 작은 진동은 두 섀시가 맞닿는 부분에서 크게 증폭된다. 편안한 주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 차의 타깃층에게는 호불호가 나뉠 만한 부분이다. 반드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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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난 G4 렉스턴은 여유로운 분위기,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 넉넉한 차체가 주는 든든함을 지녔다. 여기에 세금부담 적은 2.2L 엔진을 탑재하고 중형~대형 SUV 사이 가격대를 공략하며 접근성을 넓혔다. G4 렉스턴이 품은 다양한 매력이야말로 자이언트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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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