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The Avengers)는 알다시피 "마블코믹스"의 다양한 주인공들을 한데 모집한 초인적 영웅주인공들의 <지. 아이. 조>(G.I. Joe) 버전이라해도 좋을 것이다. 최첨단 철갑옷을 착용하면 천하무적인 '아이언 맨'서부터 퇴역노장 초대 어벤져 '캡틴 아메리카', 초록거인 '헐크', 섹시 여전사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와 레골라스에 필적하는 궁사 호크 아이(클린트 바튼) 짝꿍까지, 애꾸 지휘관 닉 퓨리의 징집발령에 의해 소집된 개성만점 영웅적 만화캐릭터들은 또 다른 동료 천둥의 신 '토르'와 함께 그의 이복동생 '로키'의 어두운 지구파괴야욕을 분쇄한다.
천재부호과학자 토니 스타크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를 위시해, 크리스 에반스(Chris Evans), 마크 러팔로(Mark Ruffalo),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 사무엘 엘. 잭슨(Samuel L. Jackson), 그리고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을 아우른 출연진의 명성만으로도 화제집중. 화려한 내구성을 갖춘 이 모험적 공상과학액션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의 각본을 썼고, 최근 개봉해 호평을 받은 <캐빈 인 더 우즈>(2012)의 제작과 각본을 맡아 실력을 입증한 감독 조스 웨던(Joss Whedon)이 연출했다.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 초대형액션오락영화 <어벤져스>는 화려한 출연진은 차치하고라도 그 자체로 대단한 위력을 스크린 상에 고스란히 입증해낸다. <트랜스포머 3>에서와 유사하게 '스타게이트'를 통해 외계에서 날아든 암흑의 군단과 대적하는 수퍼영웅 지구방위대의 활약상이 신나게 펼쳐지는 한편, 상생이 아닌 자멸적인 충돌과 누군가의 희생, 그리고 자성적인 고민의 시간을 통해 마침내 팀워크를 발휘한다는 이야기의 맥락이 잘 어우러졌다. 할리우드의 놀랍도록 정교한 기술력에 만족감을 표하게 될 것은 십중팔구, 오락성과 실속을 고루 갖췄다.
실속 없이 겉만 화려한 미국식 애국주의를 단순히 내세우지 않는다. 자성과 성찰을 통해 재충전의 의지를 다지는 초인적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특히 공감을 불러내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투적인 스토리구성으로 보일 여지가 있긴하지만 요소요소에서 '빵'터지게 만드는 웃음코드를 숨겨둬 진지함을 다소 덜어낸 대목도 용이한 접근을 돕는 요소로 재미를 가중시킨다. 일례로 헐크가 감히 신에게 어딜 이라며 덤비는 로키를 움켜잡고 좌우상하로 패대기치는 장면과 직후 치는 한마디 대사 '무슨 신이 이리 약골이야'는 가히 압권.
초인영웅들의 호장한 성향과 드라마적 감상성을 적절히 혼합해 내야할 음악적 임무는 할리우드 영화음악작곡가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가 부여받았다. <퍼스트 어벤져>에서 확증한 공력을 연장한 그의 <어벤져스> 스코어는 원숙한 경지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코어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은 타오르듯 강렬하고, 때론 매우 눈부시게 희망적이며, 역동적으로 가속할 땐 더욱 맹렬하게 작동한다. 그는 감정과 심리적 호소에 더 치중한 음악을 편성했고, 이는 만화영웅들의 향연을 위하 테마에 지극히 집중하기보다 등장인물들의 공동선을 위해 제공되었다. 주요등장인물들의 자아에 펑크 난 허풍 주입을 자제한 실베스트리는 각 지시악절을 통해 관객들이 그들의 액션에 중력을 둔 동요와 감정을 유발할 수 있도록 조작했다.
'Assault'에 이르러 마침내 폭발력은 극대화된다. 계속적이고 견실하며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실베스트리 식 액션사운드로 영상을 뒤덮는다.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음악을 쓴 <킹 콩>(2005)의 사운드트랙처럼 <어벤져스>의 음악은 거대한 악의 위협에 맞서 분투하는 매우 강력한 캐릭터들의 액션을 강조한다. 여기서는 천둥의 신 '토르'의 사악한 동생 '로키'가 그들의 문을 때려 부수고 등장하는 순간을 'Assault'가, 마침내 초인적 영웅들이 일심동체를 이룰 때 'The avengers theme'이 인상적인 강공 드라이브를 건다. 복종근성을 가진 인간들 위에 군림하려는 악한 외계침략자와 선의 이름으로 인류를 구원하려는 초인적 존재들 간의 쟁탈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관현악편성을 통제하는 실베스트리의 방식은 매우 능숙해서 스코어의 초반을 통해 영웅적 자아들의 자존심 대결을 격정적으로 웅변하고, 이들이 임무완수를 위해 그들 개개의 의제들을 극복해야만 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뒤따르며 반주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어벤져스>의 스코어는 갈등과 대립 그리고 해결과 진혼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순환적 구도로 점철되어 있다.
이 스코어에서 실베스트리의 작품성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사실상 '블랙 위도우'와 '호크 아이'를 제외한 각 등장인물들의 개별적 영화들에서 발췌해낸 개별 캐릭터테마들을 강조하는 노선을 취할 수도 있었다는 거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는 그가 테마를 창출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는 그러나 과거는 과거지사로 남겨두고, 반항적인 태도나 액션을 관통하는 영웅적 초인들을 통합하는 방도를 찾았고, 그에 적합한 음악처방을 내렸다.
양식적으로 실베스트리는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캡틴 아메리카나 등장인물들이 전적으로 민족적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분위기에 적정 호응하면서도 다소 유격을 두는 접근법을 썼다. 스코어는 장면에 부합하게 매우 상황적이고 불길하게 엄습하며 다양한 감정을 교차시킨다. 'The Avengers theme'이 울려 퍼질 때면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채 본능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될지도 모를 일.
진정한 실베스트리의 작법 내에서 영화와 함께든 외적으로든, 스코어를 접하는 이라면 마음 속에 속도감 넘치는 질주본능이 발동하고 두 손을 움켜쥐게 될 공산이 크다. 시선집중, 두 귀는 쫑긋! 곧이어 다음에 펼쳐질 장엄하고 쾌활한 장면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하게 만든다. 'Seeing, not believing'은 들끓는 활화산과 진배없고, 매운 강한 흥분을 가하는 역동적 사운드공식은 웅장하고 화려하며 위풍당당한 분위기로 영웅적 액션을 강력하게 보강한다.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만점 쾌감을 보장한다. 혹자는 데이비드 아놀드(David Arnold)의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에 비등한 음악의 힘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A promise'로 음악적 긴장감은 비상사태해제를 선포한다. 만감이 교차하는 막바지의 이 지시악절은 격정적인 분위기로 영화의 장면전개를 돕고 난 후 차분한 위무의 순간을 제공한다. <람보>(1982)의 엔딩을 장식한 곡 'It's a long road'의 매력적인 분신과도 같다. 전기장치를 쓰지 않은 기타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감정을 불러내는 현악 반주가 특징적이다. 이내 스코어는 동명제목의 표제음악 '어벤저스'의 웅장하고도 담대한 브라스 팡파르로 종극을 고한다. 타이틀 곡에 테마를 사실상 쓰지 않았음에도 <어벤져스>의 음악이 21세기에 가장 전율적인 액션음악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임을 결론짓는 엔딩 곡이다. 이 스코어는 영국의 에비로드스튜디오(Abbey Road Studio)에서 런던교향악단(London Symphony Orchestra)의 연주로 완성되었다.
앨런 실베스트리의 장쾌하고 매혹적인 스코어에 병행해 영화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새로 작곡되었거나 선정된 가창곡들을 그러모은 사운드트랙앨범도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일맥 다양한 록 뮤지션들이 초인영웅들의 합심에 준해 기량을 한 장의 앨범에 집중했다. 얼터너티브 록의 초창기 기원적 밴드 사운드가든(Soundgarden)이 'Live to rise'를 영화의 종영인물자막과 함께 흘러나오도록 헌정한 것을 위시해 스톤 템플 파일럿(Stone Temple Pilots)과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의 보컬 스콧 웨일랜드가 부른 'Breath'와 부시(Bush)의 'Into the blue'에서는 그런지(Grunge) 베테랑들의 녹슬지 않은 위력을 다시금 즐길 수 있다.
파파 로치(Papa Roach)의 'Even if I could'와 여성보컬 에이미 리(Amy Lee)가 주도하는 에버네슨스(Evanescence)의 'New way to bleed'를 포텍(Photek)이 테크노버전으로 리믹스한 버전 등 영화의 내용적인 면만큼 무게감 있으면서도 속도감 있는 외양적 액션의 영감에 접속한 록음악들이 화려하게 포진돼 있다. 강철초인 아이언 맨을 위한 에이씨/디씨(AC/DC)의 강렬한 록 찬사 'Shoot to thrill'은 영화에서만 들을 수 있어 아쉽지만, 스코어의 매혹은 물론 영화적 영감에 의존해 제작된 모음집도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포장하는 데는 특효처방임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