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독서에 대하여 4) 되새김 ruminatio 1> 말씀을 알아듣고 묵상하고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되새김(反芻, ruminatio)이다. 이것은 소나 양처럼 말씀을 자꾸 되씹으면서 맛을 보고 완전히 소화시켜 말씀의 어느 부분이라도 좋 은 영양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성경 말씀이 뱃속으로 들어 가고 가슴 속으로 들어가 우리는 성경 말씀에 맛들이게 되고, 이 말씀이 영양분이 되어 우리의 삶을 움직이게 한다. 2> 되새길 문장을 선택할 때에는 더 많은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구절보다 는 본문의 중심이 되는 메시지,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의 사건과 더 긴밀 히 연결되는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 는 영적 의미를 찾으면서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궁구 하며 되새김을 한다. 3> 말씀이 마음에 새겨지도록 말씀을 마음 속으로 중얼거림과 동시에 말 씀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주의깊게 이끌어간다. 그 리고 말씀이 온 몸을 돌아 말씀의 의미가 머리로 깨달아지고 마음으로 느 껴져, 온 몸을 가득 채우고 가슴에 새겨지도록 되새김을 한다. 이처럼 되 새김은 온 몸으로 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끊임없는 기도가 된다. 중세 때에는 묵상은 곧 되새김을 뜻하였다. 4> 되새김은 수도승 전통 안에서 매우 중요한 수행 중의 하나였다. ① 마카리오 성인은 되새김하는 양과 같이 성경 말씀을 계속 되씹음으로 써 음식의 달콤한 맛을 보게 되고, 마침내 그 음식을 마음 가장 깊은 곳 으로 집어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② 예로니모 성인은 끊임없는 독서와 반복되는 묵상을 통하여 자신의 마 음을 `그리스도의 서고'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③ 빠꼬미오 성인은 수도승들이 신약성경과 시편을 암기하여 일을 하거 나 걸어다니거나 항상 말씀을 되새김하여야 한다고 했다. ④ 니느웨의 이사악 성인은 `묵상 중에 말씀은 입 안에서 특별한 맛을 낸 다. 같은 말을 싫증 내지 않고 끝도 없이 반복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 서 말하는 묵상은 되새김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말씀 이 삶으로 들어오고, 기도의 도구가 되게 하며, 그 말씀에 맛들이게 된 다. 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우리가 매일 빵을 먹듯이 언제라도 하느님의 말 씀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서, 일하는 중에도 시편을 낭송하고 되새김을 계 속해야 한다고 했다. 성인은 식사 전 제 6시부터 제 9시까지 하루 중 세 시간, 그것도 집중하기 가장 좋은 시간을 거룩한 독서에 전념하라고 한 다. 여기에서 빠꼬미오나 바실리오, 예로니모와 카시아노에게는 나오지 않는 하나의 규율이 생겼는데, 수도승들의 하루 일과중 독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베네딕도 규칙에도 영향을 주 었다. ⑥ 카시아노도 수도승은 일하는 중에도 성경 본문을 되새김해야 한다고 했다(제도서 4,12).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의 많은 부분을 외우고 그것들 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성경 독서에 주의를 집중 하고 있는 동안은 나쁜 생각들이 우리의 영혼을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의 어떤 부분을 아무리 반복하여 외워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 할 수 있는데, 침묵 중에, 특히 밤 동안에 복잡한 일상의 일에서 떠나 이 성경구절을 다시 기억하여 되새김할 때 성경 속에 숨겨져 있는 매우 아름다운 의미를 깨닫게 될 수도 있다. 말씀의 되새김을 통하여 우리는 계약의 궤를 우리 안에 간직하게 될 것이 며, 살아있는 `계약의 궤', 살아있고 걸어다니는 ꡐ하느님의 말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⑦ 체사리오는 동정녀들을 위한 규칙서에서, 식당이나 일터에서 듣는 공 동 독서가 끝나더라도 마음에서는 되새김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 였다. ⑧ 베네딕도 성인 역시 되새김을 말하고 있으나 일하는 중이 아니라 독 서 시간에 하는 되새김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정 해진 시간에 거룩한 독서를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고대 수도승들에게 일 은 기도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베네딕도 성인은 일은 기도를 위한 것 일 뿐만 아니라 일 자체도 중요하게 여기면서, 일정한 시간 동안 일에 대 한 근심 없이 온전히 자유롭게 거룩한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 고 있다. 이처럼 독서와 일의 시간을 구분하게 된 것은, 공동체가 커지 고 일이 많아져 `기도를 위한 일'이라는 개념이 점차 약해지고 거룩한 독 서 시간을 갖지 않고 기도나 되새김을 하면서 일을 한다면, 되새김과 기 도 둘 다 소홀해질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⑨ 드 보궤 신부는 일하면서 하는 되새김이 베네딕도 규칙에 분명하게 나 오지 않는 것을 애석해 하면서, 되새김은 생활 한가운데에 말씀을 현존하 게 하기 때문에 독서에 없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는 독서는 끊임없 는 되새김을 통하여 기도의 결실을 맺기 때문에 되새김이 없다면, 독서 의 연장도 계속적인 기도의 뒷받침도 없게 되어 수도자의 하루는 불완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되새김이야말로 수도자의 일상을 이루는 근본 요 소라고 할 만하다. ⑩ 12세기의 성 안셀모는 독서자는 구원자이신 주님의 선(善)을 맛보아 야 하고, 그분의 말씀을 되씹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되새김은 수도승 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수행이었음에도 불구하 고 오늘날은 거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러끌레르 신부는, 말씀의 끊임 없는 반복과 되새김의 수행이 수도승들의 내면생활을 보다 더 진보시킬 것이라고 한다. 5> 되새김은 거룩한 독서의 과정 중 어느 부분에 들어가야 하는가? 되새김은 거룩한 독서의 전 과정에 필요하다. 준비: 준비 과정에서는 좋아하는 화살기도나 바로 전에 되새김하던 말씀 을 되새김하면서 기도의 상태로 들어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서: 독서 때에 본문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문장을 되새길 필 요가 있는데, 이 때에는 되새김을 통해 말씀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알아 듣게 된다. 묵상: 묵상 중에 되새김을 하다 보면 되새기는 말씀의 의미를 더 깊이 알 게 되고, 말씀이 내게 주는 의미를 깨달을 수도 있다. 기도: 깨닫게 된 말씀의 뜻을 내 안에 새기고 더 깊이기도하기 위해서도 되새김이 필요하다. 묵상 중에 하는 되새김으로 기도하고 싶은 갈망이 생기게 된다. 관상: 기도 중에 되새김을 함으로써 말씀과 동화되어 하느님과의 일치에 머물 수 있게 되고, 관상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실천: 되새김을 통해 말씀의 실천이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되새김은 준비, 독서, 묵상, 기도, 관상, 실천 전체를 통해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6> 말씀을 되새기는 동안에 다음과 같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① 되새기고 있는 말씀 자체가 살아있는 말씀이 되어 힘있게 우리 마음 안에 새겨지고, 내 안에 평화를 주며 나를 양육하고 변화시킨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구원사업과 하느님의 사랑과 믿음에 대한 깊은 확신을 체험하 게 된다 (예: 나를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두려워 말라. 내 가 너와 함께 있다). ② 되새기고 있는 말씀이 나의 현재 상황에 적용되어,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하느님의 말씀의 빛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말씀 하시는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청하며 실천하게 한다 (예: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 ③ 되새기고 있는 말씀이 나의 고질적인 나쁜 습관과 상처들을 비추어 드 러나게 하며, 그것들에서 해방될 힘을 얻게 한다(예: 낫고 싶습니까? 내 병이 무엇이지?). 이런 일이 짧은 순간에 일어날 수도 있고, 일하거나 산 책하면서 말씀을 되새기는 중에 일어날 수도 있으며, 열매가 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거룩한 독서에서 특별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수행 부분은 독서와 되 새김 단계이다. 거룩한 독서에 대하여 여러차례 나누어 올릴 예정입니다. 읽고 실천하고, 말씀이신 하느님과 더 깊이 사귀시길...^^* *내용은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 홈페이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