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그 긴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손칼국수 하나로 지나온 집이 있다. 서면시장 모퉁이에 자리한 '기장손칼국수' 얘기다. 밥을 천천히 먹을 여건이 되지 않는 바쁜 직장인, 주머니 가벼운 고시생과 청년들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문턱 낮은 식당이면서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맛을 보장하는 곳으로 이 집은 정평이 났다.
지난해 유명 외식사업가가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냉칼국수 맛집으로 소개된 뒤로는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찾는 곳이 됐다.
수타 방식 뽑아낸 면발, 탄력 넘쳐
수채화같이 맑은 국물 '진솔·소박'
콩국, 분말 안 쓰고 직접 콩 삶고 갈아
여름철 인기 메뉴인 냉칼국수와 냉콩칼국수를 주문했다.
칼국수 면발은 둘 다 더 이상 탱탱할 수 없을 만큼 탄력이 넘쳤다. 손으로 반죽하고 여러 번 면을 뽑았다 다시 뭉쳐 치대기를 반복하는 수타 방식의 장점이 탄력으로 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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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이 워낙 풍성해 처음 받아든 냉칼국수 빛깔이 다채롭다. |
냉칼국수는 국물이 맑았다. 국수와 고명을 다 건져 먹고 국물을 한 입 떠먹어 봤다. 그림으로 치면 수채화 같은 느낌이었다. 시원하고 달큼한 맛을 내는 밴댕이와 계약재배한 기장 다시마로 우린 국물에서는 그 어떤 장식과 허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소박한 칼국수라는 메뉴 성격에 기막히게 어울리는 국물이었다.
여름이면 콩국, 콩국수, 콩칼국수 등을 만들어 내놓는 식당이 많다. 속설에는 일부 식당이 두부로 콩국 맛을 낸다고도 하고, 시판되는 콩국 분말과 아몬드·땅콩 가루 등으로 비슷한 맛을 낸다고도 한다. 힘겹게 콩을 삶은 뒤 믹서로 갈아 콩국을 만드는 과정도 번거롭지만, 여름 무더위에 당일 팔리지 않은 분량은 다음날 팔 수 없기에 일정 규모가 되지 않으면 차라리 시판 제품을 사용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는 현실적인 항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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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콩을 갈아 만드는 이 집 냉콩칼국수 국물은 콩 본연의 구수한 맛이다. |
삶은 콩을 믹서로 갈아 냉콩칼국수를 만든다는 원칙, 기장손칼국수는 아직 지킨다. 국물을 한 입 떠먹어 보니 구수한 맛이 저음으로 묵직하게 깔렸다. 대신 잔향이 오래갔다.
콩국에 밑간이 돼 있지만 취향에 따라 소금을 넣을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소금 통이 얹혀 있었다. 냉콩칼국수와 함께 나온 깍두기를 보고는 소금 통을 멀리 치웠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가 꽤 먹음직스러웠다.
실제 콩칼국수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깍두기 그릇도 깨끗이 비웠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다. 잘 삭은 깍두기가 오히려 고소한 콩국 맛을 배가시켰다.
안기남 대표는 "쉽게 드시는 음식이지만 만드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요즘처럼 무더울 때 불 앞에서 면을 삶는 직원들은 겹고통이다. 안 대표는 "원하는 부위에 바로 찬바람을 쐬는 이동식 에어컨을 얼마 전 설치해 그들의 수고를 조금은 덜어줄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10~20년 가족처럼 일하는 직원들이 비일비재한 이 집의 비결을 유추할 수 있었다.
냉칼국수·냉콩칼국수 4500원, 손칼국수 4000원, 비빔손칼국수 4500원, 김밥 15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56(부전2동). 051-806-6832.
메뉴 | 냉칼국수·냉콩칼국수 4500원, 손칼국수 4000원, 비빔손칼국수 4500원, 김밥 1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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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 한식/밥집 | 글쓴이 | 펀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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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2동 256-6 | 전화번호 | 051-806-68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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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 오전 9시~오후 9시. | 휴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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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법 | | 주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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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및 수정일 | 17-07-13 | 평점/조회수 | 1,3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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