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고리봉은 우리와 참 인연이 없는 산이다. 벌써 몇 번을 시도했는데 그 때 마다 눈이나 비로 인하여 산행대상지를 바꿔야 했다. 다시 큰 맘 먹고 4월 산행지로 결정 했는데 또 비가 왔다.
아침 8시 80여명이 출발하기로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60여명이 참석했다. 비가 오더라도 위험하지 않는 산행으로 빠짐없이 진행한 보람 때문이다. 긴급 임원회의를 하여 장성 축령산 휴양림으로 장소를 변경하고 출발하였다.
축령산 휴양림은 임종국 선생이 사재를 털어 조림해 온 곳인데 몇 해전 산림청에서 인수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뤄 걷기에 좋은 곳이다. 다만 예전의 흙길이 포장 길로 변해 아쉬웠다.
장성 톨게이트에서 나와 상무대 방향으로 가다 필암서원 부근에서 추령관광농원이나 해인사 안내판을 따라 가니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저수지 공사가 한창이다. 농촌이 몰락해 가는데 저수지를 굳이 만들어 하천을 죽여야 하는지 궁금하다.
관광농원에서 차를 내려 가파른 포장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비는 계속해서 내린다. 철 모른 개 한 마리가 우리를 반기며 앞장 서 걷는다. 1.1KM를 오르니 고갯마루다. 왼쪽은 축령산 오르는 등산로이고 오른편에 임종국 선생의 기념비가 외로이 서 있다. 영화마을이라는 팻말을 따라 숲길을 걷는다.
잘 조성된 숲길을 걸으니 시원하면서 마음도 안정되는 것 같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크나큰 혜택이 아닐수 없다. 이 길의 끝은 금곡 영화마을이다.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에서 빨지산들이 도망갈 때의 장면을 찍은 곳이며, 옛 마을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1시간 반 정도 소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우리와 동행한 개에게 먹을 것도 주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고창읍성을 향해 출발했다. 고창읍성은 마치 벚꽃이 만개하여 회원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식사 후 성을 따라 한 바퀴 돌고 아쉬움을 안은 채 광주로 돌아왔다.